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나 대신해 줘(DIFM)’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금융, 쇼핑, 여행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만 알려주면 AI가 알아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이는 콘텐츠 유통, 사용자 인터페이스, 정보 검색 등 산업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며 기업 전략의 재편을 요구한다. 독점, 윤리적 책임,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우리의 업무와 삶의 방식을 혁신할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임이 분명하다.
08 Business Trend Insight
DIFM(Do-It-For-Me)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나 대신해 줘(Do-It-For-Me)’라는 한마디만으로 일상의 많은 일을 자동 처리해주는 현상.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다 계획하고 실행해주는 경제가 도래할 것임.
AI 에이전트, 새로운 AI 동료의 탄생아침 7시, 스마트폰 화면에는 밤사이 도착한 여러 개의 ‘처리 완료’ 알림이 가득하다. 월세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 및 협상됐고 다음 주 출장 항공권과 호텔이 확정됐다. 아이의 코딩 캠프는 추가 모집 공지가 나자마자 자동으로 e메일을 보내 대기자 명단에서 등록으로 전환됐으며 겨울 대비 보일러 교체 견적도 세 곳에서 비교해 최적의 일정으로 예약이 끝났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보험 갱신·보장 최적화도 완료됐다. 심지어 주말 장보기까지 대행 주문이 완료돼 있다.
놀랍게도 내가 직접 한 일은 하나도 없다. 대신 규칙과 취향을 학습한 나의 AI 에이전트가 외부 시스템들과 안전하게 연결돼 필요한 제안–결정–실행 과정을 알아서 끝마쳤을 뿐이다. ‘나 대신해 줘’라는 한마디만으로 삶의 많은 일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모습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속 미래가 아니다. 2025년 현재 디지털 경제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하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비교 사이트를 찾아보는 등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는 DIY(Do-It-Yourself) 방식에 익숙했다. 이를 흔히 필요한 걸 직접 찾아보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래할 AI 에이전트 시대는 ‘나 대신해 줘’가 새로운 기본값으로 자리 잡는 DIFM(Do-It-For-Me) 경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다시 말해 더 똑똑해진 AI가 직접 결정하고 실행까지 해주면서 우리는 원하는 바를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검색은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해 2025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6년이 AI 에이전트 상용화의 ‘와우(Wow) 모멘트’를 경험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알아서 척척 해주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에이전트형 AI(Agentic AI)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기존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 프롬프트에 반응하는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능동형 AI다. 스스로 환경을 파악해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가 현실이 된 배경에는 거대 언어모델(LLM)의 발전과 API 연동 기술의 발달, 이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 에이전트에 대한 사용자 수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젝트 마리너’ 개발진은 “사용자가 더 이상 웹사이트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고 AI 시스템이 대신 상호작용해 필요한 일을 해주는 방향으로 UX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사용자는 원하는 목표만 말하면 AI가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금융 산업에서 싹트는‘Do-It-For-Me’ 혁신AI 에이전트의 물결은 가장 먼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시티그룹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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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르면 앞으로는 개인마다 금융상품 선택과 거래 실행을 돕는 AI 봇이나 에이전트를 두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제 누구나 은행원 비서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투자 자문, 대출 관리, 자산 배분 같은 작업을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수행해주면서 과거에는 돈 많은 사람들만 누리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모두가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이런 에이전트형 금융 비서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 뱅킹 업계에는 AI 챗봇을 넘어 고객의 자산 상황을 모니터링해 알아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거나 자동으로 빚 상환과 저축 이전까지 처리해주는 ‘자율 금융(Autonomous Finance)’ 개념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일부 자산관리 핀테크는 흥미로운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사용자 계좌와 연동된 AI가 월말마다 남는 돈을 자동으로 저축이나 투자 계좌로 이체한다. 동시에 가장 유리한 대출 리파이낸싱 기회를 포착해 알려주기도 한다.
보험 분야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수많은 보험 상품을 비교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보장 조합을 추천하고 갱신이나 청구 절차까지 대행해주는 모습이 머지않아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상반기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의 64%가 AI 스타트업에 몰릴 정도로 자본시장 역시 이 흐름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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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으며 특히 자율 에이전트와 디지털 동료(digital co-workers)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대형 금융회사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JP모건을 포함한 월가 은행들은 사내 거래부터 고객 응대까지 자동으로 해줄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있고 일부 자산운용사는 AI 투자분석 에이전트를 도입해 펀드매니저와의 협업에 사용하고 있다. 2025년 금융 분야에서 본격화될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상용화 물결은 금융업의 효율성과 개인화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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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꾸는 AI 에이전트 사례들AI 에이전트의 위력은 비단 금융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이 ‘Do-It-For-Me’ 모델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은 앞다퉈 개인의 디지털 대리인 역할을 할 AI 에이전트를 개발·출시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1) 쇼핑 도우미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건을 사주는 AI 쇼핑 도우미를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자체 거대 언어모델 루퍼스(Rufus)를 훈련시켜 고객의 취향과 구매 패턴을 학습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AI가 고객을 대신해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거나 결제까지 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예를 들어 아마존의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즐겨 읽는 소설 시리즈 신간 출시를 감지하면 이를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넣거나 구매까지 완료해줄 수 있다. 나아가 캠핑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다 사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캠핑에 필요한 물품 일체를 예산 한도 내에서 알아서 주문하는 것도 머지않은 미래다. 아마존의 한 임원은 이처럼 고객 대신 최적의 구매 결정을 내려주는 AI가 전자상거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언급했다.이런 변화는 쇼핑 산업의 게임 룰을 바꾸고 있다. AI가 고객을 대신해 상품을 찾다 보니 화려한 광고나 웹사이트 디자인보다는 정확한 상품 정보가 더 중요해졌다. 상품 사양, 재고 현황, 배송 정보 등 AI가 쉽게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2) 여행 비서여행 계획 수립과 예약도 더 이상 우리가 일일이 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AI 여행 에이전트들은 수백 개의 항공편 옵션과 호텔 리뷰를 몇 초 만에 검토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여정 계획과 예약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오토(Otto)는 AI가 사용자의 선호도를 파악해 항공권, 호텔, 렌터카 예약을 한 번에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구글 역시 AI가 여행 일정을 짜고 예약까지 돕는 기능을 자체 테스트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이 2024년 말 공개한 ‘프로젝트 마리너’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간단한 요청만으로 웹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해 항공편 검색부터 결제 직전 단계까지 모든 웹상의 클릭 업무를 수행했다. 아직 결제 정보를 입력하거나 최종 승인을 하는 단계는 남겨뒀지만 이러한 웹 탐색형 AI 비서는 항공권 예매, 호텔 예약, 렌터카 대여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대신 처리해줘서 사용자는 결과만 확인하고 승인만 하면 되는 수준까지 다가섰다.
3) 맞춤형 개인 비서AI 에이전트는 일정 관리, 가정사 처리 등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오픈AI가 2025년 7월 선보인 챗GPT의 ‘에이전트 모드’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e메일, 캘린더, 웹브라우저, 심지어 명령줄 터미널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복잡한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캘린더를 확인해서 다가오는 미팅을 관련 최신 뉴스와 함께 요약해 달라거나 4명이 먹을 일본식 아침 식사 메뉴를 계획하고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면 챗GPT 에이전트가 알아서 웹에서 정보를 찾고, 일정을 조율하고, 쇼핑몰에 로그인해 장바구니를 채워 결제 직전까지 진행해준다. 심지어 세 경쟁사의 정보를 분석해 슬라이드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보고서 작성을 넘어 파워포인트 파일까지 완성해줄 정도다.
앞으로 일상에서도 주치의 예약이나 집 배수관을 고쳐줄 업체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면 AI가 알맞은 전문의를 찾고 일정 예약, 주변 평판 좋은 배관공을 수배해 방문 일정을 잡아주는 식으로 일상 속 잡무를 덜어줄 수 있다. 현재도 이미 일부 가정용 IoT 플랫폼에서 냉장고가 자동으로 부족한 식재료를 주문하고 AI 스피커가 가족 일정에 맞춰 약속을 잡아주는 기능이 도입되고 있다.
산업 지형의 구조적 변화1) 콘텐츠 패러다임의 전환산업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콘텐츠 유통과 정보검색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해 콘텐츠를 찾았지만 이제는 AI 기반 검색과 에이전트 추천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예컨대 챗GPT나 빙(Bing)의 AI 답변처럼 한 번의 질문에 원하는 정보가 요약돼 제공되는 ‘제로 클릭’ 검색이 확산되고 있는데 가트너에 따르면 전통적인 검색 쿼리량이 2026년까지 25% 감소하고 그만큼 소비자들이 AI 답변 엔진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사용자가 일일이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콘텐츠 제공자의 브랜드 노출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AI가 바로 답을 해주기 때문에 소스 사이트 방문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설령 AI가 출처를 표기하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깊게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업계는 AI에 선택받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 전략이 요구된다. 단순히 트래픽을 모으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AI 모델에 신뢰받는 권위 있는 정보원이 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이를 위해 콘텐츠 구조와 포맷을 AI 친화적으로 만드는 AI 최적화(AI Optimization)가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메타데이터 부여, 스키마 마크업 활용, 콘텐츠의 논리적 구조화는 기본이며 깔끔한 HTML/Markdown 형식과 명확한 제목·요약을 제공해야 AI가 해당 콘텐츠를 찾아 요약하기에 용이하다. 사이트의 로딩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크롤러 접근을 일정 규칙에 따라 허용해 AI 에이전트의 정보 접근을 막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특히 키워드 중심 콘텐츠 전략은 의도(Intent) 중심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 과거의 키워드 전략이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검색할까’에 집중했다면 의도 중심 전략은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질문을 던졌는가’를 추론하고 그 맥락을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즉 단어 일치보다 맥락과 목적의 일치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중견 제조사가 쓸 만한 CRM 상위 3개를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는 단순 제품 나열이 아니라 중견 제조업의 운영 현실과 예산, 주요 기능 요구사항, 기존 ERP 연동성, 도입 사례 등을 포함한 심층적 비교가 필요하다. AI가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했을 때 곧바로 신뢰할 수 있는 답변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성과 구조를 갖춘 콘텐츠를 생성해야 한다. 이는 곧 단편적인 키워드 삽입보다 문제 해결 중심의 깊이 있는 자료를 구축하는 것이 AI 시대의 검색·추천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2)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변화AI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AI가 곧 인터페이스가 된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각종 앱과 웹사이트를 직접 열고 조작해야 했지만 이제 AI 에이전트가 여러 앱과 플랫폼을 대신 접속해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은행 앱, 쇼핑 앱, 일정 관리 앱 등을 번갈아 쓰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음성이나 채팅으로 AI에 지시만 하면 AI가 알아서 여러 개별 앱에 로그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
이러한 멀티 앱 자동화 능력 덕분에 사용자는 앱을 직접 설치하거나 배울 필요조차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AI가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편의 향상을 넘어 플랫폼과 앱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고객관계관리(CRM)와 세일즈 분야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기존에는 영업사원이 일일이 고객 데이터를 입력하고, e메일을 보내고, 미팅을 잡았다면 이제 AI 영업 에이전트가 이런 반복 업무를 상당 부분 떠맡을 수 있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영업사원들은 본연의 판매 활동에 28% 정도의 시간만 쓰고 나머지는 행정 업무에 소비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업팀이 AI 에이전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AI 세일즈 에이전트는 CRM 시스템과 연동돼 고객 데이터를 학습하고 고객 문의에 자동 응답, 맞춤형 제안 e메일 발송, 일정 조율 및 미팅 예약, 견적서 작성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간단한 챗봇과 달리 이런 에이전트는 대화 과정에서 학습하고 판단해 인간 판매원처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런 자동화를 통해 인력 부담을 크게 줄이고도 영업 기회 실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3) 검색의 질의응답 패러다임의 교체마지막으로 정보검색 자체가 AI 인터페이스에 의해 재정의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제 챗봇이나 음성 비서에게 질문을 던지면 즉답을 듣는 형태를 선호하며 고전적인 검색 결과 페이지(SERP)의 파란 링크 10개가 나열되는 모델은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가 4년 만에 기업가치 20조 원을 돌파하자 구글도 3월에 검색 결과에 AI 모드를 추가했다. 이제 검색도 질문하고 답변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AI는 질의에 답할 때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참조해 요약하기 위해 콘텐츠의 품질(E-E-A-T, 전문성·경험·권위·신뢰)과 정보 구조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에 따라 SEO 개념도 AI 에이전트 최적화(AAO)라는 새로운 용어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는 자사 제품 설명이나 콘텐츠를 AI가 쉽게 파싱하고 이해하도록 정련하는 작업을 뜻한다.제품 데이터의 스키마 마크업, FAQ 형태의 Q&A 데이터 제공, 고객들이 실제 묻는 표현으로 콘텐츠 구성 등이 AAO의 예로 이미 여러 브랜드가 AI 시대에 걸맞은 선제적 최적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결국 검색과 콘텐츠 노출의 주도권이 구글 알고리즘과 같은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로 넘어감에 따라 기업들은 우리 콘텐츠를 AI가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AI 에이전트 경제의 새로운 기회1) 기업 전략의 근본적 변화AI 에이전트 경제에는 기술 스택과 비즈니스 전략 전반에 걸쳐 AI 친화적 전환이 요구된다. API를 통해 외부 AI와 손쉽게 결합될 수 있는 AI 네이티브(Native)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유리하며 초창기부터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개방해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이미 API 퍼스트(API-first) 아키텍처로 개편하고, 실시간 데이터 피드를 외부에 제공하며, 머신러닝 모델 최적화용 상품 태그를 관리하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플랫폼 기업도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 중이다.
쇼피파이의 경우 AI 에이전트가 자기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매하는 상황을 우려해 자사 결제 경로를 에이전트가 우회하지 못하도록 로봇츠닷텍스트(robots.txt)4
에 차단 규칙을 추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픈AI와 손잡고 AI 기반 쇼핑 검색을 도입하는 등 이중적인 전략을 채택했다. AI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뒤처지고, 받아들이자니 기존 수익 모델이 침해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게이트키퍼를 간과하는 것이다. 누가 소비자를 대리하는 AI를 쥐고 있는가에 따라 향후 시장 영향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소비자와 상품/서비스 사이의 에이전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 에이전트 채널을 지배하는 자가 연간 수조 달러 규모의 거래 흐름을 좌우하는 왕좌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전통 기업들도 AI 에코 시스템과 연계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AI 모델에 우리 데이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에이전트들이 우리 서비스를 선택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경영진 차원에서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2) 신생 기업들의 도전이 과정에서 신생 기업들과의 협력도 중요해졌다. 최근 등장한 스타트업들은 바로 이런 틈새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스카이파이어(Skyfire)는 에이전트 체크아웃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는 AI 에이전트가 일반 사용자를 대신해 어떤 쇼핑 웹사이트에서든 결제를 완료하게 해준다. 쉽게 말해 모든 웹사이트를 AI가 소비할 수 있는 일종의 API로 변환하는 기술이 성공한다면 화려한 웹스토어 인터페이스 자체를 무력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또 다른 스타트업 라이(Rye)는 범용 판매 API를 표방하며 브랜드들이 일일이 각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와 제휴하지 않아도 한 번의 통합으로 모든 플랫폼에 상품을 노출하고 주문을 처리하도록 돕고 있다. 이런 솔루션은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소스에서 상품을 찾고 주문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금융권에서도 스타트업 엘로퀀트(Eloquent)는 은행의 내부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인간 직원처럼 투입해 사람이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처리하던 복잡한 대출 심사나 사기 조사 등을 AI가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화면 UI를 통해 AI가 사람처럼 작업하기 때문에 며칠 만에 자동화를 이뤄낼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선 수년 걸리던 IT 통합 없이 AI 도입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획기적이라는 평이다. 이처럼 각 산업 도메인에 특화된 에이전트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해 새로운 B2B 솔루션과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3) 기회의 창과 정책적 시사점AI 에이전트 경제의 도래는 후발 주자들에도 많은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AI 에이전트가 플랫폼을 초월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낸다면 오히려 기존 거대 플랫폼의 울타리가 약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AI 쇼핑 에이전트는 아마존 같은 특정 하나의 앱만 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쇼핑몰, 가격 비교 사이트, 브랜드 직영 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탐색해 최고 가성비의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그래서 신생 업체나 중소 브랜드도 데이터와 상품만 좋다면 AI 추천을 타고 존재감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 예산이 아닌 데이터 투명성·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장터가 열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기술의 진화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탄생하고 기존 공룡 기업에 가려졌던 중소기업도 대등하게 경쟁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우려도 존재한다.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 자리 잡을 AI 에이전트 기업이 소수 거대 기업으로 집중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독점과 종속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에이전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표준 API와 프로토콜의 확립, 데이터 접근에 대한 투명한 정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오픈뱅킹과 같이 데이터 공유를 장려하는 정책은 다양한 금융 에이전트 서비스의 출현을 도울 수 있다. 또한 AI 에이전트의 의사결정 로직에 대한 검증과 규제도 논의돼야 한다.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정보를 중개하는지, 잘못된 판단 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의 문제다. 이런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다룬다면 에이전트 경제는 소비자 후생과 혁신을 함께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대한민국도 AI 에이전트가 이끄는 DIFM 경제의 변화를 이미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 올 것인가’가 아니라 ‘이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기회로 전환할 것인가’다. 소비자는 더 이상 앱을 전전하며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 목표를 말하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계획하고 실행한다. 이런 변화는 한국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강점, 예컨대 모바일 UX, 빠른 물류, 높은 결제 보급률을 다시 유효하게 만들 수도,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의 부상이 인터넷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으로 경제·산업에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한다. 실제로 AI 에이전트 기술은 기업의 운영 방식까지 바꿔 놓고 있다. 월마트는 방대한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했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제 기업의 IT 부서가 수많은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HR 부서처럼 될 것이라는 엔비디아 CEO의 말처럼 조직 내에서 AI 에이전트를 인력처럼 운용하는 그림도 머지않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쟁 우위의 판도도 재편되고 있다.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와 인프라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은 한발 앞서 강력한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시장 장악력을 높일 태세다. 반면 개인화된 에이전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AI 에이전트에 신용카드 정보를 맡겨도 될까? 라는 의문이 아직 남아 있다. 잘못된 판단이나 오작동 시 발생할 위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AI 에이전트의 판단에 의존했다가 잘못된 상품을 구매하거나 중요한 일을 빠뜨린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지 등 윤리·법률적 문제도 논의가 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AI 악용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AI 에이전트가 발전함에 따라 해커나 범죄자가 이를 악용해 자동화된 피싱, 금융 사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딥페이크를 이용한 금융 사기가 최근 3년간 2000% 이상 급증해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보안과 통제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AI 에이전트 시대의 중요한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에이전트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모든 개인과 기업이 하나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거느리게 될 미래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 변화의 폭은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혁명에 비할 만하며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 전반에 혁신을 몰고 올 것이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AI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는 것으로 점점 축소되고 AI는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를 책임지는 든든한 동료가 돼 간다. DIY에서 DIFM으로 전환되는 경제에서 우리는 더 풍부한 여가와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어느 2026년의 평범한 저녁 풍경을 상상해본다. 하루 종일 수고한 나의 에이전트들에 간단히 “고마워, 잘했어”라고 인사를 건네고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말이다. 나를 대신해주는 AI와 함께라면 머지않아 현실이 될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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