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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마이클 올레닉 인시아드대 연구개발 선임 연구원

편견 없이 ‘블루오션’ 찾아주는 AI
참신한 전략 찾는 길잡이 도구로

이규열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략을 수립해주는 생성형 AI가 탄생했다. 블루오션 전략의 프레임워크를 학습해 전략을 구축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MBA 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솔루션을 내놓는다. 특히 AI가 제안한 전략 중 일부는 매우 창의적이었다. AI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도 레드오션 전략을 제안하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했다. AI가 전략을 제안할 수 있게 될지라도 전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인간의 분석 및 아이디어 생성 능력을 보완하는 도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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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물론 그림, 영상까지 뚝딱 만들어 내기 시작한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전략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이클 올레닉(Michael Olenick) 프랑스 인시아드대 연구개발 선임 연구원(Senior Fellow, Research & Development)은 GPT-4에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의 프레임워크를 학습시켜 전략 수립을 위한 AI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AI와 인시아드대 MBA 학생들에게 ‘프랑스 파리에서 베이글 가게를 창업하라’는 과제를 던졌다. AI와 학생들이 내놓은 답안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단, 학생들이 1주일 동안 만든 전략을 AI는 1시간 만에 완성시켰다. 학생들이 제안한 전략은 전부 그럴싸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은 없었다. 반면 AI가 내놓은 몇몇 전략은 언뜻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니 타당했다.1 올레닉 선임 연구원은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개척되지 않은 시장을 찾아 차별화를 이루고 적은 비용으로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며 “AI가 레드오션에서 쓰이는 전략은 제안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20여 년간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 르네 마보안 인시아드대 교수와 함께 블루오션 전략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에 컨설팅을 제공해 온 그는 개발자 출신으로서 프레임워크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블루오션 프레임워크를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이에 AI를 적용해 업그레이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첨단 기술을 통해 고도화하며 그 효과까지 검증해 낸 그는 오히려 “프레임워크, AI와 같이 도구가 주목을 받는다고 아이디어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AI가 전략을 세워줘도 사람이 이론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확히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는 “AI의 역할은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돕는 도구 ”라고 주장한다.


블루오션 전략 프레임워크 AI(이하 블루오션 AI)에 대해 설명해달라.

블루오션 전략의 이론과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고안하는 AI 도구다. 블루오션 시장을 탐색하고 블루오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널리 활용하는 전략 캔버스, ERRC 프레임워크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 비고객의 세 계층, 구매자 효용 지도 등 5가지 프레임워크를 GPT-4에 학습시켜 AI가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제안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게 했다.

예컨대,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 AI 모델에 제품명을 입력하면 AI가 분석한 해당 제품의 대안 산업, 경쟁자 등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전략 캔버스와 ERRC 프레임워크를 결합한 AI에 제품명을 넣으면 AI가 분석한 해당 산업의 핵심적인 경쟁적 요소 목록을 제안한다. 사용자가 직접 이 목록을 편집할 수도 있다. 이후 사용자는 각 요소가 제거, 감소, 증가, 창조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분류하고 각 요소가 제공하는 가치의 중요도를 평가한다. 해당 결과를 도식화한 이미지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제작을 위한 파워포인트 파일로 바로 추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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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전략과 주요 프레임워크



블루오션 전략은 김위찬, 르네 마보안 인시아드대 교수가 2004년 동명의 책을 통해 발표한 전략i 이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4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블루오션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2000년대 초중반 국내외 대기업의 전략 교과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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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전략은 게임의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시장, 즉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함을 강조한다. 시장의 경계와 산업의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플레이어의 행동과 신념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음을 전제한다.

이미 존재하는 산업에는 기업들이 기존의 한정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피의 경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붉은 바다, 즉 레드오션이 펼쳐지게 된다. 반면, 아직 존재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수익성 높고 빠른 성장을 위한 기회가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주요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다.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 가치 곡선을 통해 현재의 전략 환경과 미래 전망을 하나의 그림으로 나타내는 프레임워크. 가치 곡선과 후술할 4가지 액션 프레임워크를 한 캔버스에 함께 표기하기도 한다.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6 Paths Framework) 대체 산업, 산업 내 경쟁자, 구매자, 대체재, 제품의 기능-감성 지향성, 트렌드 분석 등 6가지 요소를 분석해 블루오션 시장을 탐색한다.

4가지 액션 프레임워크(4 Actions Framework) 새로운 가치사슬을 개발하기 위해 업계 표준 대비 제거(Eliminate), 증가(Raise), 감소(Reduce), 창조(Create)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프레임워크로 ERRC 프레임워크로도 널리 알려졌다.

비고객의 세 계층(Three Tiers of Noncustomers) 시장 내 고객을 기존 시장 고객, 잠재 고객, 의도적으로 시장에 반대하는 거부 고객, 미개척 고객으로 나눠 블루오션 시장을 탐색하는 프레임워크다.

구매자 효용 지도(Buyer Utility map) 고객의 구매-배송-사용-보충-유지-처분에 이르기까지 소비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분석해 제품이 잠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을 발견하는 데 쓰인다.


블루오션 AI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인시아드대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를 만난 건 2000년도 초였다. 당시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사업가로 포천 500대 기업에 사업을 매각했고 회사 내부에서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에 두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했다. 그들은 1990년대 중반 제창한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2 에 대해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든 가치 혁신 도구인 ‘가치 곡선(Value Curve)’3 을 현장에서 활용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안에 내용을 기계적으로 채우는 데만 집중하게 되더라. 이 과정을 더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2년 가치 곡선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2003년 저작권을 등록했다.4 이후에도 꾸준히 두 교수와 가치 혁신과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블루오션 전략 연구에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전략 캔버스 등 주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데도 참여했다.

전략 캔버스는 블루오션 전략 도구 중 가장 널리 쓰이지만 동시에 제대로 활용하기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들에게 캔버스가 그려진 종이를 주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게 하면 긴 시간 머뭇거린다. 빈 템플릿 대신 바로 전략 기획에 돌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왔다. 모니터에 캔버스를 띄워주고 간편하게 입력하게 하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고 AI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시아드대에서 전략과 혁신을 연구하는 피터 젬스키(Peter Zemsky) 교수가 AI를 기반으로 블루오션 전략 도구를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 기꺼이 수락했고 2022년 말부터 그와 함께 4개의 블루오션 전략 도구를 AI 모델로 선보였다. 현재는 ‘가치사슬 분석(Value Chain Analysis)’,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등 사업 분석, 마케팅 전략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프레임워크의 AI 모델도 개발했다.5

나에게는 블루오션 전략과 관련 이론, 프레임워크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프레임워크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각 분야의 이론과 프레임워크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상호보완적이다. 어제도 블루오션 전략을 가르치는 강의에서 고객 분석 과정에서 구매자 효용 지도와 함께 고객 여정 지도를 활용하라고 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종류의 빵과 재료를 조합하듯 목적에 따라 조합해서 활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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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블루오션 전략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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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2006년 공개한 닌텐도 위(Wii)는 10대 청소년, 게임 마니아 등 기존 고객을 공략한 경쟁사와는 달리 모두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셉트를 구사했다. 위는 당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를 합친 것보다 많이 팔렸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위와 마찬가지로 캐주얼 유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닌텐도는 2017년 닌텐도 스위치(Switch)를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콘솔 시장을 새로 개척했다. TV에 연결해 큰 화면에서 몰입감을 더하거나 자체 태블릿 화면과 컨트롤러를 분리해 작은 화면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태블릿과 컨트롤러를 결합하면 휴대용 콘솔로 이용할 수도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프레임워크가 잘 구축돼 있기에 AI로 구현하기 용이했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프레임워크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교두보 역할을 해준다. 또한 애초에 도구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고도화된 도구로 개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도구가 편리해질수록 그에 기반이 되는 이론, 아이디어가 잊힐 수도 있다. 블루오션의 핵심 아이디어는 차별화와 저비용이다.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고객들조차 모르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적은 비용으로 혁신을 이루는 것이 곧 블루오션 전략이다. 내가 직접 컨설팅과 사례 분석에 참여했던 일본의 게임 기업 닌텐도가 블루오션 전략의 모범 사례다. (DBR minibox Ⅱ. ‘닌텐도의 블루오션 전략’ 참고.)

수차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블루오션 전략의 아이디어가 가진 힘을 체감했다. AI를 통해 쉽게 전략을 고안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행하는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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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I의 맹점은 이미 주어진 정보를 반복해서 학습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많은 컨설팅 회사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AI에도 해당된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AI가 기업들이 이미 구사하고 있는 전략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될까. 레드오션 전략으로 이끄는 셈이다. 블루오션 AI가 레드오션으로 뛰어들라고 종용한다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 미세 조정 실험을 진행했다. 한 기업의 내부 정보를 입력했고 그들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작업은 솔루션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도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확실한 결괏값을 도출하도록 했다. 종종 챗GPT를 사용하면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있다. 현재 GPT-4를 사용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AI와도 결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기대하는 답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게 했으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AI 모듈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AI가 인시아드대 MBA 학생들 수준의 전략을 내놓았다.

결과물만 놓고 비교하자면 그러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팀을 이뤄 결과물을 내기까지 1주일이라는 시간을 줬다. 그들은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의견을 취합해 프레임워크를 채워 나갔으며 발표를 위한 자료를 제작했다. AI로 그 과정을 수행하는 데는 고작 60분이 걸렸다. 그러나 AI가 무조건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 학생은 자신이 전략을 떠올리는 데 고작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진위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나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발언이었다.

학생들이 내놓은 솔루션이 이미 어디선가 한번 본 듯한 인상을 준 것, 즉 그들이 대체로 보편적인 솔루션을 제안한 데는 사고 과정에 편견이 개입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을 제안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단번에 그럴싸하다고 생각할 만한 답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현재 상황 내지는 표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의 일종이다.

그러나 AI의 답변 중 일부는 꽤 참신했다. 파리에 베이글 가게를 열기 위한 전략으로 AI는 단기간 동안 한정된 제품만 판매하라고 권했다. 마치 자라와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파리에서 패스트 패션과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선보이라니 처음 봤을 때는 터무니없어 보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F&B 업계에서 인기를 끄는 시즌 한정 메뉴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블루오션 AI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강의에서 블루오션 AI를 소개했더니 기업 임원인 한 학생이 어떻게 구매할 수 있을지 물었다. 반면 한 기업과 손을 잡고 모든 직원에게 블루오션 AI를 활용하게 했더니 회의적인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소프트웨어는 충실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AI가 제안한 고객의 80%가 지불 능력과 의사가 없다는 사실에 불평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본래 비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에 접점을 갖지 않았던 고객을 발견하는 게 블루오션 프레임워크의 역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에는 상업화를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을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가진 지식과 아이디어를 AI로 구현하는 과정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만든 건 베타 버전이며 조만간 공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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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AI가 어떻게 활용되길 기대하는가?

우리가 만든 솔루션을 AI 대신 IA(Intelligence Augmented, 증강화된 지능)라고 칭하고 싶다. 인간은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지만 자동차를 제어해 그 속도를 누린다. 크레인보다 많이 들 수 없지만 크레인을 조작해 인간의 힘으로는 들 수 없는 무게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우리가 만든 AI도 같은 개념이다. 인간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당연히 그 과정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전략팀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컨설턴트에게 의존한다면 훌륭한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이 AI를 전략 수립에 필요한 분석과 아이디에이션을 돕는 ‘주니어 애널리스트’라고도 부른다.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얻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 주니어 애널리스트는 창업가나 소규모 기업에 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컨설턴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컨설턴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컨설턴트들은 이 프로젝트의 촉진자(facilitator)가 될 수 있다. 혹여나 이 인터뷰를 보고 우리가 만든 도구를 사용해 혼자 전략을 세워보겠다고 시도한다면 머지않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략 캔버스로 첫 시도를 했다면 크게 좌절할지도 모른다. 각 경쟁 요소의 중요도를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전략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면 접근하기 쉽지 않다. 처음 시작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분석과 제안을 제시하는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가 적합할 것이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쉬운 도구부터 접하면서 전략에 차차 훈련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컨설턴트들은 전략을 다루는 데 이미 충분히 훈련된 사람들이다. 전략에 대해 생각하고 접근할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이 도구를 활용한다면 매우 효율적으로 강력한 결과물을 탄생시킬 것이다.

‘1+1=11’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너지를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기업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전략팀, 전략에 대한 높은 이해와 다채로운 경험으로 무장한 컨설턴트, 편향에 지배받지 않고 참신한 대안을 제시하는 AI가 힘을 합치길 바란다.


AI가 전략팀을 대체하게 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한 학생은 우리가 개발한 도구로 전략팀의 구성원이 10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기업 내에서 전략팀의 역할은 조직 내 전략의 전파자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전략팀이 다른 팀에 속한 구성원들이 AI를 활용해 전략적 사고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컨설턴트들에게 AI와 함께 전략팀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듯이 말이다.


AI가 고도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컴퓨터가 절대 할 수 없는 일, 즉 사업을 실행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어떤 제품을 팔지 제안할 수 있고, 판매하는 과정을 직접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세상을 바꿀 만한 사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사람의 역할이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지만 인간은 도구를 다룬다. 도구를 활용하는 역량만큼은 인간이 정점에 서 있으며 AI도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인간의 성장하는 과정을 돕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최근 케냐에 위치한 한 양어장의 사례를 분석했는데 이 양어장은 아프리카에서 15번째로 큰 사업장이다. 아프리카 평균 임금의 4배가량을 지급하는 등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 회사를 영리를 좇지 않는 비정부기구(NGO)라 말한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NGO라 불리길 원하지 않았다. 그들 주변에도 아프리카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NGO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나 부패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세운 양어장에 열광하는 건 사업을 하고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 자국민을 먹여 살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하면 결국에는 경제 시스템 전체가 꽃을 피우게 된다. 이는 기업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우리가 만든 도구가 이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업에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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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제안하는 경영 매거진의 전략



마이클 올레닉 선임 연구원의 조언에 따라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가 직접 몸 담고 있는 경영 매거진 시장을 6가지 경로 프레임워크 AI에 입력해봤다. 뜻밖에도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었다. 번역 전문 AI인 딥엘(DeepL)이 적용돼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제품명에 ‘경영 매거진’을 입력했더니 실제로 업계 종사자가 작성했을 법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로도 꽤 정확한 분석을 내놓았다. 포괄적인 ‘경영 매거진’이나 역사가 길고 정보가 많은 HBR의 경우 더 구체적인 시장 분석과 전략을 도출했다. ‘경영 매거진’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기능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나 비즈니스 과제를 극복한 성공 스토리를 강조하면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DBR의 케이스 스터디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원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Go’ 버튼을 클릭해 새로운 결과를 출력할 수 있다. 수차례 출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AI는 DBR에 ‘네트워킹 등 독자와의 감성적 교류를 더하는 가치 제안을 강화하라’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인터랙션 기사를 제작하거나 대화형 콘텐츠를 개발하라’ ‘최근 아시아 기업에 대한 서구 기업의 관심이 높아졌으니 해외 고객을 타깃하라’는 등의 조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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