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업의 성과평가 체계지만 ‘전략적 성과평가 도구’로서의 가치는 점점 더 퇴색되고 있다. 재무제표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그럴듯해 보이는 재무제표를 완성하고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대안적 성과평가 도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흐름에 부응해 등장한 게 바로 기업의 핵심 자산인 고객을 중심으로 기업 성과를 평가하는 ‘고객제표’다. 보통 기업의 전략이 바뀌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고객 관련 지표이고, 재무적 결과는 이 지표들의 뒤를 따라온다. 따라서 재무제표 관점에서 기업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더 세분화된 고객제표 관점에서 목표를 정교화하는 게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면서 원하는 재무적 결과에도 더 빠르게 도달하는 길일 수 있다.
‘회계는 필요 없다(The End of Accounting).’
다소 극단적인 제목으로 2017년 국내 출간된 이 책의 저자 바루크 레브 뉴욕대 경영학부 교수와 펭 구 버펄로대 회계학과 교수는 “100년 넘게 변하지 않은 회계의 잣대를 버려라”라는 과감한 주장으로 학계 내 자성의 목소리를 다시 끄집어냈다. 이들이 말하려는 건 회계가 정말 쓸모 없어졌다는 게 아니다. 단지 그 도구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미국의 철강 회사 US스틸이 과거 주주들에게 발행했던 1902년 사업연도 연차보고서상의 재무제표와 이 회사의 최근 재무제표가 양식과 구조에 있어 변한 게 없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기업의 ‘진짜 가치’는 이제 재무보고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학자들이 말하는, 낡은 회계의 유용성이 떨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배경은 재무제표가 ‘무형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나날이 증대되는데 이 정보가 빠진 전통 재무제표로는 기업가치의 정확한 산정과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에는 토지, 설비, 인프라 등 유형자산이 아닌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뜻하는 사회 자본, 환경 자본, 지배구조와 리더십 등의 인적자본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