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BTS의 콘서트는 K컬처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 굳게 닫혀 있었던 중동의 문화 시장이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그 한복판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약진하고 있다. 중동 한류의 기저에는 석유 의존형 국가 경제를 벗어나 관광·문화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맞물려 있다. 인구의 50% 이상이 만 25~35세 청년일 정도로 젊다는 점, 아랍 인종에 더해 아프리카, 튀르키예, 인도, 파키스탄, 동남아시아 지역 등 수많은 인종이 다채롭게 공존한다는 점도 한류 콘텐츠를 주류 문화의 자리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다만 아직은 첫걸음일 뿐이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한류 콘텐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핫스폿(HOTSPOT)’ 전략이 필요하다. 중동 문화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성과로 바꿔놓을 열쇠다.
K팝을 필두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게임과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이미 세계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에서 한국 콘텐츠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여러 나라 음악 차트에선 K팝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넷플릭스의 역대 톱10 순위에도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한국 작품이 올라 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비영어권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한국 게임이나 한국 웹툰의 세계시장 점유율, 접속률 등 다양한 지표를 따져봐도 결론은 한 가지다. 한국 콘텐츠의 질적인 성장과 성취가 매우 높은 수준이고 세계적으로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동이라는 낯선 지역에서의 한류 현상은 단순히 한국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과 매력만 가지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와 함께 맞물리면서 한류는 날개를 더욱 펼칠 수 있게 됐다. 그 기저에서 작용하고 있는 중동 한류의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는 중동 시장을 이해하고, 그 시장을 선점할 중장기 전략을 세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내믹 중동, 그리고 중동의 한류 현황
세계시장에서 메인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K팝. 그러나 이 K팝이 주로 소비되는 나라는 여전히 일본, 중국, 미국이다. 이 빅3가 K팝 음반 수출 전체 시장의 75.5%11한국국제교류재단 2023년 발표 기준.
닫기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사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메나(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한류 팬이 10년 동안 130배 폭증했다는 사실이다.22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한류 동호회에 소속된 사람 수는 233만 명 규모로 10년보다 130배 늘었다. 동호회 회원 수는 2023년 440만 명 규모까지 증가했다.
닫기 실제로 한류 행사의 규모 역시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렸던 CJ ENM의 케이콘(KCON)은 8000명 규모였지만 2022년 리야드에선 훨씬 큰 2만 명 규모로 열렸다.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는 3만 명 규모로 진행됐다.
박영은 ypark77@inu.ac.kr
국립인천대 글로벌정경대학 무역학부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 및 알야마마대(Al Yamamah University)에서 경영대학 교수로, 프린스슐탄대에서 전략센터(Strategic Planning & Development Center) 센터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가 평가위원, 재외동포청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024 문화소비트렌드』 『문화트렌드 2023』 『엔터테인먼트 경영전략』 『엔터테인먼트 경영학』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