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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럭셔리포럼: 럭셔리 소비자의 재해석, 예술과 고객 경험에 주목하라

럭셔리 산업에도 AI 등 신기술 접목
아트 마케팅으로 MZ 고객 경험 넓혀야

이규열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24년 럭셔리 시장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 내수 및 관광 수요 회복세가 판이해 시장의 양극화와 파편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업계 전문가들은 돌파구로 다음과 같은 ‘고객 경험 혁신’을 주문한다.

1) 그간 소극적이었던 신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 고객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

2) 사회적으로 선망성을 갖춘 집단에 초점을 맞춘 고객 경험을 설계해 그들을 동경하는 이들에게까지 브랜드를 전파시킨다.

3) 럭셔리 산업의 큰손이 될 MZ, 알파세대가 디지털 공간에서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 여정을 파악해야 한다.

4) 아트 마케팅은 고객 경험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5) 리커머스 시장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고객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팬데믹 시기 럭셔리 산업은 뜻밖의 성장을 거듭했으나 2023년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며 빨간불이 켜졌다. 베인앤드컴퍼니(이후 베인)에 따르면 다행히 2023년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2022년 대비 5%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난세에도 선방했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2024년에도 경제, 지정학 등의 이유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 관광 시장의 회복세 차이에 따라 지역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기 럭셔리 업계가 준비해야 할 과제는 ‘고객 경험 혁신’이라고 강조한다. ‘장인의 손길’을 강조해온 럭셔리 업계는 다른 유통 업계에 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이 늦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나 AR(증강현실)과 같이 이제는 꽤 익숙해진 기술뿐만 아니라 신경과학 기술 등 낯선 기술들까지 럭셔리 산업에 침투하고 있다.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 운영을 효율화해 비용을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고객 경험을 구현해줄 새로운 기술에도 투자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고객 경험을 설계해 나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 명품 소비자들은 명품을 구매한다는 사실 자체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럭셔리 시장의 소비자층이 크게 확대되면서 명품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아우라를 내뿜기는 어려워졌다. 새로운 사회적 선망 집단을 타깃해 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

2030년까지 명품 시장 고객의 80%를 차지할 MZ와 알파세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이 활동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이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 세대가 몰두하고 있는 문화를 담은 콘텐츠를 파는 것이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활용한 아트마케팅 또한 고객 경험을 차별화·고급화하는 방법이다.

지속가능한 소비, 합리적 소비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리커머스 시장을 통해 2차, 3차 판매 시장으로까지 확대된 럭셔리 고객의 구매 여정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럭셔리 소비자의 재해석, 예술과 고객 경험에 주목하라’를 주제로 2023년 12월 6일 열린 ‘동아럭셔리포럼 2023’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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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양극화-파편화 심화되고 
초럭셔리 고객이 리드할 것

베인과 이탈리아의 명품제조협회 알타감마가 매년 공동으로 발행하는 ‘글로벌 명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3450억 유로였다. 올해 베인의 조사에 따르면 이 시장은 3620억 유로로 5%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법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2024년부터다. 럭셔리 시장의 양극화, 파편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 미국에선 초과 저축의 규모가 줄면서 럭셔리에 대한 가처분 소득 자체가 줄었다. 팬데믹 시기 상향 소비를 하던 중산층이 거시경제가 위축되자 더 이상 명품을 소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에선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다. 유럽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시기에 20~25% 수준으로 줄었던 관광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이니 미국 소비자들도 자국보다 유럽 여행 중 면세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편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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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장도 명암이 갈린다. 베인에서는 몇 년 이내 전체 럭셔리 시장의 40%가량을 미국/유럽이, 30~40%가량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 중국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여행객 수요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리오프닝이 시작됐지만 2분기 이후 중국 전체 거시경제의 흐름이 꺾였다. 관건은 내수시장이다. 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인들이 팬데믹 시기와 같이 자국 내에서 럭셔리를 구매할지, 팬데믹 이전처럼 해외에 나가서 구매할지에 따라 중국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럭셔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고, 여전히 경제성장률 저하와 물가상승 등의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반면 일본 시장은 수혜를 입고 있다. 엔저로 인해 내수와 여행객 수요가 고루 뒷받침되면서 럭셔리 시장이 활황을 띠고 있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 시장도 신흥 럭셔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지역에나 통용되는 사실도 있다. ‘초고액 자산을 보유한 고객은 건재하다’는 것이다. 엔트리 레벨의 럭셔리 고객의 구매는 지역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었지만 초럭셔리 고객의 구매는 지역과 상관없이 크게 증가했다. 소비 품목 자체는 줄었으나 하나를 구매해도 카테고리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매출 증대를 위한 가격 상승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럭셔리 시장 성장의 3분의 2를 견인한 요소는 사실상 가격 인상이었다. 판매량 증가는 나머지 3분의 1에 불과하다. 수요의 증가와 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지난 1~2년간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건 사실이지만 수요 자체가 불안정한 현재에는 가격 상승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고객 경험 여정의 재설계
오프라인은 구매처 아닌 경험의 장(場)

2023년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한 키워드는 단연 ‘경험’이다. 모든 걸 원격, 가상 환경으로 해결해야 했던 팬데믹 시기가 지났다. 얼마 전까지 만연했던 ‘오프라인의 위기’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리테일 매장에서의 구매 건수, 방문객 등의 지표가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팬데믹 이전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주목을 받는 건 구매처로서의 역할보다는 고객 구매 여정의 일부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살펴보고 위시리스트에 담았던 상품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한 다채로운 고객 경험 채널로써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직영 채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백화점과 같이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한 채널에서는 브랜드만의 독특한 경험을 고객이 원하는 수준까지 심층적으로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체적으로 리테일 매장이나 VIP 라운지를 열 뿐만 아니라 F&B 영역으로까지 적극 확장하며 고객 경험을 일관성 있고 풍부하게 구축하는 게 최근 럭셔리 업계의 추세다.


소비재-중국이 높인 고객 경험
럭셔리, AI·신경과학 등 신기술로 무장해야

올해 유통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AI의 활용 방안이었다. 일례로 AI를 통해 초맞춤화(Hyper-Customization) 마케팅을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과거에는 고객이 자사 채널에서 클릭하고 구매한 이력을 기준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그런데 AI를 통하면 자사 채널의 데이터와 제3자 데이터, 심지어는 영업사원과의 대화 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세분화된 고객 페르소나를 설정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관심 있는 제품을 찾아봐야 기업이 이를 추천하는 광고를 노출했지만 지금은 고객이 직접 찾아보지 않았지만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제품 및 서비스까지 광고로 구매를 제안할 수 있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추천하기 위해선 맞춤형 광고가 제작돼야 한다. 이 과정에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과거엔 하나의 광고 시안을 만들기 위해 광고대행사와 작업을 하게 되면 시간이 2주 정도나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지를 만드는 생성형 AI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30초 안에 70~80점짜리 시안이 50여 개가량 쏟아진다.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과거에는 20여 개의 시안으로 고객 성향에 맞춰 광고를 노출했으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수십 개의 시안으로 정교하게 맞춤형 광고를 설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럭셔리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 연합인 프랑스의 코미테 콜베르(Comité Colbert)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럭셔리 산업에서 신기술 도입에 따라 달성 가능한 전략 목표로는 1) 고객 참여(매끄러운 고객 경험, 초개인화, AR 기반 고객 경험 강화 등) 2) 운영 최적화(운영 정확성 및 예측, 효율화 및 자동화 등) 3) 지속가능성 등이 꼽혔다. 특히 고객 참여 분야에서 높은 점수가 나타났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가시화되는 운영 최적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소비재 분야와 차별화되는 럭셔리 산업만의 특징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기술의 도입 수준은 다른 소비재 분야에 비해 뒤처진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인 3D 이미징, 프린팅 등도 도입률이 45%, 35%에 그친다. 그러나 3년 이내 기술 도입 의사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0%가 3년 이내 메타버스, NFT를 테스트할 것이라 밝혔으며 블록체인, 광학 검사, AR/VR, 바이오테크 등의 기술도 25~40%가량 도입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뷰티, 쥬얼리, 시계 등 ‘하드 럭셔리’ 분야가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도입 및 실험하고 있다. 예컨대 뷰티 시장에서는 어떤 컬러의 립 제품을 발랐을 때 잘 어울릴지 AR, VR(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살펴보는 솔루션, DNA 검사를 통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솔루션 등이 현장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한편 그룹사의 브랜드가 독립 브랜드보다 신기술 도입 및 실험에 약 2배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럭셔리 기업은 기술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탄생한 제품이 인정을 받고, 부티크에서 점원의 살뜰한 접객을 통해 구매가 이뤄지는 아날로그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기술을 통해 자동화된다면 럭셔리 본연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약 2년 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기술을 통해 영업사원과 고객의 상호작용이 더욱 풍성해진다는 점을 차차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우선, 기술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는 아마존, 나이키 등 유통업계의 선도 기업들이 10여 년 전부터 화두로 여겨 적극 개발했으며 고객들의 눈높이도 그에 맞춰져 있다. 또한 디지털 강국으로 위상을 떨치는 중국 시장이 부상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까르띠에는 티몰, 위챗 등 중국 현지에서 활성화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마련했다. AR, VR 기술을 통해 가상 채팅을 하고 부티크 투어를 예약할 수 있게 해 O2O(Online to Offline) 고객 경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본사 차원에서 지역의 마케팅 활동을 깐깐하게 관리하는 럭셔리 업계에서 이처럼 독자적인 마케팅 활동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데 이를 통해 까르띠에는 중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명품 시장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9년 12%에서 2022년 22%까지 상승했고, 2024년에는 약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기술의 도입을 통한 온·오프라인의 고객 경험 고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새로운 기술을 들여 운영을 최적화해 비용을 줄이고, 이를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기술에 재투자해야 한다. 선도 기업들의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AI 및 클라우드. 리치몬트그룹은 구글 클라우드와 제휴해 AI 기반 맞춤형 제품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집대성해 고객 DB(데이터베이스)와 상품 DB를 클라우드 안에서 매칭하는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다. 리치몬트 측은 “AI 덕분에 영업사원들은 고객과 직접 만나기 전에 고객의 선호도에 맞춰 추천할 제품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영업사원들은 차별화된 수준의 서비스를 제안하며 고객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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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기술. 로레알그룹의 입생로랑 뷰티는 신경과학 기술을 적용해 최첨단 매장 경험을 제공하는 ‘센트세이션(Scent-Sation)’ 솔루션을 개발하며 개인별 맞춤형 향기를 추천한다. 뇌파를 탐지하는 특수 헤드셋을 고객이 착용하고 다양한 향수를 시향하면 AI 알고리즘이 고객 기호에 맞을 가능성이 큰 제품을 제안한다. 로레알은 신경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인 이모티브(EMOTIV)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했다.

AR. 햅틱미디어(Hapticmedia)는 AR, 3D, AI 기술을 활용해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햅틱미디어는 “가상 피팅은 시계, 팔찌 등에서 구매 전환율을 40~60%가량 상승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가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쥬얼리 브랜드는 매우 불리해질 것”이라 밝혔다.

RFID(무선인식 전자태그). 라코스테는 매장 내 RFID 도입을 통해 재고 관리를 효율화했다. 고객 영수증을 자동 지급하고, 해당 데이터를 재고 데이터에 바로 연계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다. 고객이 제품을 찾을 때는 재고의 양, 위치를 명확히 추적할 수 있게 했고, 매장 내에 재고가 없을 경우 다른 매장에 배송을 요청하게 했다. 라코스테 측은 “재고 할당 및 백오피스 관리의 유동성이 높아졌고 이로써 매장 내 서비스 수준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 시간이 감소하면서 고객 서비스에 활용할 자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선도 사례들은 대부분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구현됐다. 기업의 내부 역량만으로는 기술을 통한 고객 경험 혁신과 운영 최적화를 이루기엔 한계가 있다. 럭셔리 업계의 기술 도입이 늦은 이유 역시 내부에 디지털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재 분야에서 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는 P&G를 꼽을 수 있는데 P&G는 향후 10~20년간 상품 및 기술 혁신 시도의 50%를 파트너십을 통해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럭셔리 기업들 역시 10년 후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기술 이니셔티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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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브랜드는 ‘이름표’가 될 수 있나

브랜드에 팬이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브랜드의 팬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의 마케터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적으라고 하면 온갖 브랜드를 나열한다. 그런데 그중 자신이 팬이라고 기꺼이 자처할 수 있는 브랜드를 골라 보라고 하면 머뭇거리며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누군가는 ‘로지텍’을 좋아한다면서 로지텍의 기능, 디자인 등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막상 로지텍의 팬은 아니라고 잡아뗐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워크숍을 진행했더니 3분의 1가량이 팬인 브랜드가 없다고 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와 ‘팬이 되는 브랜드’가 다르다는 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팬’의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 팬이 된다는 건 특정 카테고리에 소속된다는 개념이다. “나는 A의 팬이다”라고 밝히는 것은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이다”라는 점을 스스로 정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어떤 브랜드의 팬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것과 같다. 즉, 어떤 사회적 카테고리에 속했는지에 대한 이름표를 몸에 붙이는 것이다. 앞서 로지텍을 좋아한다고 말한 마케터는 로지텍을 자신의 이름표로는 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학생들과 함께한 한 워크숍에서 “자기 삶에서 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것(사물, 활동 등)이 무엇인지 적어보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에어팟을 끼고 밤에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의 말은 “밤에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굳이 ‘에어팟’이라는 제품 이름을 넣어 답했다. 에어팟을 하나의 이름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젊은 친구들의 노트북에는 온갖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처럼 이름표로 작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의 공통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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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나이키·룰루레몬…
딱 1%를 공략한 팬덤 브랜드

내가 명명한 ‘스파이크(SPIKE)’ 전략은 이러한 팬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정리한 이론이다. 스파이크는 말 그대로 ‘급격한 반응’을 뜻한다. 일반인들에겐 혈당 스파이크 등 의학 용어로 친숙할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에도 스파이크가 발생한다.

보통 브랜드나 제품이 처음 출시되면 매우 다양한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런데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반응이 나타난다. 특정 취향, 선호를 가지며 문화적 동질성을 느끼는 일부 집단, 특히 문화적 선망성1 을 가진 집단 안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테슬라는 실리콘밸리의 얼리어댑터, 컬리는 강남 3구의 30대 직장인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운 초기 반응을 모았다.

이처럼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그 브랜드를 표식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이미지가 형성된다. 선망성 집단 내에서부터 시작한 스파이크 반응은 스스로를 그 집단의 일행이라고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작년 2022년 ‘범고래’라고 불리는 나이키의 덩크 로우 신발이 크게 유행했다. 지하철을 타면 한 칸에도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이 몇 명씩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신발은 그보다 2년 앞서 미국, 한국 등의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한 차례 스파이크 반응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즉, 스파이크 전략은 선망성 집단 사이에서 스파이크를 발생시켜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전략이다.

선망성 스파이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취향이다. 취향은 선망성을 가진 사람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이해하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선망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스파이크 전략의 핵심은 99% 고객의 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단 1%의 선망성 집단을 타깃하는 것이다. 젠틀몬스터 매장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은 나 같은 중년 남성이 방문할 곳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들이 아이폰을 쓰라고 기능들을 알려주지만 나에게 아이폰은 여전히 너무 어려운 존재이다. 즉, 젠틀몬스터와 애플에 나 같은 사람은 중요한 고객이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슬라에서는 보통 프리미엄 차에 기대하는 편안함, 고급스러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테슬라가 표적으로 삼은 실리콘밸리의 영앤드리치(젊은 부자) 얼리어댑터들을 열광하게 만들 다양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다. 자라의 리뷰를 찾아보면 “사이즈가 안 맞다”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 없다”는 등의 반응이 많다. 자라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회사인데 그들이 고객들의 사이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런데 이는 절대다수의 고객을 위해 브랜드를 전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1%의 패션 피플들을 위한 옷을 선보인다. 보통 브랜드들이 철저하게 평균에 맞춰 브랜딩을 하기 때문에 선망성을 갖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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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 타깃의 취향에만 맞으면 나머지 사람은 불만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취향은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룰루레몬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북미에서는 헐렁한 추리닝을 입고 운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중적인 시선에서 룰루레몬의 타이트한 레깅스는 민망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할리우드 스타들이 룰루레몬을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후 캘리포니아 지역의 젊고 부유한 여성들 사이에서 선망성 집단의 표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봐도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뮤지션을 디자이너로 영입?

새로운 선망성 표식 설계해야

최근 럭셔리 기업의 과제는 ‘표식 관리’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고소득자들이 선망 집단 그 자체로 여겨졌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의 소비자층이 넓어지면서 럭셔리 브랜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선망성의 표식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선망성 집단을 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스파이크 반응을 위한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최근 루이비통은 뮤지션 출신의 퍼렐 윌리엄즈를 새로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했다. 사실 기존 럭셔리 고객들의 성향과는 매우 거리가 먼 인사지만 새롭게 정의된 선망선 집단을 위한 브랜드로 업데이트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누구의 마음을 얻고 어떤 표식이 되는지가 럭셔리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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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없이도 ‘시몬스’ 떠올라야
소비 통해 ‘선택’ 과정 참여시켜

2022년 2월 삼성동 코엑스에 열린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660㎡(200여 평) 규모의 부스를 꾸몄다. 시몬스는 이 행사에 처음 참여한 것이었는데 행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였다고 한다. 다행히 5일 동안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8000만 원이 가격 2000원~1만 원 안팎의 굿즈에서 나왔다. 특히 4000원짜리 삼겹살 모양의 수세미가 인기가 높았다. 발주만 4번 했고 1만2000개가량이 판매됐다. 제품마다 마블링이 다른 게 핵심 디테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이었지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증하기에 저렴하고 재밌는 제품으로 인식한 듯하다. 굿즈의 인기에 힘입은 덕분일까, 부스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인원은 300여 명으로 입장에만 3~4시간이 걸렸다.

시몬스는 187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도매 중심의 B2B 사업을 전개하던 기존 가구 브랜드와는 달리 리테일 시장에서 B2C 사업을 전개한 유일한 브랜드였다. 따라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어떻게 이어 가는지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시몬스가 최근 재밌는 굿즈, 팝업스토어 등으로 MZ세대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예시로는 시몬스의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0년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들 수 있다. 철물점과 같은 공간을 꾸며 공장 지대였던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작업복, 안전모, 목장갑을 비롯한 각종 공구, 문구 등을 판매했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침대에서 일종의 하드웨어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시몬스가 20세기 초반 활용했던 광고 카피, 포스터, 배송 기사들이 착용했던 헬멧들을 비치해 브랜드의 역사를 우회적으로 소개하면서 레트로한 철물점 느낌을 살렸다. 침대는 자주 사는 물건이 아니지만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각인하면 언젠가 구입 시기가 왔을 때 시몬스를 떠올릴 것이다. 브랜딩의 매개체가 꼭 침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당시 팬데믹이 한창이라 많은 팝업스토어가 취소되던 때였는데 다행히 팝업스토어로 계획한 곳이 4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던지라 큰 자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출입 인원이 제한되며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인증 사진을 찍어 남기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뜻밖의 호재도 있었다. 사내에서도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그다음 해 2021년 여름휴가 시즌에 부산 해운대에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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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주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세운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고객들이 소비를 통해 선택의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저렴한 굿즈의 경우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수도 있지만 낮은 가격이라도 반드시 책정하고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래야 직접 선택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남기 때문이다. 다른 원칙은 ‘To Do’ 대신 ‘Not to Do’를 세우는 것이다. 보통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상정하면 그것만 완수하는 걸 목표로 한다. ‘하면 안 될 일’을 정하면 그 밖의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업무의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150주년 프로젝트에는 전통적인 기념행사에서 탈피하고자 ‘No Gala Dinner(노 저녁 만찬 모임)’ ‘No Champagne(노 샴페인)’을 기준으로 세웠다.


소비의 서사가 역사가 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주목하라

지금까지의 마케팅 활동이 기업이 자기 스스로가 어떤 기업인지 설득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브랜딩은 소비자들에 의해 브랜드가 정의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2명만 브랜드의 코어 팬이 된다면 그들 주변의 3~4명도 브랜드에 동감하게 되거나 적어도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갖지 않게 된다.

그런데 침대라는 제품은 교체 주기가 길다 보니 신규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면 매출도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이미지상으로도 ‘올드한 브랜드’가 돼 버리게 된다. 시몬스는 침대만을 제조, 유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카테고리 킬러로서 품질에 대한 신뢰는 기본으로 챙기고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왔다. 특히 젊은 MZ세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문화를 파는 브랜딩’을 강화했다. 젊은 세대가 문화적,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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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소위 ‘MZ에게 먹히는 콘텐츠’를 고민하기에 앞서 사회 변화에 따른 소비자 행동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 사용자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2022년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에 1만 명이 몰렸다는 기사가 떴다. 이럴 때 유튜브, 네이버, 인스타그램 등에서 ‘코리아오픈 테니스’를 검색해본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선수들이 팔을 휘두르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내용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테니스를 하나의 트렌드보다는 전문 스포츠로 소화하는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에게는 고가의 침대를 판매하는 시몬스 마케터가 접근할 여지가 크지 않아 보였다. 한편 인스타그램에서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점심 먹을 때 함께 먹으려고 샴페인을 챙겨왔다”는 내용과 함께 고가의 가방을 들고 있거나 테니스 경기를 보기 위한 VIP 입장권을 인증하는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시몬스 브랜드에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공략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브랜딩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침대’를 검색하면 5만6000개의 게시글이 뜨는 반면 ‘시몬스’는 7만2000개, 시몬스가 이천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자 플래그십 매장인 ‘시몬스테라스’는 10만9000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시몬스테라스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비롯해 각종 공연, 전시 등이 열리고 식음료(F&B)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공간에 대한 호응은 시몬스가 하나의 문화 또는 느낌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취향 중심의 소비’에서 ‘서사가 보이는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소비 선택의 과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선택 과정 스토리가 부각된다. 이는 개인의 SNS에 남아 하나의 히스토리로 저장되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한다.


MZ가 만들어야 MZ가 환호한다
시대정신을 담은 뉴미디어 콘텐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도 브랜드가 예민하게 살펴봐야 할 포인트다. 과거에는 TV 광고의 힘이 강력했는데 현재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TV 광고의 단가가 높아 TV CF를 기획하는 것이 전보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시몬스는 2022년 TV CF를 준비하며 ‘TV에서 통하는 영상’이 아닌 ‘시대에 통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렇게 시몬스의 ‘멍 때리기 광고’가 온에어됐다. 공이 굴러가거나, 물이 흘러나오고,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펌프를 밟는 8편의 짧은 영상을 기획했다.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두려움을 넘어 완전히 지쳐버렸다’는 사람이 늘어나자 긴장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멘탈 헬스’, 즉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유튜브의 ‘불멍(불을 멍하니 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행위)’이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와 맥을 함께한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일대 전광판 11개의 광고권을 전격 구매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는 광고가 TV에 나오니 일부 시청자 사이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30%의 시청자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코어 팬인 셈이다. TV CF로 기획된 이 영상은 오히려 유튜브에서 반응이 터졌다. 온에어 1주일 만에 조회 수 800만 회를 넘긴 것이다. 메시지와 사이즈가 검증되자 언론과 전문가들도 시몬스의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고 이를 하나의 현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진출했다. ‘제페토’에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인데 80년대생 팀장과 90년대생 실무진이 직접 제페토에 가입해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2022년 7월, 멍 때리기 광고를 제페토에서 구현해 가상 캐릭터들이 광고의 한 장면을 재현할 수 있게 했다. 2주 만에 90만 명이 사용했으며 시몬스의 제페토 공식 아바타인 ‘쏘울(Soul)’의 팔로워도 1만6000명을 돌파했다. 제페토에서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7살 유저가 당첨됐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7살 자녀가 시몬스 이벤트에 참여해 당첨이 됐다”며 시몬스가 보내온 선물을 인증했다. 알파세대 자녀를 통해 밀레니얼세대 부모와 시몬스의 접점이 생긴 것이다. 한편 같은 해 9월에는 업계 최초로 NFT를 발행하기도 했다. 젊은 아티스트들 3인의 눈으로 멍 때리기 광고를 작품으로 재해석해 판매했다. 광고가 2차 창작을 통해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다.2



MZ세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는 동시대에 같은 플랫폼을 써오며 자란 MZ세대 실무자들이 전적인 권한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몫은 예산을 집행하고 회사를 설득하는 것이다. 실무진이 작업만 맡고 선택은 리더가 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각자의 할 일, 즉 기능에 대한 역발상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한다는 동기를 심어줄 수도 있다.


디지털로 예민-깐깐해진 잘파세대
‘얼마나’보다 ‘어떻게’ 버는지가 중요해

끝으로 ESG를 빼놓을 수 없다. ESG는 경영뿐만 아니라 브랜딩의 미래에 있어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직접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잘파(Z세대+알파세대)의 등장은 ESG의 실천을 부추겼다.

많은 기업, 특히 한국 기업은 E(환경)에 전적인 관심을 쏟는 데 반해 S(사회)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 같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잘파세대에게 S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다.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은 2016년 프리시즌 경기에서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기립을 거절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으며,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받는 국가의 국기에 자부심을 표하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뛰어난 쿼터백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의 팀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떠나야 했고 5년 동안 팀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2017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 10인에 선정됐고, 엠네스티 양심대사상을 받으며 민권운동가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역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나이키의 홍보 모델로 활약하게 됐고 디즈니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를 제작했다.

시몬스 역시 S를 강조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로컬을 중요한 키워드로 여기며 지역 농가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마켓을 준비하거나 그들의 브랜딩을 돕는다. 시몬스코리아의 유튜브 채널 ‘simmonskorea’에서는 ‘소셜라이징’ 코너를 운영하며 지식인, 기업가, 인플루언서 등을 연사로 초청해 사회적 메시지를 듣는다. 침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컬렉션으로 꼽히는 ‘뷰티레스트’의 2025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구매가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건설 기금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보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중요해졌다. 소비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이다. 제품의 성능만을 앞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제품의 사이클이 끝나면 고객도 떠나게 될 것이다. 사회 안에서 기업의 기능을 고민하며 더욱 복잡해진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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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아트 페어가 열린다. 5월에는 프리즈 뉴욕과 함께 스위스 바젤에서 아트바젤이 열린다. 프리즈와 아트바젤은 전 세계 2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10월에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근간인 프리즈 런던이 열린다. 그리고 2022년부터 9월에는 한국 서울에서 프리즈 서울이 열린다.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가 아시아에 처음으로 기획한 아트페어이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이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매 회사 소더비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옥션 시장은 북미와 유럽을 꺾고 아시아가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36%에 달한다. 실제 아시아에는 상당히 많은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도 100개가 넘는 아트페어가 있다. 특히 올해 2023년 아시아에서 새로 생긴 아트페어가 많다. 싱가포르의 아트 SG, 도쿄 겐다이 등이 올해 첫선을 보였다. 2013년 처음 개최한 아트바젤도 올해 3월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화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상하이, 홍콩, 도쿄 아닌 서울 주목한 프리즈

사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를 꼽으라면 그간 상하이, 홍콩, 도쿄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프리즈는 왜 서울을 주목했을까.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서울의 위상을 꼽을 수밖에 없다. K팝 아티스트들과 넷플릭스 드라마의 약진이 돋보인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그룹이 BTS를 포함해 다섯 팀이 넘는다. 외국인들이 외국에서 먼저 개봉한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를 추천하는 일도 허다하다. 2022년에는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에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열었는데 첫날부터 입장권이 매진됐다고 한다. 한국의 최신 문화예술 콘텐츠부터 6.25 이후 한국사까지 다 볼 수 있는 전시에 외국인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체감했다.

서울 자체의 예술, 관광 인프라도 훌륭하다. 서울에 등록된 미술관, 박물관만 해도 175개, 호텔은 약 600개에 달한다.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큰 행사를 열기에 서울 자체가 준비가 잘된 도시인 것이다. 아트바젤에 방문하기 위해 스위스 바젤에 방문하면 에어비앤비로 방을 구해도 60만 원 이상을 줘야 한다. 평소 20만 원 정도인 비즈니스호텔도 아트바젤 기간에는 10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마저도 1년 전에 마감된다. 반면 한국은 호텔 수도 많은데 깨끗하고 친절하다.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처음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VIP들도 서울의 관광 인프라에 감탄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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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에 방문한 셀럽들도 화제였다. K팝-K드라마 스타를 직접 볼 수 있다며 신기해 했다. 예컨대 프리즈 서울을 찾은 배우 이정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기 이전부터 잘 알려진 작품 컬렉터였다. 현재 전 세계 1위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도 프리즈 서울에 참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셀럽과 한국에 관심을 가진 셀럽을 모두 모으는 플랫폼으로 작용한 것이다.


진정성 있는 아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고객 경험 품격 높여라

프리즈 서울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서 다양한 섹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2023년 프리즈 서울은 노루페인트로 유명한 노루그룹의 후원으로 아시아 최우수 갤러리를 수상하는 ‘포커스 아시아 스탠드 프라이즈’를 출범했고, 한국의 젊은 갤러리인 ‘실린더’가 수상을 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불가리의 후원으로 처음 열린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에는 한국의 여성 작가 우한나가 선정돼 더욱 뜻깊은 행사로 남았다.

서울 전 지역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다. 삼청동, 한남동, 청담동 등을 밤에 둘러보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예컨대 ‘삼청 나이트’가 진행되는 날에는 밤 12시까지 삼청동에 위치한 서울의 대표 미술관, 갤러리를 살펴볼 수 있고 관계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파티가 로컬 가게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나이트’도 강남구청과 긴밀히 협의해 기획한 행사로 BMW가 이동을 위한 차량을 제공했고 루이비통재단이 운영하는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파티도 열렸다.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더욱 다채롭게 서울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싶었다.

프리즈 서울에는 한국 브랜드나 자신의 브랜드를 한국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브랜드의 참여를 늘렸다. 2023년 프리즈 서울의 헤드 스폰서는 LG전자, 프리즈 글로벌의 메인 스포서는 도이치뱅크이다. 이외에도 조말론, 신세계, 루이나 등이 함께 스폰서로 참여했다. LG전자는 한국의 거장 김환기의 작품을 OLED 화면으로 구현했다. 원화와 함께 배치해 얼마나 생생한 OLED 기술을 갖췄는지 선보였다. 신세계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운지를 운영했다. 글로벌 파트너인 샴페인 브랜드 루이나는 2022년 김종학 화백과 협업을 진행해 김 화백의 손에서 탄생한 샴페인 패키지와 그의 신작을 공개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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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 리세일? 리커머스?
지속가능성-합리성-개성까지 챙긴 리커머스

글로벌 명품 중고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지만 아직까지 관련 개념들 사이에 혼동이 있는 듯하다. 리세일(Resale)은 ‘중고 제품의 재판매 행위’를 뜻하며 리커머스(Recommerce)는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 및 플랫폼’을 포괄하는 용어로 두 개념은 거의 동일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 한정판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사서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는 ‘리셀(Resell)’이라 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리셀보다는 리커머스 및 리세일 시장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럭셔리 업계에서 왜, 지금 리세일 시장을 주목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어떤 산업이든 지속가능성을 논하지 않고 사업을 전개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영국의 환경 비영리단체 랩(Wrap)에 따르면 랩의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패션 업체들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탄소배출량을 12%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생산량이 13%가량 증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이 상쇄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류 소비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Affordable Luxury(가격대를 감당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및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감가가 크게 발생해 출시가보다 80%가량 저렴해진 중고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MZ세대는 패션 아이템의 유효 기간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때까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 대학생 대상 강연을 가 보면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학생들이 많다. 웃돈을 주고 새 제품을 샀다가 질리면 중고로 판매하고, 반대로 중고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마치 소유하고 싶은 제품을 잠시 렌트하는 것처럼 보인다.

One of a Kind(독특한 것). 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41%가 “지금은 살 수 없는 희소한 제품을 살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자기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와 Y2K 트렌드의 등장으로 현재는 출시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 한 브랜드의 철학, 스토리에 공감하며 그 브랜드에 대해 깊게 연구하는 ‘찐팬’들이 특히 이런 제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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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머스 시장 이끈 4가지 트렌드

럭셔리 리커머스 플레이어들의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자체 검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품을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정품 박스가 없어도 정품을 가려내야 한다. 반대로 정품 박스 안에 담긴 가품도 구별해야 한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중고 명품의 개인 간 거래를 지원하거나(C2B2C), 셋째로는 개인으로부터 매입 또는 위탁을 통해(C2B/B2C) 사업을 전개한다. 한국의 번개장터를 포함해 미국의 더리얼리얼(The RealReal), 유럽의 베스티에르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등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은 정품 검수는 진행하지 않지만 C2C 명품 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플레이어들이 활약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트렌드가 있을까.

중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 향상.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약 10명 중 6명이 중고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 한국의 중고 거래 경험 비율은 39%에 그쳤지만 사실 중고 거래는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라 늘 있어왔던 현상인 점을 강조하고 싶다. 1990년대 말 경제 회복 운동으로 추진된 ‘아나바다’ 운동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고 제품 거래를 다소 꺼림칙하게 여기는 일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환경보호와 합리적 소비를 이유로 중고 거래를 한다고 밝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리세일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진단한다.

특히 명품 중고시장의 인식도 명품의 상승 가치를 바탕으로 개선되고 있다. 영국의 패션 전문지 BoF에 따르면 미국 명품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제품의 시장 가치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중 57%는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 심지어 실제 리세일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명품 거래 소비자들의 62%는 구매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재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10년 전에 구입한 샤넬 가방은 현재 당시 가격보다 2~2.5배가량 비싸다. 명품 기업들이 꾸준히 가격을 올린 결과이다.

카테고리의 성장. 중고 명품 시장은 새로운 명품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명품 시장은 더욱 다양한 고객과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2030년까지 MZ세대, 알파세대가 명품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패션위크 2024 봄여름(SS) 컬렉션에서 가장 큰 미디어 파워를 발휘한 셀럽들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그중 80%가 20대, 20%가 30대였다. 50%가 케이팝 아티스트라는 점도 흥미롭다.

품목도 다변화되고 있다. 원래는 가방, 시계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신발, 의류 판매도 늘고 있다. WWD Korea에 따르면 2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명품 신발 구매 건수는 2018년 대비 2022년 134.9% 증가했다. 명품 브랜드와 스포츠, 스트리트 브랜드가 경계를 허물며 협업해 만든 한정판 신발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품 남성 의류 구매 건수는 105.4%, 여성 의류는 63.9% 늘었다.5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플래그십 매장, 팝업 매장을 선보이며 명품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어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베스티에르콜렉티브는 80개국에서 모인 300만 개 이상의 다양한 상품을 자체적인 검수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구매 및 판매를 지원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럽의 명품 회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파리 에펠탑 등 랜드마크 앞에 의류 쓰레기를 잔뜩 쌓아 두며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베스티에르콜렉티브는 자라, 갭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제품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더리얼리얼은 명품 위탁 분야의 최고 업체다. 전문가 그룹이 직접 제품을 보관하고 정품을 인증하며 61개국으로 국제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제품은 진열되고 3일 만에 판매된다고 한다. 번개장터는 개인 간 거래, 검수 후 거래, 매입 및 위탁 판매까지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45만 개의 명품, 고가의 스트리트 상품이 13초에 1개씩 새로 등록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된다.

플랫폼을 통한 신뢰 제고. 중고 명품 거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정가품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 BoF에 따르면 명품 구매 고객의 25%는 자신들이 구매한 제품이 정품인지 가품인지 확신이 없다고 한다. 또한 중고 명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가품의 물리적 확인”이 82%, “안전과 보안이 철저한 배송”이 81%, “정품 보증을 설명해주는 개런티 카드”가 79%로 꼽혔다. 따라서 명품 정가품 검수 기술을 얼마나 안정적, 효율적으로 구축하는가가 플랫폼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번개장터의 경우 정품 인증 서비스 ‘번개케어’를 운영 중인데 2022년 4월 첫 론칭 이후 2023년 10월까지 약 625% 성장했다. 럭셔리, 스트리트, 디지털 분야의 인증 거래가 전체 인증 거래의 약 23%를 차지한다.


적인가, 동지인가?
럭셔리 업계의 리커머스 대응 전략

리커머스 시장에 다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리커머스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직접 온라인 시장에 투자를 하는 기업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직영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은 모든 제품을 가품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샤넬은 2020년 더리얼리얼이 가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고소했다. 에르메스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는 듯하다. LVMH는 그간 리커머스 시장에 소극적이었으나 2022년 직접 주관한 스타트업 대회에서 정가품을 판별하는 기술을 선보인 한국 스타트업이 1등을 차지한 점으로 미뤄 보아 리커머스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명 백화점 프렝탕(Printemps)은 2022년 9월 중고 명품 전용 공간 ‘세컨드 프렝탕(Second Printemps)’을 오픈했다. 약 2145㎡(약 650평) 규모로 전 세계 백화점 중 최대 규모의 순환 소비 공간으로 꼽힌다. 단순히 중고 명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평가 및 환급이 72시간 이내 가능한 현장 위탁 판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버버리 또한 베스티에르콜렉티브와의 협력 프로그램을 론칭했는데 베스티에르콜렉티브에서 버버리 중고 제품을 판매하면 버버리 새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지급한다. 버버리가 직접 정품 인증을 해준다는 점도 강점이다.

케어링그룹은 2020년 더리얼리얼과 손잡고 온라인에서 중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2021년에는 투자를 통해 베스티에르콜렉티브의 지분 5%를 확보했다. 케어링의 회장이자 CEO인 프랑스와 앙리 피노는 “리세일 트렌드를 무시하기보다는 이를 잘 이해하고 접근해 우리의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더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며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기회를 잡고자 하며 이는 우리의 기업가정신, 선도적인 지속가능 전략 및 현대적인 명품 비전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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