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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 AI

AI가 지키는 바다… 전복 양식장 수온 알려줘 폐사율 절반 ‘뚝’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1.07
[2025 Sea FARM SHOW]
완도 양식장 한칸에 ‘AI 관측소’… 용존산소-염도 측정, 먹이활동 감시
휴대전화로 실시간 파악도 가능
통영시도 내달 ‘폭염 예측 AI’ 출시… 어업 기술혁신에 도시민 귀어 열기
“AI가 어민 생계 지키는 새 안전망”
5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가두리 전복양식장에서 어민 이현구 씨가 해수 온도와 조류 등 해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AI 수산양식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AI(인공지능)가 전복의 ‘바다 주치의’입니다.”

5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신항에서 1km가량 떨어진 가두리 전복양식장에서 만난 어민 이현구 씨(47)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AI가 바다의 변화를 미리 알려준다”며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고수온으로 인한 전복 폐사율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이 씨의 양식장 880칸 중 한 칸에는 ‘관측소’가 설치돼 있다. 수온, 용존산소, 염분농도 등 해양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파도·바람 같은 해상 상황과 전복의 먹이 활동을 감시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달려 있다. 그는 “휴대전화로 언제든 양식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 AI가 수온 알려 폐사율 절반 아래로 ‘뚝’

청정 해역을 품은 완도는 전국 전복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수산 일번지’다. 2000년대 초 산업화된 완도의 전복 양식은 2010년 양식 면적이 6921ha(헥타르·1ha는 1만 ㎡), 생산량이 8578t이었으나, 최근에는 양식 면적 3615ha, 생산량 1만6341t으로 집계됐다. 면적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그 배경엔 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어업이 있다.

완도군은 올해부터 기후변화 대응과 홍수출하 예방을 위해 ‘치유바다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본격 가동했다. 완도읍, 노화도, 금일도 등 전복·광어 양식장 8곳에 관측소를 설치해 수온·염분·산소량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어민의 휴대전화와 완도군청 전산실로 동시에 전송된다.

이 씨의 양식장도 그중 하나다. 완도읍과 노화도, 해남 달마산, 땅끝마을로 둘러싸인 해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수심 7∼12m로 완만해 양식에 적합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수온 상승으로 폐사가 잦았다. 그는 “전복은 수온 15∼17도에서 활발히 움직이지만 23도를 넘으면 먹이 섭취가 줄고, 27도를 넘으면 먹이를 끊어야 살아남는다”며 “올해는 관측소가 수온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먹이량을 조절할 수 있었고, 폐사율이 지난해 5%에서 올해 2%로 줄었다”고 말했다.

기존 수산 당국의 데이터가 완도 전체 해역의 평균 수온 정보 등에 그쳤다면, AI 관측소는 양식장 단위의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한다. 황철웅 완도군 정보통신팀장은 “AI 플랫폼이 3∼4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양식장별 최적 사육 기준을 도출할 수 있다”며 “바다의 경험을 데이터로 체계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AI 기술은 전복 양식의 최대 위협인 고수온에 맞서는 해법이자 지속 가능한 수산업으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경남 통영시도 AI를 활용한 ‘스마트양식 고도화’에 나섰다. 통영시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해양환경 이상 현상으로 인한 양식 피해를 줄이기 위해 ‘AI 예측 모델’을 개발해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10년간 축적한 연안환경 및 양식업 데이터를 공공데이터와 융합해 활용 가치가 높은 신규 데이터셋을 만들고, 민간 클라우드와 협업해 예측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이 시스템은 바다의 변동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양식장별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어민에게 경보를 제공한다.

양화자 통영시 스마트도시정보팀장은 “AI가 재난 위험을 미리 예측해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AI 기술이 어민의 생계를 지키는 새로운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시는 내년부터 이 시스템을 지역 주요 양식장 20여 곳으로 확대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에 개방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 어업 패러다임 변화, 도시민 귀어로 이어져

기술혁신이 어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도시민들의 귀어(歸漁) 열기도 함께 높아졌다. 2020년 강릉에 문을 연 ‘강원귀어학교’에는 올해도 수강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이 학교는 귀어를 꿈꾸는 도시민에게 어업 실무와 어촌 정착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만 18∼64세를 대상으로 한 5주 과정 실무교육은 2주간 이론과 현장견학,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 취득을 마친 뒤 3주 동안 어선에 승선해 연승·통발·자망 어업을 직접 실습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지금까지 19회의 교육과정을 통해 399명의 수료생이 배출됐고, 2020∼2023년 수료생 281명 중 114명이 귀어해 40.5%의 귀어율을 기록했다.

서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다 귀어학교를 수료한 권세만 씨(42)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2021년 과정을 마친 뒤 강릉으로 귀어해 4.6t급 어선을 사 선주 겸 선장이 됐다. 권 씨는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다. 지금은 진짜 어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웃었다.

귀어학교는 최근 양식·가공·유통 등으로 교육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AI와 스마트 양식 확산으로 어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이해하는 도시형 어부들이 어촌의 새로운 주력 세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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