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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생각하는 힘’의 교훈

“잘못된 답보다 잘못된 질문이 위험”
인간은 ‘올바른 일’에 집중해야

장영철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AI 시대에 맞춰 피터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드러커는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책임은 개인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지속적인 학습, 혁신에 대한 개방성, 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영자와 리더들이 기술 변혁으로 인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시대, 드러커의 철학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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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여 년간 인간은 상식과 경험에 입각해 경영학 이론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경영학 이론들의 기초를 잡아준 사람이 바로 피터 드러커다. 피터 드러커 미 클레어몬트대 석좌교수1 는 현대 경영학의 학문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파편적으로 존재하던 기업 경영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경영학이라는 이름 아래 체계적으로 정립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해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자가 경제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AI 시대, 과거 인간의 경험과 상식에 입각해 이룩한 경영학 이론들이 앞으로도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 미 카네기공대 교수가 갈파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합리성을 가질 뿐 미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나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로 처리해서 입력한 AI가 인간의 제한된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합리성을 가지고 새로운 경영학 이론을 만들면 기존의 경영학 이론은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사후에도 여전히 많은 경영 사상가와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드러커의 이론들이 생성형 AI가 촉발한 디지털 변혁 시대에도 유효할지 살펴보는 것은 그런 취지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영 컨설턴트’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라는 이름이 경영계와 학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9년 『경제인의 종말』을 출간하면서부터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득세할 때 나온 이 책은 1차대전이 초래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경제적 만족과 보상, 가치를 존중하는 산업사회의 ‘경제적 인간’이 전체주의의 가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이후 그는 산업인의 미래, 기업의 개념 등으로 미국의 기업인 및 정치인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드러커는 1940년대부터 2002년까지 세라 로렌스대, 베닝턴대를 거쳐 1949년 뉴욕대(NYU) 경영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경영학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1971년 미국 클레어몬트대로 옮겨 그의 이름을 딴 경영대학원이 세워지는 초석을 다지고 은퇴할 때까지 강의, 집필, 컨설팅에 집중했다.

톰 피터스, 짐 콜린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경영학자 혹은 경영 전문가들이 경영의 대부라고 일컫는 이유는 그가 80년 전에 내놓은 이론과 사상들이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현장 중심성’에 있다. 드러커의 경영 사상은 다른 경영학자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오직 현장 경영자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철학을 지향했다. 특히 그의 이런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 바로 『Practice of Management(경영의 실제·1954)』2 다. 이 책을 통해 드러커는 19세기 후반 이래 별개로 존재하던 다양한 제반 지식, 특히 1950년대까지만 해도 아직 경영학이라는 큰 우산 아래 들어오지 않았던 유통, 생산관리, 회계, 마케팅, 전략, 리더십, 조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한 지식들의 의미를 ‘경영의 목적’이라는 일관된 세계관 아래 통합했다. 그리고 이 통합의 위력을 가장 실감한 것이 현장 경영자들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또한 스스로를 작가이자, 컨설턴트 겸 교육자로 칭했다. 실제 그는 대기업,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심지어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을 수행했다. 그리고 그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설적인 초대 총책임자인 알프레드 슬론, GE의 잭 웰치, 인텔의 앤디 그로브 등 당대 최고의 산업계 리더들로부터 최고의 컨설턴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드러커식 컨설팅의 차이점

그렇다면 드러커의 컨설팅은 과연 어떻게 달랐을까? 드러커는 이에 대해 “나는 결코 예측하지 않는다. 단지 창밖을 내다보고 ‘눈에 보이지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라고 답한 바 있다. 창문을 통해 이미 일어난 일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런 연후 이미 발생한 일들의 결과는 무엇일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습관화한 것이다. 하지만 드러커는 절대 먼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방식으로 드러커는 고객을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시키는 특유의 컨설팅 방식을 개발해 냈다.

드러커식 컨설팅의 대표적 사례로 GE를 들 수 있다. 1981년 갓 CEO가 된 잭 웰치와 마주 앉았다. 이때 드러커는 현재진행중인 특정 사업의 존치 여부와 관련해 웰치에게 딱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GE가 애초에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였다. 대답이 “아니요”라면 그다음 질문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 두 가지 질문이 GE의 미래를 바꿔 놓았다. 웰치는 드러커의 질문을 통해 GE가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가 아니라면 해당 사업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매각하거나, 폐쇄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러한 웰치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그가 CEO로 있는 동안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발휘했다.

드러커 컨설팅의 핵심은 자신의 무지를 활용해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멋진 PPT 장표나 수치화된 보고서를 활용한 컨설팅은 드러커의 방식은 아니었다. 드러커는 종종 문제와 상관없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장시간의 대화를 통해 의뢰인을 고민하게 만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하거나 숫자와 산술적인 방법이 아닌 직감에 의한 의뢰인의 행동을 중시했다. 자신은 외부에서 관찰하는 사람일 뿐 그 문제에 대해 의뢰인보다 잘 알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드러커는 컨설턴트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의 지혜를 과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의뢰인의 사업에 대해 그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드러커 컨설팅의 위대함은 수많은 지도자의 증언과 사회 곳곳에 기여한 그의 흔적들이 잘 말해 준다. 드러커는 자신의 가치관·원칙·천재성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컨설팅을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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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유용한 드러커식 질문법

AI 기반 경영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과는 다르게 데이터를 기반한 의사결정이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AI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역할은 더더욱 본질적인 쪽으로 집중된다. 그래서 AI 시대 비즈니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좋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훈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드러커는 경영자들에게 ‘질문’의 중요성을 늘 역설했다. “심각한 오류는 잘못된 답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잘못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혹은 사업이 어려움을 겪거나 방향에 혼란을 겪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가장 급선무로 바로잡아야 할 것은 ‘질문’일지 모른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드러커는 물어봐야 할 올바른 질문을 알고 있었기에 컨설팅 과정에서 고객을 참여시켰고, 해법을 찾는 주역이 되도록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했다. 드러커의 저서 중 하나인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The five most important questions you will ever ask about your organization)』3 은 바로 그의 컨설팅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질문들은 조직의 효과적인 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원칙들을 질문의 형태로 제시한 것이다. 즉 우리의 궁극적 목적, 사명은 무엇이며,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할 것이며, 그 성공 여부(성과 측정/목표 달성)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우리의 핵심 역량은 무엇이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자원과 역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등을 자가 평가하는 것이 이 질문의 목적이다. 이 질문들을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우리는 조직의 개선 및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드러커는 다섯 가지 질문과 각 질문들에 자가 평가 연계 질문들을 상세히 정리했다. 원래 이 질문들은 조직 수준에 적용하기 위해 제시됐으나 개인 차원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하려는 미래의 CEO들을 위한 경영 개발 프로그램으로 널리 전개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중요한 질문을 최근 AI로 인한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경영자 및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① [미션]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모든 기업에는 사명문이 있다. 이 사명문은 결국 기업 생존의 핵심이자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를 개인 차원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은 환경 또는 고객의 요구, 나의 역량 및 잠재력,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매칭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드러커는 사명문은 간명하고 초점이 예리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개인인 리더들에게 대입해보면 당신의 회사가 혹은 사업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를 명시해야 함을 뜻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하다. AI 시대라고 해서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 사명의 명확화, 공유는 기업가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② [고객]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드러커가 말하는 주 고객과 부수 고객은 이해관계자들을 보다 간단히 구분한 것으로서 누가 당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해 혜택을 보게 되는지를 명확히 하라는 뜻이다. 기업가 혹은 창업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목표 고객이 누구이며, 설득할 잠재적 투자자들이 누구인지를 매우 명확히 하는 것이다. 드러커는 영리기업이든 공공 부문의 기관이든 고객의 창출이 근본 목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그동안 쌓여 있던 기업의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초개인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 때문에 타깃 고객의 명확화와 이를 통해 새롭게 발견할 니치 마켓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③ [고객 가치]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는 집중적인 시장조사를 하라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의 의견에 경청하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드러커는 조직 차원에서 고객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객관적 사실’로 수용할 필요가 있고, 개인적 차원에선 360도 다면 피드백를 통해 사회적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혹은 나의 아이디어들을 확인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객이 미처 말 못한 욕구, 가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사업의 정의를 세우는 근간으로 하는 것은 드러커의 지혜를 벗어나 사회적 통념이자 상식이 돼 가고 있다. 특히 AI가 촉발한 디지털 변환 시대에는 과거처럼 전문가들의 시장 리포트에 의존한 원거리 고객 가치 파악이 아닌 고객 개개인에게도 더 밀착한 고객 가치 파악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④ [결과]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과에 입각해 어떤 것들이 더 강화돼야 하고, 어떤 것들을 폐기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은 시장점유율, 수익성, 경쟁 우위 등을 복합적으로 추구할 수 있지만 결국 올바른 결과가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추구하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첩경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량적 결과들(수익성, 생산성 등)의 극대화에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비중을 더해 사회적으로 올바른 결과들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드러커는 강조한다.


⑤ [계획]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드러커는 계획은 5개 미만의 목표들을 설정해 어디로, 어떻게 성취해 나갈지를 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최고경영자나 창업자들은 목표 개발, 행동 및 조치 단계적 접근, 적절한 자원 배분에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다. 효과적인 계획은 폐기, 점진적 개선을 위한 변화, 강점에 입각한 최선의 노력 경주, 보다 높은 기준에 도전, 혁신, 위험 감수, 분석 등을 포함하고, 계획의 단계적 집행도 포함해야 한다. 많은 컨설턴트와 전문가들이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지적하면서 초기의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인해 체계적 계획을 외면하고, 방만하고 오만한 확장 추구의 덫에 걸려 대가를 치르는 사례들을 지적했다. 바로 이것이 드러커가 체계적 행동 계획, 주기적 점검, 성장할 때 미래를 대비하라는 충고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러커는 경영자들을 관찰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제조한 것을 판매한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앞으로 이렇게 제조한 것들을 어떻게 계속 판매할 것인가다”라고 당연하게 전제하는 것이 기업들이 실패하는 첩경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고객이 사업을 정의한다”라는 새로운 전제하에 리더들이 그들의 사업에 대한 가정과 전제의 진위를 점검할 때 “고객이 누구인가?” “그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대신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지혜와 통찰을 제시했다.

이들 다섯 가지 질문은 경영자 또는 리더들이 주기적으로 사업에 대한 가정들과 시장 및 고객의 변화를 점검해 새로운 기회들을 파악하고 추진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AI 시대에도 이 질문들이 보여주는 경영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효과성’과 AI 시대,
성과를 내는 경영 리더가 되는 법

때로는 현재의 경영 현장을 과거의 관점을 바탕으로 재조명해 보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AI 시대에 기업가적 경영, 혁신주도적 창업가들에게 들려줄 지침이 있다면 감히 드러커를 돌아보라는 말이다. 이에 동의하는 독자들께 그가 제시한 『The effective executive』를 AI 및 DX 시대의 ‘드러커 4.0’4 이라고 명명하고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의 규모나 성격을 넘어서 모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자원을 생산적으로 배분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다가올 AI 시대에도 변치 않을 진리다. 드러커 역시 그의 저서 『The effective executive』에서 기업 및 정부의 경영자들과 교류하며 얻은 지혜와 통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책에서 그는 효과성과 효율성을 최초로 구분했다. 드러커에 따르면 “효과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고, 효율성이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조직 경영의 기능이 대부분 그렇듯 효과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올바른 경영을 통해 업은 성과라는 결과물은 눈에 보이지만 자원을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경영의 기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성을 높이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에 있어서 AI는 상당히 진전된 도구와 해법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일을 하는 것에 관련해서는 AI는 인간의 판단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역량이 기업의 최종 성과에 대한 품질 차이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결국 효과성을 만드는 인간의 역할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드러커가 책에서 제시한 ‘효과적 경영 리더에 이르는 지침’은 AI 시대 ‘드러커 4.0’ 구축에 초석이 될 전망이다.

드러커에 따르면 지식이 많은 경영자는 도처에 있으나 효과적인, 즉 성과를 내는 경영자는 흔치 않다. 그는 이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주된 실행 요소들(practices) 및 하부 실행 항목들(sub-practices)을 자기 주도 학습 및 수련을 위해 체계화했다.

[그림 1]에 나열된 다섯 가지 주된 실행 요소 및 그 하부 실행 항목들의 배열은 자료를 숙달하기 쉽도록 설계한 것이다. 효과적 경영 리더에 이르는 지침의 기본 전제는 ‘태어나면서부터 효과적인 사람은 없다’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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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경영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간은 매우 제한적인 자원이며 한 번 소비된 후에는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일보다는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간 관리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일정 기간 동안 시간 사용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그 후에는 시간 낭비 요소들을 제거하고 높은 우선순위의 과업들(우리가 보수를 받기 위해 하는 일들)을 달성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과업들은 ‘완수를 위해 방해받지 않는 긴 시간(block)’을 필요로 하게 된다.

다음 단계로 중요한 것은 ‘집중’이다. 여기서 집중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인드셋을 급한 일을 해결하는 활동으로부터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생산적인 요구들을 냉정하게 평가해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비생산적인 것과 생산적인 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산적인 기회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작업들이다. 우선순위 설정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경영자가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의 도구다. 우수한 성과는 기회에 노력을 집중하고 모든 비생산적인 활동, 즉 나에게는 후순위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는 활동들을 위임함으로써 달성된다.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현재 특정 활동, 제품 또는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후 “만약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를 더 효과적으로 해 볼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지, 만약 제품 라인의 경우라면 매각 처분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드러커와 잭 웰치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시간 관리와 집중은 효과성의 기반을 이루는 두 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진행해야 할 것은 우리의 노력이 진정한 기여 효과를 내도록 구체적인 성과 창출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성과 창출 영역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직접적인 결과들, 두 번째는 가치 함양하기, 세 번째는 승계 계획을 포함한 인재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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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성을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의 강점에 기반해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네 번째 실행 원칙인 ‘강점 관리’다. 경영자는 때로는 책임을 중복으로 지며 약점을 극복하면서 사람들의 강점을 기반으로 조직의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조직의 목적은 “강점들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약점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 배치 결정은 경영자가 구성원의 강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이다.

정직성과 성실성을 갖춘 인격은 경영자의 효과성의 핵심이다. 이런 성품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결격 사유가 된다.

정직성과 성실성은 어떤 개인이 갖출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특성이다. 이는 내면적인 자질로서 다른 모든 외적으로 표출되는 실행들에 비해 쉽게 개발되지 않는다. 이것은 내면의 변화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성격 형성을 위한 멘토링을 받거나 종교 기관이나 다른 전문 기관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될 수 있다.

효과적인 경영자의 다섯 번째 실행 원칙은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은 올바른 순서로 적절하게 단계를 밟는 기술이며 경영자의 구체적인 실행이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라고 불리는 경영자들만이 결과 영역에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경영자의 업무와 조직의 다른 모든 관리자의 업무를 구분한다.

지식 경제에서는 많은 비관리자가 관리자가 됐으며 이러한 추세는 AI, DX 시대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향후 생성형 AI가 더욱 고도화되면 실무는 AI가 담당하고 인간은 관리 및 의사결정에만 집중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재교육을 뜻하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향상 교육을 의미하는 업스킬링(Upskilling)으로 시대적 요구에 적응하고 주도적으로 역량을 개발해 나가는 디지털 작업자들이 효과적 경영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단지 감독 책임만을 수행하는 전통적 관리자들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AI의 등장으로 인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효과적인 경영 리더들은 성과를 내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의사결정의 단계를 숙달해야 한다. 효과적인 결정은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효과적인 의사결정자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잠재적 기회인지, 아니면 그저 곤란한 난관인지를 판단한다.

문제가 정의된 후 경영자는 “이 문제는 일반적인 것인가, 아니면 독특한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조직이나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라면 누군가 이미 사용했던 해결 방안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독특한 것으로 분류된다면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이 효과적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경계 조건을 결정한다. 경계 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의사결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기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를 파악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경계 조건이 정의되면 의사결정자는 주어진 조건하에서 올바른 해결책이 무엇일지 탐색한다. 그 후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많은 의사결정이 실패한다. 대부분 의사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배정하고, 실행할 사람들이 직면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또 효과적인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고,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그 결과가 의도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많은 좋은 약이 때때로 해로운 부작용을 동반하듯 효과적인 의사결정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드러커의 이러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영 리더들의 업무 효과성을 AI를 활용해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효과적인 경영 리더들은 이제 보다 큰 이슈, 전략적 사고와 판단이 요구되는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AI를 활용해 조직 역량의 원동력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 관리, 주의 집중, 강점 관리 등을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상으로 효과적인 경영자가 염두에 둬야 할 다섯 가지 실행 원칙과 특성을 살펴봤다. 중요한 것은 효과성은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으며 실행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행을 수련으로 여기며 효과적인 경영 단계와 특성을 내면화하며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드러커는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효과성을 포함한 일련의 자기 계발 과정을 그가 ‘수련(discipline)’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AI 시대, 리스킬링·업스킬링 등 평생학습의 중요성

드러커의 다양한 주장 중 AI 시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효과적인 관리자는 학습자’라는 것이다. 그의 대표 저서 『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에서 그는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명시하며 이는 학습자로서 자기 계발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그는 학습 과정에서의 반성과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험, 성공, 실패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더 깊은 통찰력과 지속적인 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봤으며 반성은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촉매제로 여겨졌다.

또한 드러커의 철학은 조직 리더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직이 개인과 마찬가지로 장기간에 걸쳐 번영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습이 조직 및 기관 문화에 내재화돼야 하며 혁신과 적응력을 단순히 장려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습 조직의 개념은 드러커가 널리 알린 개념 중 하나로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세계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리더들은 지속적인 학습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특권이 아닌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필수 자원임을 인식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변혁의 시대에, 경영자와 리더들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부터 소비자 선호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과 기회가 예측할 수 없이 전개되고 있다. 드러커의 철학은 현대 기업 경영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나침반 역할을 한다. 직장 내 평생학습의 중요성은 리더들에게 민첩성, 개방적 사고 및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신흥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장영철 | 피터드러커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경희대 명예교수

    필자는 한국외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 명예교수 및 aSSIST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윤리경영학회장과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에서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왔다. 또 조직개발 방법론 중 강점 탐구(Appreciative Inquiry) 관련 주제에 대한 선구적 연구를 통해 기업과 학계에 기여해 왔다. 피터드러커소사이어티 공동대표와 드러커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피터 드러커의 지혜와 통찰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yccha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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