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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트레스 대처법

93세 워런 버핏의 왕성한 경영 활동,
비결은 단련된 ‘마인드 피트니스’

고영건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CEO의 스트레스와 노화, 죽음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마인드 피트니스’를 실천하려면

1. 생체시계라고 불리는 시상하부가 기능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시상하부 상태를 즉각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지표 중 하나는 감기에 걸리는 횟수를 점검하는 것이다.

2. ‘마인드 피트니스’의 핵심 원리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스트레스로부터 실제로 벗어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처 행동을 함으로써 시상하부에 스트레스 정보가 축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3. 마인드 피트니스는 단순히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4. 마인드 피트니스를 훈련할 때 시상하부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행동을 백조 유형의 행동과 구분해야 한다.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 25인의 구루(Guru)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는 시드니 핑클스타인 다트머스대 교수는 2023년 개최된 전미경영학회 연차대회의 ‘CEO 덕목과 정신’ 세션에서 CEO의 핵심 덕목으로 ‘멘탈(정신건강) 관리’를 꼽았다.1 미국의 대표적인 IT 분야 투자회사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창업자 벤 호로위츠는 CEO가 배워야 할 가장 어려운 기술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2 그에 따르면 CEO의 숙명은 바로 회사가 직면한 최고의 난제를 풀어내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는 것이다. 최근 마크 보르그슐테 일리노이주립대(UIUC) 교수와 연구진이 미국의 대기업 CEO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EO들이 경제적 불황을 경험하는 경우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들의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3 물론 경제적 불황이 CEO에게 미치는 평균적인 효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CEO들은 ‘집단 내 편차’가 상당히 큰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널리 알려진 것처럼 93세의 워런 버핏은 그 누구보다도 경제적인 위기를 더 많이 겪었지만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효과는 스트레스 자체보다 그러한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마음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CEO를 위한 ‘마인드 피트니스(mind fitness)’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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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스트레스와 노화, 그리고 죽음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의 정치가 오자서(伍子胥)는 스트레스의 효과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초나라 평왕(平王)의 박해를 피해 오나라로 탈출할 때 평왕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체포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됐다. 스트레스의 이런 영향력을 입증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일례로 [그림 1]의 사진을 살펴보자! 2005년에서 2008년까지 스타벅스의 CEO로 재직했던 제임스 도널드의 모습이다."4 " 그가 재임하는 동안 스타벅스는 연간 수익이 연속해서 20% 이상 증가하는 등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제임스 도널드는 CEO로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타벅스의 CEO로 취임한 지 4년 만에 누구든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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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보르그슐테의 연구진은 CEO의 스트레스 문제를 다룬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대기업의 CEO 1900명의 자료를 포함해서 다양한 출처의 CEO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CEO의 스트레스와 노화, 죽음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들이 표집한 CEO 표본에서 중위수를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표본 속 CEO들은 전형적으로 52세에 CEO로 취임해 9년간 재임했으며 82세 때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중 약 40%는 재임 기간 중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가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고 CEO로서 그들도 자연스럽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연구자들은 ‘시각적 기계 학습(visual machine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CEO의 사진 3002장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실제 나이와 컴퓨터 이미지 분석을 통해 외모로 평가한 나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기본적으로 CEO들은 실제 나이보다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림 2]가 보여주는 것처럼 CEO의 외모로 분석한 나이와 실제 나이가 상당 부분 중첩된 형태로 나타났지만 외모로 평가한 나이의 분포가 실제 나이의 분포보다 더 왼쪽으로 편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타벅스 CEO 제임스 도널드의 사진을 분석했을 때 그가 51세 때 찍은 사진은 53세, 55세 때 찍은 사진은 60세인 것으로 평가됐다. 재임 중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가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던 CEO는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던 CEO에 비해 외모로 평가한 나이가 평균적으로 1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CEO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그들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임 중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가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던 CEO는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던 CEO에 비해 수명이 평균적으로 1년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가 경제적 위기를 경험했던 CEO의 대다수(3분의 2)는 임명 후 사망하기까지 약 30년이 소요됐지만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던 CEO의 대다수(3분의 2)는 임명 후 사망하기까지 32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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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크 보르그슐테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CEO의 스트레스와 노화, 죽음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서 노화 및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CEO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스트레스가 보이지 않게 CEO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것만큼이나 CEO의 의사결정 및 리더십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의 비밀을 간직한 우리의 뇌

스트레스가 신체와 마음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독특한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의 신체는 식사 시간이 되면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우리의 신체는 식사 시간이 됐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시상하부(hypothalamus)가 그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시상하부를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라고도 부른다.

문제는 생체시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시계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시계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한다면 생체시계는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정도를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정도는 비슷하게 보조를 맞추게 된다. 예컨대, 오전 7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한 다음 4시간 30분이 경과하는 것과 신체가 4시간 30분 동안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정도는 상응하는 정보에 해당된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 이 둘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마치 경제 위기 상황에서 환율이 변화하는 것처럼 물리적인 시간과 스트레스의 매칭 비율이 깨지게 된다. 그래서 오자서처럼 하룻밤 사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경우 물리적으로는 24시간이 지나더라도 시상하부는 마치 24년이 흐른 것처럼 작동할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시상하부가 작동하는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는 측면이 있다. 일례로, 10년 된 자동차의 엔진과 신차의 엔진을 서로 교체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비록 엔진이 장착된 차량의 프레임은 달라졌을지라도 신차의 엔진은 당연히 잘 작동하는 반면 노후된 차의 엔진은 여전히 성능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구체적인 실험의 예를 살펴보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이 든 암컷 쥐와 젊은 암컷 쥐의 난소를 서로 교체했다.5 나이 든 암컷 쥐에게 젊은 난소를 이식하고 젊은 암컷 쥐에게는 나이 든 난소를 이식한 것이다. 놀랍게도 나이 든 암컷 쥐가 새로 이식받은 젊은 난소는 마치 나이 든 암컷 쥐의 난소처럼 기능하는 반면 젊은 암컷 쥐가 갖게 된 나이 든 난소는 마치 젊은 암컷 쥐의 난소처럼 기능했다. 시상하부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이 든 암컷 쥐의 시상하부는 자신의 난소가 나이 든 암컷 쥐의 난소인 것처럼 인식한 반면 젊은 암컷 쥐의 시상하부는 자신의 난소가 마치 젊은 암컷 쥐의 난소인 것처럼 인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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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마찬가지다. 약 51세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호르몬 유도제를 주사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cortisol)이 약 33% 감소한다. 하지만 동일한 양을 약 35세의 사람들에게 주사하면 코르티솔이 약 47% 감소한다. 이러한 결과 역시 시상하부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의 시상하부가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컨디션을 나타낸다. 그래서 동일한 약물이 주입되더라도 시상하부의 상태에 따라 신체는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젊은 사람의 시상하부는 코르티솔이 47% 감소할 수 있을 만큼의 스트레스 호르몬 유도제를 주입하더라도 나이 든 사람의 시상하부는 코르티솔이 33% 감소할 만큼의 스트레스 호르몬 유도제가 주입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박 겉핥기’식의 대처가 아니라 근본적인 우리의 뇌 상태, 즉 시상하부의 컨디션을 바꾸기 위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이 든 암컷 쥐에 젊은 난소를 이식해봐야 별로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시상하부의 컨디션이 바뀌지 않는 한 피로회복제나 약물에 의지하는 것 등 임시방편식의 스트레스 대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시상하부는 실제로 존재하는 신체의 기관이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상태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바로 마인드 피트니스가 대표적인 예이다.6

나의 시상하부 상태 점검하기

“질병은 인생을 깨닫게 해주는 위대한 스승 중 하나다”라는 격언이 있다.7 나의 시상하부 상태를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감기에 걸리는 횟수를 점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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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성 독감이 아닌 일반적인 감기의 경우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 몇 가지 증상을 나타내지만 보통은 1주일 내로 사라진다.8 한국인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년에 약 3회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9

앞서 감기 관련 문항에 대한 응답은 시상하부 상태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왜냐하면 시상하부의 건강 상태와 감기에 걸리는 횟수는 ‘역(逆)의 관계’, 즉 서로 반대되는 관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상하부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수록 감기에 더 적게 걸린다. 만약 당신이 평균적으로 1년에 약 3회 정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라면 감기 관련 문항에 대해 보기 항목 중 ⑤번을 선택했을 것이다(연간 3회 × 3년 = 9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시상하부는 한국인 평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스트레스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시상하부의 컨디션을 조금 더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면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감기에 걸리는 횟수를 지금보다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④번 상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앞선 질문에 ④번을 선택했다면 ③번 상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②번을 선택했다면 ①번 상태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만약 ①번을 선택했다면 ①번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감기에 걸리고 안 걸리고 하는 문제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스로 감기에 잘 안 걸리는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해서 실제로 감기에 취약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감기 자체는 내 생각과는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기에 더 적게 걸리거나 안 걸리려면 시상하부의 객관적인 컨디션 자체가 달라야 한다.

감기에 걸리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감기 바이러스이고 나머지 하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다고 해서 곧바로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특별한 독감 바이러스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늘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동시에 스트레스에 의해 면역 기능도 저하될 때 우리는 비로소 감기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 한 가지를 고른다면 그것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기능의 저하’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셸던 코헨과 동료들은 감기에 걸리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10 그들은 300명이 넘는 성인을 실험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에 격리한 상태에서 ‘코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했다. 개인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긍정적인 정서 유형이 감기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높은 수준의 긍정 정서 유형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실험 첫날, 연구 참여자들에게 높은 농도의 코감기 바이러스를 투입했다. 연구 참여자들을 긍정 정서 유형에 따라 상, 중, 하 세 집단으로 구분한 다음, 5일 동안 그들의 신체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긍정적 정서 유형은 감기의 객관적인 증상과 주관적인 증상 모두에 분명한 영향을 줬다. 낮은 스트레스 경험으로 높은 수준의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집단이 중간 수준 나의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집단보다, 그리고 중간 수준의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집단이 낮은 수준의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집단보다 감기에 걸리는 빈도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 발생 빈도에서의 이 세 집단 간 차이는 긍정 정서 유형 이외의 다른 심리-사회적 조건 및 의학적 조건들과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헨과 동료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긍정 정서 유형이 일반 감기뿐만 아니라 A형 인플루엔자에 의한 독감의 발생 빈도에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밝혀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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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마인드 피트니스

그렇다면 감기에 걸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즉 시상하부의 컨디션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쥐 실험은 그러한 심리학적인 비결을 잘 보여준다.

서울대학병원의 암 연구소에서는 스트레스가 생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12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바닥에 전기충격 장치가 설치된 유리 상자에 넣었다. 그 후 한 집단에는 일정 시간마다 전기충격을 주고 또 다른 집단은 유리를 통해 맞은편 상자에 있는 쥐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관찰 조건의 쥐들이 들어간 실험용 상자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전기충격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기충격 조건 쥐들의 실험용 상자와 동일했다. 관찰 조건의 쥐들과는 다르게 전기충격 조건 쥐들에게는 50볼트(V)의 강도로 2분마다 10초 간격으로 전기충격이 주어졌다. 결과적으로 전기충격 조건 쥐들은 ‘전기고문이 끝없이 지속되는 지옥’을 경험했다. 계속해서 전기충격을 받은 쥐들과 유리창 너머로 고통받는 동료 쥐들을 관찰하기만 한 쥐들 중 어느 쪽이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까?

실험이 시작된 지 16시간이 지나자 결과는 분명해졌다.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탈진을 한 것은 수백 회에 걸쳐 전기충격을 받은 쥐들이 아니라 관찰 조건의 쥐들이었다. 전기충격 조건의 쥐들은 전기충격이 주어질 때마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대조적으로 관찰 조건의 쥐들은 처음에는 그다지 커다란 고통을 겪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중에 관찰 조건의 쥐들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는 전기충격 조건의 쥐들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구석에 웅크리고서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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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초기에 전기충격 조건 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그림 6]의 A 수준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그들이 받은 전기충격이 그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기충격 조건의 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D 수준으로까지 감소했다.

대조적으로 실험 초기에 관찰 조건의 쥐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B 수준에 머물렀다. 전기충격을 받는 동료 쥐들을 관찰하는 것이 큰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찰 조건의 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해 나중에 가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C 수준으로까지 상승했다. [그림 6]에서 ‘A와 B의 차이(E)’는 쥐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수준의 객관적인 차이를 반영한다. 대조적으로 ‘C와 D의 차이(F)’는 쥐들의 시상하부 컨디션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 실험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전기충격 조건의 쥐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반면 관찰 조건의 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적인 스트레스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해롭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충격 조건의 쥐 역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전기고문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A와 B의 차이(E)가 보여주듯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포함해서 스트레스의 객관적인 수준 자체는 관찰 조건의 쥐보다 전기충격 조건의 쥐가 더 높았다.

쥐 실험 결과는 스트레스에 시상하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객관적인 조건상으로는 전기충격 조건의 쥐가 관찰 조건의 쥐보다 훨씬 더 가혹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하지만 쥐가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시상하부의 컨디션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관찰 조건의 쥐들은 비록 전기충격 조건의 쥐에 비해 경미한 스트레스를 경험했지만 그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무기력감에 빠지게 됐다. 대조적으로 전기충격 조건의 쥐들은 전기충격이 주어질 때마다 있는 힘껏 뛰어올라 비록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고통을 피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두 조건의 쥐들에게서 시상하부 컨디션상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요약하자면 극심한 스트레스 조건하에서의 마인드 피트니스의 핵심 원리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스트레스로부터 실제로 벗어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처 행동을 함으로써 시상하부에 스트레스 정보가 축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시상하부에는 눈과 귀가 없다. 따라서 시상하부는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다만 시상하부에는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해당 문제 상황이 극복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무기력감에 빠트리는 것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록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문제 상황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경험을 할 경우 시상하부는 문제 상황을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무리 경미한 문제 상황에 처하더라도 문제로부터 온전히 벗어나는 경험을 하지 못할 경우 시상하부는 문제를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다.

유명 CEO들에게서 배우는 마인드 피트니스

마인드 피트니스의 핵심 원리는 ‘물병 들기’에 비유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평생 자그마한 사이즈의 물병을 계속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누구든지 큰 어려움 없이 물병을 계속 들고 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병을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드는 것을 계속 반복할 경우 사실상 물병을 오랫동안 들고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처음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는 고통을 가중시켜 결국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상징적으로 물병을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드는 일을 반복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스트레스 대처 활동을 할 경우 우리의 시상하부는 더 이상 경고등을 켜지 않고 스트레스 역시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지 못하게 된다.

마인드 피트니스는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우는 중요한 삶의 기술 중 하나로 누구나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유명 CEO들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들은 비록 그들이 마인드 피트니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인드 피트니스의 원리와 잘 부합되는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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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13 “스트레스는 당신이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해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주로 문제가 됩니다. 저는 문제 상황에 대해 인식하자마자 일단 전화를 걸거나 e메일을 보냅니다. 비록 그러한 대처 행동이 문제 상황을 실제로 해결해 주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하지만 문제 상황하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문제 상황이 야기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극적으로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CEO로서 경험하는 중압감을 견뎌내기 위한 스트레스 대처 비법을 소개하며"14 " ‘정신적 구강 세정제(mental palate cleanser)’라고 표현했다. 상쾌한 세정제로 입을 헹구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준다는 뜻이다. 그는 CEO로서의 중압감이 가중될 때마다 간단한 트릭을 사용한다. 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이런 트릭은 눈과 귀가 없는 시상하부에 충분히 먹힐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나무와 야생동물, 연못이 있는 애플파크(Apple Park)는 그가 과거에 처음으로 자연과 진정으로 사랑에 빠졌던 날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구강 세정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는 이곳 애플파크에서 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과 하이킹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는 이처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은 정신적 구강 세정제가 그 어떤 활동들보다도 낫다고 주장했다.

마인드 피트니스의 원리를 가장 잘 실천하는 대표적인 CEO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워런 버핏을 들 수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15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난제들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해서 스스로 처방하는 것이 가능한 문제 상황들과 과제들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핵전쟁이나 팬데믹처럼 세상에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이를 생각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주장했다. “저는 잠자리에 들 때 결코 버크셔와 우리가 당면 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의 이런 말은 마인드 피트니스의 원리가 단순히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왜냐하면 마인드 피트니스의 원리를 활용하는 형태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고 워런 버핏처럼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마인드 피트니스를 훈련할 때 ‘백조 타입’이라고 부르는 행동 유형과 헷갈려서는 안 된다. 백조는 수면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오리처럼 연신 자맥질을 한다. 백조 유형처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준다.

심리학자 웨그너와 동료들의 ‘빙산 위를 거니는 백곰 실험’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16 그들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5분간 백곰(white bear)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연구 참여자들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5분간 평균 7회 정도 백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 실험에서 참여자들이 단순히 백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회피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역설적인 효과’를 낳았다. 역설적인 효과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회피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 오히려 자신이 피하고자 하는 사고 내용에 대한 생각이 더 잘 떠오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결국 스트레스 상황에서 시상하부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경우에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지 간에 실제로 그러한 활동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몰입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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