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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韓바이오 플랫폼기술 원더풀”… 글로벌 제약사들 잇단 러브콜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1.18
[영올드&]
약물 오래 머물거나 투여법 바꾸는, 일종의 신약 개발의 인프라 기술
에이비엘바이오 3.8조 계약 등… 올해 누적 기술 수출 규모 19조
‘삼바’ 투자지주사도 자회사 설립
국내 바이오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연달아 조(兆) 단위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 반도체주에 몰렸던 투자금이 바이오주로 분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종식 이후 맞이한 ‘제2의 바이오 봄’의 주역은 ‘플랫폼 기술’이다. 신약 개발에 비해 투자 비용이 적고 활용도가 다양해 플랫폼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플랫폼 기술이 여러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플랫폼 기술은 일종의 신약 개발의 인프라 기술이다. 약물이 체내에서 오래 머물도록 한다든가, 투여가 편한 제형으로 변경해주는 등의 기술 등이 포함된다.

● 바이오 플랫폼 기업, 코스닥 시총 1위·4위 달성

이달 12일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 원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수출한 기술은 ‘그랩바디-B’라고 불리는 플랫폼 기술로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기술이다. BBB는 뇌 속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촘촘한 장벽이다.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뇌 구조지만 약물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방해요소다. 실제 많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들이 BBB 통과를 못 해 고배를 마셨다.

그랩바디-B는 BBB를 구성하는 뇌혈관 내피세포에 돋아나 있는 단백질(IGF1R)을 공략해 우회로를 확보한다. 뇌 속에 필요한 물질이 통과하는 문을 몰래 열어 약물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그랩바디-B에 결합하는 약물의 종류만 바꾸면 어떤 약도 BBB를 통과할 수 있다. 그만큼 확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그랩바디-B는 일라이릴리에 앞서 올해 4월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최대 4조10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됐다. 업계에서는 그랩바디-B가 더 많은 질환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 역시 바이오 플랫폼 기술 개발 기업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을 통해 수 시간 동안 투여해야 하는 정맥주사(IV)형 주사제를 1분 내로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형으로 변경하는 ‘ALT-B4’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SC 변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알테오젠과 미국의 할로자임 등 두 곳뿐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알테오젠은 미국 머크(MSD)에 ALT-B4를 기술 수출했다. 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이 기술을 적용해 SC 제형의 ‘키트루다 큐렉스’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았다. 알테오젠은 MSD 외에도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에 같은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 올해 누적 기술수출 규모 역대 최대 약 19조 원

플랫폼 기술 개발 기업들 중심으로 기술 수출이 활기를 띠며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19조 원에 이른다. 플랫폼 기술들이 강세를 보이자 새롭게 바이오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출범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달 12일 신약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에피스넥스랩이 향후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결합체(펩타이드) 분야에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술이 사업 확장성이 크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시너지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그간 쌓아온 기술력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도래했다”며 “사업성이 큰 플랫폼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신약 개발 전반에서도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활약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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