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전량 매각 58억달러 마련
오픈AI 지분 11% 확보할듯
‘AI석학’ 르쿤, 메타 떠나 창업 계획
한국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58억 달러(약 8조4100억 원)에 달한다. 세계 AI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자금 확보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2분기(4∼6월) 실적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엔비디아 주식 3200만 주를 모두 매각했다”고 밝혔다. 주식 고점 논란에 소프트뱅크의 매각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나스닥 시장의 엔비디아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다만 소프트뱅크 측은 “매각은 순전히 오픈AI에 대한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으로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지분 11%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기업인 오픈AI의 가치를 5000억 달러(약 725조 원)로 추산할 경우 소프트뱅크의 지분 가치만 8조 엔(약 7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약 300억 달러(약 43조5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하면서 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오픈AI는 비영리 기업으로 출발해 상장, 외부 투자 등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달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완료하면서 업계에서는 오픈AI에 대한 지분 확보 경쟁이 달아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소프트뱅크를 통해 오픈AI에 접근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올해 소프트뱅크 주가는 두 배 이상 치솟았다”고 논평했다.
한편 ‘AI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겸 메타 부사장 또한 메타를 떠나 새로운 AI 스타트업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FT가 11일 보도했다. 르쿤 교수는 2013년부터 메타의 자회사 페이스북에서 ‘최고 AI 과학자’ 직책을 맡아 AI 전략을 수립해 왔다.
그의 이탈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와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자사의 AI 기술이 오픈AI, 구글 등에 밀렸다고 보고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제품 상용화 속도 강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르쿤 교수는 언어 기반보다 동영상, 이미지 학습을 통한 AI 개발에 치중해 견해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T는 주요 빅테크의 AI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고 논평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는 올해 3500억 달러(약 507조 5000억 원) 이상을 데이터 센터에 투자했다. 내년에도 4000억 달러(약 580조 원) 이상을 쏟아넣을 예정이다.
FT는 특히 빅테크들이 빠른 속도로 채권을 발행하며 관련 자금을 조달해 회사의 재무 안정성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메타, 구글, 오라클 등은 데이터센터 건립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모두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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