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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윌리 C. 시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자국보호 산업 정책으로 게임 규칙 변화
기업이 정책 입안자 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최호진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계 각국 정부가 민간 부문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보편화되고 있는 개입 방식은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부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및 융자 지원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광범위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며 쇠퇴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전기차 구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전략 산업에 개입하며 중국을 전기차 제조 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세계 각국의 산업 정책이 급변하는 현재,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본사를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으로 옮기거나 공급망을 분리하는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맞춰 적응력을 발휘한다.

2. 정책 입안자들이 복잡한 현안과 기업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산업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이들 교육에 적극 나선다.

3. 정부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판단한 후 보조금 등의 수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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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특정 부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산업 정책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쇠퇴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되살리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1 ,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2 등을 도입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심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며 세계 각국 정부의 민간 부문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및 반도체 제조사 등 새로운 산업 정책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사업 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 속에 내재한 기회와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LG그룹은 LG경영개발원 산하에 글로벌전략센터를 신설하고 국무조정실 1·2차장을 지낸 윤창렬 서울대 객원교수를 영입하는 등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미 반도체 동맹 요구가 커지던 지난해 3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를 북미 법인 대외협력팀장으로 영입했고, SK그룹은 올해 3월 글로벌 대관 총괄 조직인 GPA(Global Public Affair)팀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정부의 각종 대외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전략을 짰다면 이제는 지정학적 흐름과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주도적으로 읽고 관련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적극 확보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게임의 규칙이 변하는 새로운 산업 정책의 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제조, 제품 개발 및 공급망 전문가로 미국 공급망 경쟁력 자문위원회와 반도체과학법을 다루는 산업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윌리 C. 시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산업 정책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을 교육하고, 변화에 맞춰 기업 운영을 최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새로운 산업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더라도 “정부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기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판단한 후 보조금 등의 수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을 권한다. DBR이 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급변하는 산업 정책과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들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산업 정책을 통해 민간 부문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경향이 나타난 배경은 무엇인가?

세계 각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산업 정책을 실행해 왔다. 미국이 실시한 임무 지향적 산업 정책의 대표적인 예는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이다. 또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업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융자, 보조금, 장려금을 비롯한 재무적 수단을 활용했다. 중국은 1986년 기술 현대화를 위해 과학기술을 지원, 육성하는 ‘863계획’을 시작했다. 과거 한국, 싱가포르, 대만도 근대화와 개발을 위해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이런 개입이 과연 공공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목표 달성 실패, 민간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런 프로그램의 혜택이 특정 분야에만 편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견해가 나왔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만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의 상업적 실패,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다 파산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Solyndra) 등 실패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많은 정부가 민간 부문 개입을 축소해 나갔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상황이 반전됐다. 세계 각국 정부가 민간 부문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문제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많은 국가가 자국의 기술이나 전략 부문의 약화로 국가 안보, 경제 성장, 혁신 역량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면서 강력한 산업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은 무역 흐름과 국제 경쟁이 자국 내 생산 부문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국제무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중점을 두고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20203 , 유럽그린딜4 , 유럽 공동 관심사의 주요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 포럼(IPCEI)5 ,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과학법, 인프라 투자·일자리법(IIJA)6 이 대표적이다.

현재 보편화되고 있는 개입 방식은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부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 각국 정부들의 지원 덕에 에어버스(Airbus) 컨소시엄은 상업용 항공기 산업에 진입하는 데 드는 높은 고정비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도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가 C919와 같은 여객기를 설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의존해 경제 발전을 도모해 온 중국은 고체 조명, 풍력에너지, 태양광 패널 제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민간 부문에 적극 개입했다. 자동차 산업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찍이 인식한 중국 정부는 자국산 전기차 구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제조국이 됐고 CATL,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이 리튬 배터리와 관련 부품의 지배적인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성공 사례들은 각국 정부가 기술 중심적이고 임무 지향적인 산업 전략에 더욱 개입하도록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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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쇠퇴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융자를 지원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광범위한 세금 혜택을 제공했다. 이런 정책으로 미국 내 제조업 투자는 크게 늘었지만 그 영향으로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자국 산업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다. 일례로 한국 국회도 미국 반도체과학법에 대응해 반도체특별법(K-Chips Act)7 을 도입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상업 영역으로 번지며 세계는 양 진영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모든 다국적 기업은 “어느 한편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점점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규제와 같은 경제적 수단 활용을 더 늘리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거대 시장에서 제약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급변하는 산업 정책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기업들에 조언해달라.

첫째, 다양한 형태의 산업 정책을 인식해야 한다. 산업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 혹은 수요 측면의 정책이다. 정부 보조금, 장려금, 조세 혜택, 세액 공제 등은 공급 측면 정책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정책은 주로 기업의 연구개발비나 생산비에 영향을 미치며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재료나 기술 사용에 유리한 쪽으로 경쟁의 장을 기울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위험성 높은 프로젝트에 투자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없거나 총투자 수익의 일부만 가져갈 수 있어 과소 투자할 경우에만 공급 측면의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요 측면 정책은 일반적으로 대상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국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정책은 전반적인 시장 규모를 확장하는 데 사용된다.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세액 공제와 전기 그리드 운영자에게 판매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가격 보장 등이 그 예다. 수요 측면 정책은 기업 간의 시장경쟁을 유지해준다는 이점이 있다.

많은 기업은 수요 측면 정책이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고 보고 공급 측면 정책에 초점을 맞춰 로비 활동을 벌인다. 공급 측면 정책이 자사 비즈니스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을 아우르는 정책을 위해 로비할 때 더 효과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수요 측면 정책이 시장 규모를 키워 기업이 투자할 인센티브를 창출하고 투자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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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맞춰 적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UC버클리가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세서 핵심 기술의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리스크파이브 재단(RISC-V Foundation)이 좋은 예다. 리스크파이브 재단은 무역 제한이 강화돼도 미국, 유럽, 중국 기업을 포함한 회원사가 리스크파이브 칩 디자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사를 미국에서 스위스로 옮겼다. 상호도 리스크파이브 인터내셔널(RISC-V International)로 바꿨다.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에서 대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일부 서구 기업이 공급망을 두 갈래로 나눠 중국 이외 지역과는 별도로 중국 내수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생산 수요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로 이전할 수 없는 기업은 생산을 다양화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적응력은 규제 변화가 있거나 기업에 새로운 비용이나 제한이 생길 때 특히 중요하다. 적응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영역은 바로 탈탄소 분야다. 해운에 대한 국제해사기구(IMO)의 새로운 규제로 인해 해상 운송 업체들은 연료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2050년에 연료로서 바이오 메탄올이나 암모니아와 같은 수소 유도체가 올바른 선택이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바이오 메탄이나 바이오 LNG가 유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적응력을 발휘해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책 입안자들을 교육하고 그들이 상업적 관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대관팀을 활용하거나 로비스트를 고용해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산업 정책이 수립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 그런데 많은 경영진은 정치 지도자와 임명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 직원, EU 본부 직원 등 법안을 작성하는 직업 공무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 중 민간 산업 관련 경험이 있는 공무원은 극히 적고 이들이 다루는 그린 에너지, 반도체 등의 현안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분야다. 따라서 이들이 기업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돕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대관팀이 공무원과의 회의를 주선하거나 고위급 임원들이 정부 주관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교육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들을 교육할 때는 기업의 특정 이해관계를 잠시 제쳐 두고 관련 산업의 구조, 기존 무역 역학 등 정책 결정과 관련된 큰 그림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의 많은 공무원은 공급망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몇 개의 계층 또는 단계가 있는지, 소싱에 기밀이 필요한 이유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투자 수준과 수익 창출 기간이 부문별로, 또 부문 내에서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약 회사와 반도체 회사는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지출하는 반면 소비재 회사는 그 수준이 2% 이하다. 세액공제는 기업이 이런 공제를 적용할 수 있는 소득이 있을 때만 유용하다. 반도체 제조업 등 자본 집약적 산업은 10년 넘게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교육을 통해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인지한다면 조세 혜택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거래 가능한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정책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 기업 경영진이 정책 개발자들을 교육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수록 효과적인 산업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각국 정부가 특정 산업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보조금이나 세금 특혜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특혜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 리스크로 돌아올 우려는 없나?

정부 보조금이 추후 기업 운영에 있어 제약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정부가 공급 측면의 보조금을 제공할 때 수락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부 프로그램이 내거는 부대 조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소 투자나 고용 조건 충족과 같은 전통적인 조건들부터 정부가 미래 수익을 공유받거나 주식이나 금융 지분을 갖는 등의 비전통적인 조건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8 기간, 모더나 경영진은 미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제조 규모를 확대했다. 반면 화이자 경영진은 제한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화이자는 백신 제조에 성공한 뒤 백신 1억 회분을 구매하겠다는 미 정부의 약속을 받고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얻었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모더나는 기술 라이선스 권한과 특허 소유권을 두고 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과 분쟁을 겪었다. 긴밀했던 정부와의 협력 관계가 분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지원이 때론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보조금을 지속적인 사업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2009년 구제 금융의 일환으로 지급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제너럴모터스(GM, General Motors)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판매 실적이 급감하면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위태로운 재정 상황에 놓였다. 이에 주요 산업의 붕괴를 우려한 연방 정부가 직접 개입했고, GM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TARP)의 일환으로 500억 달러 이상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새로 탄생한 뉴 GM(New GM)은 주식의 60.8%를 미 재무부에, 나머지 지분은 전미 자동차노동조합(United Auto Workers) 퇴직자 의료신탁 기금, 구(舊) GM 채권 보유자,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 주정부에 제공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GM의 CEO였던 릭 왜고너의 사임을 압박했고 GM은 구조조정을 거쳐 사실상 경영권을 정부에 이양했다. 정부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기업 운영의 제약을 불러온 극단적인 예다.

기업이 정부 보조금 수락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보조금 지원이 끝난 후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고 시간이 지나도 보조금 없이 견딜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지급되는 건설 장려금은 높은 건설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고안된 일회성 이벤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장려금만으로는 운영비를 낮출 수 없다. 자본 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생산된 웨이퍼의 개당 상각액 정도만 낮출 수 있을 뿐이다. 경영진은 정부의 목표가 반드시 기업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반도체과학법의 최우선 목표는 군용·상업용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에 대한 미국 내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체의 자국 내 운영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결국 수익성은 각 기업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현재 제공되는 정부 보조금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경영진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는 한국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들 기업에 조언해달라.

가장 중요한 조언은 참여하라(engage)는 것이다. 나 역시 과거에는 산업 정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산업 정책이 예산을 낭비하고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정부가 산업 정책으로 민간 부문에 개입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가 가능한 현명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들도 그래야 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활용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내 많은 사람은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조직 내 산업 정책 전담 조직을 설립하거나 전직 외교관 등 정부 내부를 탐색하고 접근할 방법을 알고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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