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창의 인재 플랫폼 ‘제로원’은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아트-테크-비즈 분야의 크리에이터의 협업을 지원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한다. 예술가와 기업 모두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공간이다. 제로원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창작 비용,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크리에이터들로부터 통찰을 얻는다.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들은 예술계에서도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으며 현대차 내부에서 신사업으로도 연계되고 있다.
2022년 9월30일∼10월3일, 총 4일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 D동 1∼3층에서 한 전시가 진행됐다. 1층 전시 공간에서 제일 먼저 관객들을 맞이하는 건 다름 아닌 로봇 개 ‘스팟(Spot)’. 스팟은 미래 도시처럼 조성된 공간을 돌아다닌다. 관람객들이 손을 흔들면 스팟도 고객을 숙여 반응하는 등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이내 스팟이 한 스크린 앞에 멈춰 섰다. 스크린에는 개 혹은 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맹수들이 등장한다. 스팟은 스크린을 골똘히 바라보며 그 속의 개를 따라 하기도 하고 맹수의 포효에 겁을 먹기도 한다. 이외에도 뉴미디어, 설치, 사운드 아트 등 30개의 작품이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이 전시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현대차)가 기획한 ‘2022 제로원데이(2022 ZER01NE Day)’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위를 예술로까지 확대하며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을 지원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ZER01NE Playground)’를 운영하고 있다. 제로원데이는 매년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을 공개하는 행사다. 지금까지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를 거친 뉴미디어 아티스트, 사운드 아티스트, UI/UX 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터들만 117여 명, 이들이 수행한 프로젝트는 184개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뉴미디어 아트기관의 초청을 받아 상설 전시를 운영하는 팀도 있다.
현대차가 크리에이터로 규정한 건 비단 예술가, 디자이너들뿐만이 아니다. 엔지니어, 스타트업 등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크리에이터다. 현대차는 ‘아트(Art)-테크(Tech)-비즈(Biz)’ 분야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 간의 협업을 지원한다. 협업의 결정체가 ‘ZER01NE.CITY v1.0’이다. 자율주행차와 이로 인해 변화한 사람들의 일상을 뉴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미디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엔지니어들과 테크 스타트업들이 합심해 탄생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차가 어째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며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권영진 현대차 책임매니저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창의적인 관점을 예술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크리에이터들의 프로젝트가 현대차 신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