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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소비자 사이 ‘중간 지점 물류’를 잡아라

물류센터 연결 ‘미들 마일’ 37조 원 시장
화물이 아닌 ‘효율’ 실어 날라야 승자

엄지용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미들마일 물류는 수출입 공급망의 중간 연결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디지털 혁신은 비교적 더뎠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릴 경우 유연한 공급망 운용과 재고관리 등이 가능해진다. 스타트업부터 물류·디지털 분야 대기업까지 연간 시장 규모 37조 원짜리 미들마일 시장을 놓고 혁신 경쟁을 펼치기 시작한 이유다. 화주사와 화물차주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여러 주체를 거쳐 운송을 주선 받는 ‘다단계 운송 주선’ 구조는 미들마일 시장의 대표적인 페인포인트다. 이에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기업들은 보다 직관적인 플랫폼과 운송 효율성을 높일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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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물류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이 있다면 단연 ‘미들마일1 물류’를 꼽을 수 있다. 2023년을 기점으로 KT 물류자회사 롤랩의 브로캐리, 티맵모빌리티의 티맵화물, LG유플러스의 화물잇고까지 통신 3사 모두가 직접, 혹은 계열사를 통해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 진입했다. 택시, 대리 등 여객운수를 넘어서 물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퀵서비스 다음 시장으로 화물운송을 노리며 ‘카카오T트럭커’를 출시했으며 CJ대한통운 역시 과거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화물운송 플랫폼 ‘더운반’을 론칭하며 이종 기업들의 디지털 물류 영역 침공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대형 자본이 화물운송 시장에 진입한 공통적인 이유는 역시나 수십조 원에 육박한다고 평가받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미들마일 화물운송 시장 규모를 37조 원 규모로 추산했다. CJ대한통운은 2021년 기준 화물운송 시장 규모는 31조 원이며 2030년까지 34조 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미들마일 시장의 혁신 전쟁은 국내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들마일은 수출입 공급망의 시작과 끝이자 중간 연결점을 담당한다. 한국으로 수입된 원자재 및 완제품은 미들마일 운송을 통해 국내 공장과 물류 거점, 점포 등의 거점으로 공급된다. 반대로 한국에서 생산되고 보관된 재고는 미들마일 운송을 거쳐 항만 및 터미널로 이동하고 국제물류 운송수단을 통해 전 세계 거점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미들마일 화물운송 시장은 생산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아웃바운드 물류 분야에서도 디지털 혁신을 할 여지가 가장 큰 영역으로 꼽힌다. 새벽배송 등 이커머스 업체 간의 치열한 고객 접점 서비스 경쟁으로 이미 디지털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라스트마일과 달리 여전히 전통적인 사업 구조가 많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미들마일 시장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경우 유연한 공급망 운용과 재고관리 등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요 공급에 맞춰 더욱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급망 중단 등의 위기 사태를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들마일 시장의 페인포인트,
‘다단계 운송 주선’

물론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운송 서비스 공급자(화물차주)와 수요자(화주사 및 운송사, 주선사)를 연결하는 비즈니스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전국24시콜화물을 필두로 원콜, 화물맨 등 화물 정보망 사업자들이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보망 사업자는 화주사와 화물차주를 직접 연결하기보다는 운송 및 주선사가 자체적인 화물차주 네트워크만으로 그들이 영업한 화주사의 주문 요청을 처리하기 어려울 때 긴급하게 화물차주를 수배하는 ‘용차’ 용도로 주로 활용되곤 했다. 플랫폼이 화주사를 영업해 직접 중개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에서 화주사를 영업하고 서비스를 관리하는 주체인 운송 및 주선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화물차주 네트워크 제공자 정도로만 활용됐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디지털 물류 시장에 진입해 기회를 보고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다단계 운송 주선’ 구조를 시장의 태생적인 숙제이자 기회로 언급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카고형 화물차주의 톤급별 운송 거래 단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두 개 이상 운수사를 거치는 3단계 이상 운송 주선 비중은 26%로 조사됐다. 특히 8t 미만 차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비중은 37.1%까지 치솟는다.

CJ대한통운 관계자에 따르면 2~3단계 이상 다단계 주선 거래로 인해 통상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의 10~30% 정도가 중간 중개자의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화주사와 화물차주의 직접 연결을 플랫폼이 만들 수 있다면 화주사에는 이전보다 더 적은 운임을, 화물차주에는 기존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플랫폼이 이익을 보는 3자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다단계 주선 구조’가 만드는 분절된 시스템의 한계를 곧 기회로 주목한 곳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통합 시스템 없이 메신저, 문자, e메일 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다단계 구조로 인해 업무 상황은 화물운송 서비스 수요자인 화주사에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분절된 시스템으로 데이터 또한 기록되지 않았기에 이를 바탕으로 개선된 기능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바꿔 말하면 이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화물운송 전체 업무 프로세스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면 기존 시장 대비 경쟁 우위를 갖춘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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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만드는 효용이란 무엇인가

그중에서도 시장에 진입한 대부분의 화물운송 플랫폼이 핵심 역량으로 언급하는 디지털 물류 서비스가 있으니 배차율을 높이는 적정 요금 추천이다. 화물운송은 택시나 버스, 지하철처럼 표준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 출도착지와 이동 거리, 이동 시간, 이용하는 화물 차량의 종류와 설비, 화물의 특성과 물량, 상하차 등 부가 작업 여부에 따라서 단가는 시시각각 바뀐다. 이에 화물운송 플랫폼들은 화주의 물류 서비스 니즈와 화물차주의 업무 선호도, 외부 시장 변수 등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 견적에 맞춤 배차하는 서비스 제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티맵화물이 플랫폼 론칭에 앞서 가장 먼저 고민하고, 오랫동안 분석해온 역량은 ‘운임 가시성’ 확보였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운송사 ‘와이엘피’를 인수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100만 건 이상의 운송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배차 성공률을 만드는 운임을 자동 계산해 노출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플랫폼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2023년 기준, 높게는 94%의 배차 성공률을 만들어냈다.

CJ대한통운의 화물운송 플랫폼 더운반이 화주 영업에 있어서 내세우는 경쟁력 역시 ‘운임 예측’이다. 더운반은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차주들의 운행 노선, 노선별 운임, 이동 거리, 요일, 시간대, 날씨, 운송 품목 등 운임에 영향을 주는 여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화주사에 미래 시점 운임을 10%의 오차 범위 안에서 제안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렇게 제시한 운임의 적중률은 90~95% 이상이며 AI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성능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롤랩이 운영하는 화물운송 플랫폼 ‘브로캐리’ 역시 AI 기술 기반 적정 요금 추천 서비스를 플랫폼에 적용했다. 기본적으로 화물차주들은 브로캐리 플랫폼에 가입할 때 차량과 관련된 정보들을 입력하고 화물차주들의 이동 데이터는 계속해서 플랫폼에 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물차주의 차량 특성과 선호 노선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주사가 운송하는 물량 특성을 고려해 연결, 배차 성공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트럭커 또한 플랫폼 매칭의 핵심 기술로 ‘맞춤 주문’을 강조한다. AI 기반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엔진을 통해서 플랫폼을 사용하는 여러 차주에 최적화된 노선의 물량을 분배한다. 따라서 화물차주의 동선이 겹치거나, 이탈하거나, 물량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같은 물류 플랫폼들이 강조하는 역량은 대동소이하다. 모두 화물운송 업계의 표준화되지 않은 운임 구조하에서 ‘적정 가격’을 추천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강조하고 있으며 또 가격 추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화주사들의 서로 다른 운영 측면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설명했던 데이터 기반 맞춤 배차 역량뿐만 아니라 화주사 대상 운송 가시성 제공, 화물차주 대상 빠른 정산,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업무 지원과 같은 서비스들은 현재 시장 경쟁을 벌이는 디지털 화물운송 플랫폼들이 공통 역량으로 들고 나온 경쟁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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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여전히 화물운송 업계에서는 ‘디지털’ 역량만으로 다가가기 쉽지 않은 영역도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태생이 B2B인 화물운송 사업은 기본적으로 ‘영업’을 바탕으로 물량을 창출해야 한다. 마케팅을 바탕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여객 플랫폼과는 다른 특성이며 영업에는 태생적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리베이트가 성과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예컨대 모회사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2자물류 회사를 설립하는 것까지 갈 필요도 없이 친인척이나 퇴직 임원에게 운송사를 운영하게 해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는 지금도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또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혹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여객운송과 다르게 화물운송 서비스에서 옮겨지는 화물은 말이 없다. 따라서 화물운송 시장에는 화물을 옮겨야 하는 화주사와 실제 화물을 옮기는 화물차주 간에 문제나 이슈를 조율하는 ‘운송사’와 ‘운영 실무자’가 존재했다.

물론 이들이 맡는 ‘운영’이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업무라고 보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운영의 목적은 화주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까지 화물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며 여기까지만 보면 충분히 화물운송 시장도 ‘디지털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화물운송의 디지털화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표준화되기 어려운 숱한 돌발 변수 때문이었다. 화물운송 업계에 따르면 실제 화주사의 요청은 화물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게차 상차가 필요해 지게차 운전이 가능한 화물차주를 찾을 수 있으며 오토바이와 같은 중량물 운송을 위해 리프트 및 고정 설비가 설치된 차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화물 보호를 위해 호루(천막 또는 방수포)가 설치된 차량을 요구하는 화주도 있다.

화물차주들의 취향 역시 다양한데 굳이 용달 이사만 하는 화물차주가 있는 반면 액체가 흘러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농산품은 일절 운송을 거부하는 차주도 있다.

이렇게 물류 현장의 변수가 다양한데 이에 디지털 물류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하기엔 아무래도 데이터 축적을 위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디지털 시스템이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만의 역할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긴 매한가지다. 예컨대 운송사 배차 담당자가 평소 관계를 잘 닦아둔 친한 화주사, 화물차주와의 관계를 통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비교적 완만하게 해결한 사례는 왕왕 찾아볼 수 있다. 관계에 따라서 물량이 오가고, 친밀도에 따라서 배차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하는 방식이다.

다른 예로 같은 주소지를 공유하는 거대한 물류단지가 있다고 한다면 여기 처음 방문하는 화물차주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느 곳에 주차를 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주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이렇게 세부적인 안내가 어렵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운송사 배차 담당자는 화물차주에게 목적지와 가까운 주차 장소를 안내해줄 수 있다.


분절된 협력이 발생하는 이유


현시점에서 국내 화물운송 플랫폼은 대부분 완연한 화주사와 화물차주 간의 직접 연결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다단계 주선 구조’의 폐해를 극복한다는 기치를 걸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화주사 대상 영업을 하고 차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운송사, 주선사와의 협력은 초기 플랫폼이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기반 물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운송사, 주선사와 연결된 차주 네트워크와 그들이 가진 운영 역량을 동시에 확충하는 것도 서비스 품질 증대 측면에서 효용이 존재한다.

예컨대 LG유플러스의 ‘화물잇고’는 주선사 회원을 타깃한 서비스라고 스스로를 표방한다. 즉, 주선업체들이 용달차를 구하는 플랫폼으로 화물잇고를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당장은 화물잇고가 초기 시장 침투를 위해 화물차주에게 플랫폼 사용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향후 기존 정보망 업체들처럼 월 사용료를 별도로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트럭커’는 화주사 회원뿐 아니라 주선사 회원도 함께 모집하는 구조를 운영한다. 티맵화물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화주사 대상 디지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 공급자인 화물차주 네트워크 관리 영역에서는 기존 시장의 운송 및 주선사, 정보망과 협력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화물운송 플랫폼들이 분절된 협력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초기 상품 구색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원청이나 중간상으로부터 상품을 떼어 판매하는 ‘리셀러’와 협력을 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규모를 만든 이커머스 플랫폼이 결국 리셀러가 아닌 원청 제조업체 및 브랜드사와의 직접 협력을 강화하는 것처럼 화물운송 플랫폼이 계속해서 진정한 의미의 다단계 운송 구조 혁파를 목표한다면 이들의 협력 구조는 영원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플랫폼이 디지털 역량을 갖춘 ‘운송사’처럼 변하는 모습은 계속해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기 전부터 시장에서 몸집을 부풀려온 화물운송 스타트업 로지스팟은 운송사를 인수하면서 매출 규모를 키우고, 그들이 가진 화주사 영업망과 화물차주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로지스팟은 스스로를 플랫폼보다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사로 포지셔닝했다.

다른 예로 화물운송 플랫폼 ‘브로캐리’를 운영하는 롤랩은 애초에 운송사다. 2023년 한창 롤랩이 화물운송 시장에서 영업용 번호판을 구매한 이유도 이들이 직접 화물운송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KT와 합작해 롤랩을 설립한 물류기업 팀프레시가 롤랩을 인수하는 그림까지 이어진 배경이다. 참고로 팀프레시는 화물운송 플랫폼 ‘영차영차’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사례는 많다. 티맵모빌리티는 화물운송 플랫폼 ‘티맵화물’ 출시에 앞서 운송사인 와이엘피를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은 화물운송 플랫폼 ‘더운반’을 출시하기 이전에 종합물류기업으로 운송 비즈니스를 해오던 사업자이고, ‘운영’ 역량을 플랫폼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카카오T트럭커 출시 이후 로지스퀘어 등 운송사 인수를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현대글로비스, 세방과 같은 전통적인 물류기업들이 디지털 역량을 확충해 오히려 ‘플랫폼’ 영역으로 진출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화물 정보망 운영사 역시 변화의 방향에 편승해 화주사를 직접 영업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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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를 가를 키워드 ‘데이터’


이처럼 치열한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종전 화물운송 생태계에 없었던 효용을 만드는 방향으로 업계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촉매는 데이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 플랫폼에 충분한 물량의 규모와 밀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주의 네트워크가 있다면 한 번 화물차의 이동에서 여러 화주사의 물량을 운송하는 방식으로 화물차주의 수익 증대와 화주의 비용 절감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바로 LTL(Less than Truck Load) 복화운송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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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종전 아날로그 운송사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던 전혀 새로운 디지털의 가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화물운송 플랫폼이 가장 큰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로 ‘라우팅(Routing)’을 지목했다. 하나의 화주의 주문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효율을 만들기 쉽지 않지만 향후 플랫폼에서 더 많은 주문 요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다양한 화주의 주문을 묶어서 차주들한테 혼적, 복화, 경유 배차를 연계해 큰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티맵화물 역시 화물운송 업계에 펼쳐지고 있는 저단가 출혈 경쟁을 해결할 묘수로 ‘혼적화물’을 지목했다. 합짐, 연계배차, 복화운송이라고도 불리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규모감 있게 확보하는 플랫폼이 치열한 시장 경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카고형 화물차량의 ‘혼적운행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운행 거리 기준 공차율은 26.4%로 조사됐다. 이는 실질적으로 화물차의 이동에 꽤 많은 유휴 공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동 중에 함께 적재할 수 있는 주문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공간의 비효율을 안은 채 달리고 있는 화물차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물운송 플랫폼들은 이러한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생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운행 중의 비효율을 극복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한다면 화주사와 화물차주 양측을 만족시키는 플랫폼이 탄생한다는 걸 이론적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상생’의 효율을 증명할 수 있는 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화주사의 물량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숫자의 화물차주 네트워크가 플랫폼에 유입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는 더욱 많은 화주와 차주 사이의 매칭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아직 개척해야 할 숙제가 산적한 디지털 화물운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많은 이의 도전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다.
  • 엄지용 | 커넥터스 대표

    필자는 유료 구독자 기준 국내 최대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의 창업자이자 콘텐츠 창작자다. 수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connect@beyondx.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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