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AI(인공지능) 수산양식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고수온으로 인한 전복 폐사율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5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신항에서 1㎞가량 떨어진 가두리 전복양식장에서 만난 어민 이현구 씨(47)는 “AI가 바다의 변화를 미리 알려준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도입한 뒤 전복 생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했다.
이 씨의 양식장 880칸 중 한 칸에는 ‘관측소’가 설치돼 있다. 수온, 용존산소, 염분농도 등 해양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파도·바람 같은 해상상황과 전복의 먹이 활동을 감시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달려 있다. 그는 “휴대전화로 언제든 양식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훨씬 수월해졌다”며 “AI가 전복의 ‘바다 주치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 고수온 위기, 데이터로 대응한다이 씨의 양식장은 완도읍과 노화도, 해남 달마산, 땅끝마을로 둘러싸인 해역에 있다. 수심은 7~12m로 완만하고 수온과 산소량이 풍부해 전복 양식에 적합하다. 이 씨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12년 귀어했다. “바다가 좋아서 어부가 됐습니다. 하지만 기후가 바뀌면서 바다도 더는 예전 바다가 아니에요.”
그는 현재 전복양식장 3㏊, 전복 먹이용 미역·다시마 양식장 7㏊를 운영하며 연간 60만~70만 마리의 전복을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수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폐사가 잦았다. “전복은 수온 15~17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23도를 넘으면 먹이 섭취가 줄고, 27도를 넘으면 먹이를 끊어야 살아남습니다.” 그는 “올여름 관측소가 실시간으로 수온을 알려줘 먹이량을 조절한 덕분에 폐사율이 지난해 5%에서 올해는 2%로 줄었다”고 했다.
기존 수산당국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완도 전체 해역 평균 수온에 불과했지만, AI 관측소는 ‘내 양식장만의 데이터’를 핀셋처럼 제공한다. 이 씨는 “같은 완도라도 조류나 햇빛 차이로 수온 편차가 크다”며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먹이 조절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8곳 양식장에 시범 설치…‘치유바다’ 프로젝트 가동
완도군은 올해부터 기후변화 대응과 홍수출하 예방을 위해 ‘치유바다 AI 수산양식 플랫폼’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완도읍, 노화도, 금일도 등 전복·광어 양식장 8곳에 관측소를 설치해 수온·염분·산소량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관측소에서 수집된 정보는 양식장 주인에게 즉시 전달되고, 동시에 완도군청 전산실로 전송돼 저장된다.
황철웅 완도군 정보통신팀장은 “평생 바다를 지켜온 어부들도 전복 먹이량이나 밀식 정도를 감에 의존하고 있다”며 “AI 플랫폼이 3~4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각 양식장에 최적화된 사육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AI로 ‘수산일번지’ 위상 굳힌다청정해역을 품은 완도는 전복을 비롯해 광어, 미역, 다시마, 김 등 양식 어종이 풍부한 ‘수산일번지’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산업화된 전복 양식은 2010년 6921㏊, 생산량 8578t에서 최근에는 3615㏊, 1만6341t으로 늘었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가 완도에서 나온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과잉생산으로 전복값은 하락세다.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 우려에 어민들이 여름철 이전(4~6월)에 조기 출하를 하면서 ‘홍수출하’가 반복되고 있다. 전복 가격은 ㎏당 10마리 기준으로 2012년 4만8000원에서 올해 2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전에는 전복 양식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지금은 현상유지 수준이에요. 한 번 폐사라도 크게 나면 바로 적자입니다.”
완도군은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플랫폼을 통해 고수온을 예측하고 먹이량과 개체 수를 조절하면 폐사율을 낮출 뿐 아니라 생산원가 절감과 친환경 양식도 가능해진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AI 기술은 전복 양식의 최대 위협인 고수온에 맞서는 해법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를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