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 기업에서 사업부 간 시너지는 우량 사업부가 부실 사업부를 지원하는 가치 이전적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희생적 시너지가 발생할 경우 공여 입장의 사업부엔 피해의식, 수혜 입장의 사업부엔 타성적 사고가 퍼져 기업 전체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로 다른 사업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공생적 시너지를 구축할 수 있어야 최근과 같이 경쟁이 심화된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범위의 경제, 거래비용 절감 등 사업부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요인을 명확히 파악하되 시너지가 쉽게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 적합성, 실현 가능성, 영향력 등을 고려해 시너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전사적 시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주주 가치 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영미권 자본시장에서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자들을 향해 외치는 요구 가운데 “뜨개질에 집중하라(Stick to the Knitting)”는 말이 있다. 기업은 여러 사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뜨개질이든 뭐든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업에만 전적으로 충실하라는 얘기다. 아울러 투자 위험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하나의 사업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기업들을 바구니에 담아서 투자자가 할 터이니 일개 기업이 그런 일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경고성 경언 내지는 조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이 한 산업에서 계속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모 확장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가 복수화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다. 특정 기업 단위의 사업다각화가 더욱 확장되면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11기업그룹에 따라 ‘그룹사’ ‘관계사’ ‘멤버사’ ‘패밀리사’ 등 명칭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닫기들로 구성되는 기업집단(business group)이 형성된다. 뜨개질만 하면 된다는 투자자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 일반적으로는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사업을 여러 개 하면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학적 근거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기업 외부의 자본, 노동, 상품 시장 메커니즘이 불완전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장을 기업 또는 기업집단 내부에 형성 및 운영해 그에 따른 효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주장은 상대적으로 자본, 노동, 상품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신흥 국가에서 다수의 대규모 기업집단이 나타나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종종 사용돼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 효율성이 높은 구미(歐美)의 선진국에서도 복수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나 기업집단이 항상 존재해왔고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도 전반적으로 시장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어 그 설명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지환jihwanlee@kaist.ac.kr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이지환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영학회, 한국전략경영학회, 한국국제경영학회 등의 임원을 맡고 있으며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 한국생산성본부 ESG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