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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몰입과 창의성, 돈으로 살 수 있나?

최진남 | 49호 (2010년 1월 Issue 2)
A씨는 대기업에 갓 입사한 햇병아리 사원이다. 배정된 부서에서 고객들의 정보를 입력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면서, A씨는 멘토인 선배 사원이 알려준 방법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떠올랐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작업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더 정확한 업무 수행이 가능했다. A씨는 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에 스스로도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A씨가 팀원들에게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제안하자 ‘신입이 건방지다’ ‘기존 방식이 뭐가 어때서’ 라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돌아왔다. 당황한 A씨는 그 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입을 다물게 되었다.
 
B씨는 어학원에서 근무하는 입사 5년 차로 주어진 업무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패기만만했던 사회 초년병 시절, B씨는 수강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좌들을 개설하면 수강생 수가 늘어 회사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B씨는 자발적으로 새로운 강좌 커리큘럼을 짜서 회사에 제출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뿌듯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후로 어학원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에 관련한 업무를 무조건 B씨에게 맡기는 바람에 B씨의 업무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추가 근무 수당이 지급되기는 했지만 B씨는 시간당 같은 수당을 받으며 기계적으로 시험지를 채점하는 다른 동료들보다 머리 아프게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자기 업무가 더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상사가 B씨의 커리큘럼을 어학원의 다른 지사에도 배포시키며 이를 상사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경험을 하고 난 후로는 B씨는 의무 사항이 아닌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보상은 직원들의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창조 경영, 혁신 등이 기업계 화두가 되면서 직원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창의성이란 독창적이고 유용한 아이디어, 업무 절차, 제품 및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Baer, Oldham, & Cummings, 2003) 1 창의성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해 조직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도 창조, 창의, 도전 등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 2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잰슨 2 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조직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을 어렵고 불편하다고 느낀다. 주로 창의성은 현 상황의 한계점과 개선점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은 직무나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바꾸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더구나 사례 A에서 보듯이 익숙하고 별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는 기존 업무 방식이나 절차를 바꾸자는 제안은 동료들과 상사들을 짜증스럽게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직원들로 하여금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라 조직 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일 방안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많은 조직들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보상 제도를 포함한 인적 자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Fisher, 2004) 3 .주어진 업무가 아닌, 오히려 그 업무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발적 문제 해결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에 외적 보상을 부여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례 B에서 보듯이 정당한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는 시간과 자원의 제약상 직원들이 창의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보상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과연 보상이 창의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은 오랫동안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1980, 1990년대까지도 창의성과 관련해 보상의 부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Deci & Ryan, 1985 4 Amabile, 1983 5 ).현재까지도 상당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관점에 따르면, 창의성은 직원들이 업무 자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내적 동기에 근거하며, 보상과 같은 외적 자극들은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제약해 업무와 관련한 자유로운 사고를 저해한다. 뿐만 아니라 보상을 받게 되면 직원들은 일 자체의 의미나 성취감보다는 외적 보상을 얻기 위한 일의 수단적 가치에 몰두하게 된다. 이 경우 직원들은 업무를 좁게 정의해 주어진 과업의 범위 내에서 지시에 따라 기대되는(혹은 기대된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성향을 보이며, 업무 수행과 관련해 주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일에 대한 보상은 창의성을 죽인다(creativity killer)는 주장까지도 제기되었다.
 
이와 반대로 1990년대 후반부터 보상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Eisenberger & Rhoades, 2001) 6 .보상은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제약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당 직원의 업무 수행이 조직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조직이 보상으로 직원들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자신감과 업무 자체에 대한 자기 결정 능력(self determination or empowerment)을 강하게 느끼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적 보상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회사의 외적 보상이 직원 통제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보상 제도를 활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보상이 실제로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보상이 창의성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많은 경영학 관련 연구들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진행되어온 점을 고려한다면 보상이 직원들의 창의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국내 조직의 맥락 안에서 경험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보상이 국내 기업의 직원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직무의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
앞서 밝힌 것처럼 보상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전통 심리학에서는 직무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열정 등에 기인하는 직무의 내재적 가치가 창의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최근 연구들은 외재적 보상으로도 창의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직장인들이 직무의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에 분포되어 있는 41개 조직(제조업 21개, 연구소/연구개발(R&D)센터 9개, 금융기관 7개, 컨설팅 회사 4개)에서 일하는 직원 241명을 대상으로 연구 7 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주관성에 의해 연구 결과가 편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응답자들은 업무의 내재적 가치, 외재적 보상 등에 대해 보고하고, 결과 변인이 되는 창의성은 응답자들의 동료가 보고하도록 했다. 응답자와 동료들이 별도로 작성한 설문지를 연구 팀으로 직접 우편 발송하도록 해 보고 내용의 익명성을 확보했다.

<그림1>에 제시된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 모두 국내 기업 직원들의 창의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일 자체에서 느끼는 도전감, 흥미, 성취감 등에 근거한 내재적 가치는 직원들의 창의성에 대한 심리적 몰입 혹은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함과 동시에, 동료들이 평가한 창의성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었다. 반면에 외재적 보상은 창의적 성과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기보다는 창의성에 대한 몰입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외재적 보상으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보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직원들이 보상에 대해 갖는 개인적 가치의 중요성
위 연구에서 보듯이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 모두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만족하도록 직무를 재설계(job redesign)하고 업무 성과 특히 창의적 성과에 대해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조직의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같은 기업 내 직원들도 일이나 보상에 대해 매우 다양한 가치와 동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내적이든 외적이든 자기 업무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대가 혹은 업무 유인(incentive)을 선호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물론 금전적인 보상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형태의 보상의 상대적인 중요도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바르톨과 로크 8 역시 돈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즉각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직원들이 각각 다른 형태의 업무 유인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그 유인이 가지는 창의성에 대한 효과가 다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금전적 가치와 내적 가치 추구 사이에서 고민하듯이 직무 수행에서도 개인이 외재적 보상과 내재적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특정 보상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앞서 언급한 41개 조직의 241개 응답자-동료 쌍으로부터 수집된 자료를 활용해 선호하는 보상에 대한 개인차의 효과를 검증해보았다. 흥미롭게도 업무의 내재적 가치는 직원들이 내재적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는지(가치 중요도)와 상관없이 직원들의 창의성에 일관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내재적 가치는 사람들이 그 업무 유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관계없이 직원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외재적 보상은 이러한 형태의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다.(그림2)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실제로 외재적 보상의 가치 중요도를 낮게 지각하는 직원들은 외재적 보상이 늘수록 창의성이 오히려 저하됐다. 대부분의 개인들에게 일관된 효과를 갖는 직무 자체의 내재적 가치와는 달리 외재적 보상은 자칫 일부 직원들에게 심리적 거부감과 함께 창의성 감소라는 부정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직원 개개인의 보상에 대한 선호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외재적 보상 체제를 갖추면 조직 전체의 창의성 증진 효과는 미미해질 수 있다.

 


유형적 보상과 무형적 보상의 상이한 효과
앞서 말한 것처럼 직원들의 보상에 대한 선호도가 고려되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외재적 보상은 직원들의 창의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외재적 보상이 제공되어야 할까? 조직학 연구에서는 외재적 보상을 크게 유형과 무형의 2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유형적 보상(tangible reward)은 인센티브, 보너스, 승진, 각종 복지 혜택 등을 포함하며, 무형적 보상(intangible reward)은 상사나 동료로부터의 인정, 칭찬, 긍정적인 피드백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 기업 상황에서 어떤 유형의 보상이 창의적 성과를 도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 금융 회사 직원 284명을 대상으로 하여 후속 연구 9 를 실시했다. 이 후속 연구에서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수행 정도를 각 직원의 상사가 직접 평가했다. 

보상 효과는 직원이 특정 업무를 완수했을 때 특정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극대화된다.(Stajkovic & Luthans, 2001) 10 이런 점을 고려해 이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보다는 직원의 창의적인 성과에 대해 직접 주어지는 보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더불어 보상과 창의성의 관계를 설명하는 연결 고리로서 동기 이론(motivation theory)을 바탕으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와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의 효과를 검증했다. 내적 동기란 개인이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동기가 그 업무 고유의 만족감, 재미, 그리고 즐거운 도전 의식으로 말미암은 것을 일컫는다. 반면 외적 동기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을 획득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림3>에 제시된 분석 결과와 같이 창의성에 대한 무형적 보상은 직원들의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모두 증가시켰다. 반면 창의성에 대한 유형적 보상은 두 종류의 동기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상사가 평가한 직원의 창의적 성과는 외적 동기와는 정(+)의 관계를, 내적 동기와는 부(-)의 관계를 나타냈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직원의 창의성을 장려함에 있어 더 효과적인 보상의 종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즉, 칭찬, 사회적 인정 등의 무형적 보상은 내적·외적 동기를 높여 궁극적으로 직원의 창의성을 높인다. 반면 현금 보너스와 같은 유형적 보상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는 창의성을 저하시킨다.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보상이라 하면 금전적 보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직원의 특정 행동(여기서는 직원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금전적 보상보다는 사회적 보상이 보다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일본과 미국 기업의 금전적 보상과 아이디어 제안과의 상관 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의 아이디어당 평균 보상액은 602달러로 일본 기업의 2.83달러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1인당 제안 수는 일본이 37.4건으로 미국의 0.12건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조직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성취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그림3>에 제시된 분석 결과는 유형적 보상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에 무의미하다고 보기보다는 유형적 보상과 무형적 보상이 동시에 고려되는 경우 통계적인 관점에서의 상대적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 기존 연구들과 달리 이 결과는 직원들의 내적 동기보다 외적 동기가 창의성에 보다 유의미한 효과를 가지는 것을 보여준다. 외적 동기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강조한 기존 연구들은 초중고생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비해 필자의 연구는 실제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 조직 환경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은, 특히 본 연구에서와 같이 상사가 직접 직원들의 창의성을 평가할 때 관찰 가능한(observable) 것이어야 한다. 즉 조직 내에서 직원이 창의적 성과를 내서 보상을 받을 때에는 그 창의성이 표출되어 상사나 동료가 인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직에서는 외적 동기가 직원 창의성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창의성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첫 번째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외재적 보상은 직원 창의성을 향상시킨다. 단지 직원들의 보상에 대한 가치관에 관계없이 창의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내재적 보상과 달리, 외재적 보상은 직원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직원들이 외재적 보상을 원하는지에 따라 조금은 다른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직무 재설계 등을 통한 업무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는 노력과 함께 직원들의 특성을 고려한 보상 제도 수립이 조직의 전반적 창의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보상의 다양한 형태를 고려한 후속 연구의 결과는 외국 기업들과는 달리 국내 기업에서는 창의성에 대해 금전적인 유형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직원들의 창의적 노력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시대가 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한국 사회 가치관의 저변에는 유교에 근거해 물질에 대한 추구를 속물주의로 폄하하는 경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 기업의 직원들은 금전적 보상의 중요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거나, 적어도 금전적 가치 추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으려 한다. 따라서, ‘좋은 아이디어 하나에 얼마’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직원들은 자신들의 창의적 활동을 보너스를 받거나 인사 고과 점수를 올리려는 속물적인 행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급격한 서구화에도 불구하고 체면(face saving)을 중시하는 동양권에서 물질에 대한 과도한 숭상과 함께 물질 추구를 점잖지 못한 저급한 동기로 여기는 상반된 가치관이 병존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실제로 보상이 직무 관련 성과에 미치는 효과는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기존 연구(DeVoe & Iyegar, 2004 11 들을 고려할 때에, 외국 대기업들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보상 등의 인사 제도들이 국내 기업들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사회적 인정에 근거한 무형적 보상은 직원 창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기존 연구에서도 칭찬과 인정은 내적 동기를 향상시키고, 직원 창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Deci, 1971 12 ).직원 창의성에 대한 무형적 보상은 회사 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운다. 굿맨 13 역시 무형적 보상은 직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직무 풍토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해 직무 성과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앞선 사례에서 A씨와 B씨의 경우, 그들의 창의적 성과에 대해 무형의 보상이 제시됐다면, 즉 회사 차원에서 혹은 개인 차원에서 상사나 동료들이 그들의 창의적 성과에 대하여 칭찬을 해주고 인정해줬다면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전반적으로 높은 창의적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의 상호의존성
그렇다면 업무 자체가 갖는 내재적 가치와 업무 수행에 따른 외재적 보상은 독립적으로 직원들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제까지 연구에서는 내재적 요인과 외재적 요인을 독립적으로 분리해서 보거나 외재적 요인이 내재적 요인의 효과를 상쇄시킨다는 관점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앞서 설명한 첫 번째 연구 자료를 추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은 상호의존적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업무에 충분한 내재적 가치가 존재하면(즉, 직원들이 해당 업무에서 재미를 느끼고 만족하면) 외재적 보상이 창의적 성과를 높인다.(그림4) 반대로 업무 자체에서 성취감이나 열정을 느끼지 못하면(내재적 가치가 낮으면) 외재적 보상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직원들의 창의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업무 자체의 내재적 가치 부족이 외재적 보상으로 보완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루한 단순 작업에 대해 높은 보수를 제공하더라도 단순 업무에 흥미를 느끼고 창의적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관리자들은 우선 업무의 내재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업무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첫째, 직원들이 직무를 수행할 때, 자유와 재량권, 자율성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평소에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확인이나 승인 후 수행하게 했던 일을 수행 후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둘째, 직원의 도전적인 직무 양을 늘려주는 것이다. 직원에게 도전적인 직무를 제시하는 것은 직원의 진정한 성취 기회를 증가시켜 창의성을 배양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관리자의 시간 활용 효율성에도 도움을 준다. 중요한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위임함으로써 관리자는 자기 능력이 독점적으로 필요한 일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은 도전적인 업무를 맡길 때 현재 부하 직원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업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 부하 직원에게 오히려 좌절감을 심어주고 관리자 스스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직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특히 충분한 외재적 보상을 해줄 수 없는 중소 기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려면 직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특정 업무만 가르치기보다는 전반적인 사업 내용과 회사 현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고 문제 해결을 장려하면서 주인의식을 길러주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반적으로 직원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특히 개개인이 자기 업무와 그 성과에 대해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를 선호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직원들 각 개인의 보상 선호도를 파악해 차별화된 보상 패키지를 개발하고 제공하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직원들 개인별로 차별화된 보상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R&D 분야에 근무하거나 박사급 이상의 고급 인재들은 외재적 보상보다는 무형적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영업, 마케팅, 제조업 인재들은 외재적 보상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군별로 보상에 대한 개인 선호를 구분 짓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 이보다는 직원 개인별로 선호하는 보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전사적인 직무 적성 검사를 통해 개인별로 선호하는 보상 형태가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직원들과 일하는 중간 관리자급인 팀장들을 통해 직원들이 선호하는 보상 형태를 파악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보상 형태를 알아낸 후에는 유형적 보상과 무형적 보상을 아우를 수 있는 성과 보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어떠한 보상을 어떤 비율로 조합하는 것이 직원 창의성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일지는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의 특성에 근거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유형적 보상도 개인별 욕구가 다른 만큼 다양한 제도를 구비해놓은 뒤 원하는 보상을 받도록 하는 ‘카페테리아식 보상 제도’가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맡은 업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성과를 냈을 때 점수를 부여해 각종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복지 혜택을 다양화시켜 교육, 여행, 의료 등 직원 개인이 원하는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획일적인 포상금 제도보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무형적 보상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 점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간단하지만 진심 어린 ‘수고했어’라는 칭찬과 해당 직원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성과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크게 표현하는 방법도 좋다. 직원들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하려면 그가 잘한 일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직원의 좋은 성과를 인정했음을 보여줘야 한다.
조직 문화를 개선해 조직 전반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도록 할 수도 있다. 주요 대기업의 CEO들이 신년사나 뉴스 레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한킴벌리는 평생 학습을 기반으로 한 근무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유한킴벌리의 생산직 사원들은 4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4일간 근무(야간 12시간)한 뒤 4일 쉬고, 4일간 근무(주간 12시간)하고 3일 쉰 후 나머지 하루에 회사에 나와 초과 근로 수당을 받으면서 교육을 받는 제도다. 연간 일정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직원에게 사전에 제시한 후 창의적 제안 활동을 위한 교양 수업을 진행한다. 2008년 유한킴벌리 생산직 사원들이 받은 교육 시간은 1인당 평균 306시간. 직원들에게 학습 기회를 줘서 생산 현장에서 본인이 느끼는 당면 문제와 해결 방안을 스스로 발굴하기 위한 교육이다. 평생 학습 시스템 도입 후 이 회사 군포 공장 직원 1인당 아이디어 제안 수는 1998년 4.3건에서 2008년 11.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다른 동료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보수가 절대적인 보수 금액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Beer & Cannon, 2004) 14 는 점을 고려할 때, 외재적 보상을 통해 직원들 간 경쟁심을 자극함으로써 창의적인 노력에 대한 개인 동기를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관리자가 이러한 경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성과 수준이 낮은 일부 직원이 이를 불공정하게 느낀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해야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직원들 간 경쟁심을 활용한 방법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 창의성과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강화하는 전략도 있다. 이때에도 업무와 관련한 내적, 외적 요인이 균형 있게 관리되어야 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DBR TIP동기부여 관련 주요 변수의 개념
내재적 가치와 내적 동기, 외재적 보상과 외적 동기는 얼핏 보면 비슷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으나 범주 자체가 다르다.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지각하는 환경에 대한 것으로, 각각 직무 자체의 특성과 조직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외부 상황적 변수를 말한다.

반면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는 직무 관련 외부 환경이 아닌 개인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개념들이다. 과업 수행 과정에서 개인들은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의 유무에 따라서 내적 혹은 외적 동기라는 마음속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직무 환경으로서의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은 직원들의 내적, 외적 동기 혹은 업무 몰입 등과 같은 직무 관련 심리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행동과 성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최진남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 심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조직 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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