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서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 게임 등 K-콘텐츠가 세계 주류 무대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K팝’·‘K드라마’를 매개로 확산된 ‘K뷰티’와 ‘K감성’ 열풍을 타고, 국내 기업들은 디자인·기술·사용경험(UX)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용기기·소형가전·펫케어 등 생활밀착형 카테고리에서 이 흐름이 뚜렷하다.
피부미용 의료기기, ‘임상+UX’로 시장을 넓히다
글로벌 피부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고성장 궤도다. 2020년 96억달러 수준이던 시장은 2030년 38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10년 만에 약 4배 확대되는 셈이다.
대표 주자로는 클래시스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매출 2,429억 원을 기록했고, 해외 매출 비중이 67%에 달한다. 주력 HIFU 플랫폼(울트라포머 MPT/국내 ‘슈링크 유니버스’)과 모노폴라 RF 플랫폼(볼뉴머)로 글로벌 설치 저변을 확대했다.
해외 행보도 공격적이다. 볼뉴머는 2024년 미국 FDA 클리어런스를 조기 확보해 현지 파트너십으로 출시됐고, 2025년에는 EU CE MDR 승인으로 유럽 판매 기반을 강화했다. 중동·동남아 전시회에서도 연속적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레퍼런스를 축적 중이다.
K뷰티 확산이 ‘의료용 에너지 디바이스’ 수요를 자극했고, 국내 기업들은 임상 근거와 시술 효율·사용자 편의(핸드피스 경량화, 카트리지 라인업 등)를 결합해 글로벌 점유를 끌어올리고 있다.
디자인 소형가전, ‘리테일 신뢰’에서 ‘글로벌 스케일’로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소형가전(SDA) 글로벌 시장은 2024년 2,027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32년 3,012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기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이 생활 동선 곳곳으로 침투하면서 수요 기반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 카테고리의 대표 주자로는 루메나가 부상했다. 루메나는 디자인 신뢰를 먼저 확보했다. 뉴욕 MoMA 디자인 스토어에서 무선 선풍기·가습기·무드램프 등 컬렉션이 판매되고, 싱가포르 다카시마야 백화점과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스토어에서도 브랜드 노출을 이어가며 ‘보는 순간 이해되는’ 미학과 일관된 만듦새를 증명했다.
이제 루메나는 대형 창고형 멤버십 유통망인 코스트코와의 협업으로 북미·유럽·오세아니아 등으로 판매 저변을 단계적으로 넓히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협업의 시작점은 국내 성과다. 2025년 코스트코 성과가 전년 대비 약 세 배로 확대되면서 코스트코 협업이 공식화됐다.
반려동물 시장, ‘펫 휴머니제이션’과 K-테크의 결합
반려동물 시장은 ‘가족화’(Humanization) 트렌드를 타고 견조한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은 2025년 2,734억 달러에서 2032년 4,277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탄탄한 수요를 보이며, 케어·푸드·진단·테크로 밸류체인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대표 주자로는 펫나우(Petnow)를 주목할 만하다. 반려견의 코무늬와 반려묘의 얼굴 특징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하는 앱 기반 바이오메트릭 ID를 제공해 등록과 확인, 분실 동물 복귀 과정을 간소화한다.
해외 행보도 뚜렷하다. 2024년 MWC 바르셀로나에서 서비스를 선보였고, 같은 해 한-독 혁신상 수상과 함께 북유럽 진출을 공식화했다. 같은 해 호주와 뉴질랜드에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고, 글로벌 반려동물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기능과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2025년에는 네슬레 퓨리나의 ‘Unleashed’ 액셀러레이터 코호트에 선정되며 유럽권 네트워크와 공동 실증 기회를 확보했다.
펫나우의 기술력은 ‘칩+명찰’ 기반 식별의 한계를 보완해 동물등록·보험·실종 알림(지오펜싱) 등 연계 서비스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앱만으로 구현되는 비침습 생체인식이라는 진입 장벽 낮은 기술을 앞세워 권역별 파트너십과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있으며, K-테크가 실사용 문제인 신원 확인과 분실 복귀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같이 K-콘텐츠가 만든 ‘K감성’은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제품·서비스의 채택과 신뢰를 가속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임상과 UX로 글로벌 표준을 겨냥하고, 디자인 소형가전은 리테일 신뢰를 수출해 채널·국가를 넓힌다. 펫케어는 K-테크로 실사용 문제를 풀며 영역을 확장한다. 공통분모는 ‘담백한 기능미’와 ‘사용맥락에 맞춘 설계’다. 이 문법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기업이야말로 K컬처 이후의 성장 동력을 선점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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