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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신약개발

‘페팍스티’ 도입…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새 치료 대안 부상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0.29
펩타이드-약물 결합 기반 항암제… 삼중불응 환자 치료 선택지 늘어
‘월 1801만 원’ 약 값-비의료비 등 에스씨바이오 ‘인도적 지원’ 시작
환자 부담 덜고 치료 기회도 제공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변성규 교수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인 ‘페팍스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스씨바이오 제공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국내에서는 ‘자가치료용’으로 사용 중인 ‘페팍스티(성분명 멜플루펜)’에 대하여 바이오기업 에스씨바이오가 인도적 약제비지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페팍스티는 암세포에서 과발현된 효소를 이용해 약물을 활성화시키는 세계 최초의 펩타이드-약물 결합체(PDC) 항암제로 정상 세포의 손상은 줄이면서도 항암 효과를 유지하는 혁신적 기전을 갖고 있다.

펩타이드 운반체에 멜팔란 유도체를 결합해 암세포 내 특정 효소에 의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이로써 항암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항체-약물 결합체(ADC)보다 합성이 용이하고 생산 비용이 낮으며 분자량이 작아 조직 침투력이 높다는 점에서 약제비 절감과 투여 편의성 향상이 기대된다.

특히 T-세포를 직접 소모하지 않아 기존 면역치료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어 보완적 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치료 선택지 제한된 삼중불응성 환자, 새 대안 기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변성규 교수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3차 이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법은 사실상 한정적이며 특히 다라투무맙 치료 이후에는 선택지가 매우 좁다”고 지적했다.

기존 치료제에 세 번 이상 실패한 삼중불응성(Triple Class Refractory) 환자의 경우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 4.6개월, 전체 생존 기간이 13.8개월에 불과해 표준치료가 부재한 상황이다. 변 교수는 “CAR-T 세포 치료나 이중항체 치료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높은 비용과 긴 대기 기간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이미 첫 환자가 등록돼 치료를 시작했다. 변 교수는 “지금까지 부작용이 비교적 적고 월 1회 투약만으로도 높은 순응도를 보인다”며 “일상생활의 부담을 크게 줄여 환자와 가족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씨바이오의 인도적 환자 지원 프로그램은 삼중불응성 또는 유사 조건을 가진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다. 초기 20명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하며 월 약가 1801만 원 수준의 고가 약제를 전액 지원한다. 28일에 한 번 30분 정맥주사로 투여가 완료되며 건강보험료가 직장가입자 기준 월 10만 원(지역가입자 20만 원) 이하이고 재산세가 연 100만 원 이하인 환자는 교통·간병·검사 등 비의료비를 포함해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 신청은 병원 또는 에스씨바이오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유럽 진료 지침 등재·임상 근거 확보… 국내 환자에 희망

페팍스티는 2022년 8월 유럽의약품청(EMA) 중앙 허가를 획득한 이후 유럽 각국에서 사용 중이며 2025년 7월 유럽혈액학회-유럽골수종네트워크(EHA-EMN) 진료 지침에 삼중불응성 환자용 치료 옵션으로 공식 등재됐다.

3상 OCEAN 연구의 하위군 분석에서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을 받지 않았거나 이식 후 3년 이상 경과한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이 대조군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됐다. 이 결과를 근거로 유럽 규제 당국은 ‘자가이식 후 3년 이상 경과한 재발·불응 환자’를 적응증으로 승인했다.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유사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단일 기관 연구에서는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이 47%로 보고돼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유효성을 뒷받침했다. 스페인 다기관 연구에서도 ORR이 26%로 나타났으며 면역치료제를 이미 사용한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치료 반응이 관찰됐다.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센터 연구팀 역시 55%의 반응률과 관리 가능한 수준의 부작용을 보고해 기존 임상 결과와 일관된 효과를 입증했다.

OCEAN 연구 하위 분석에서도 최소 3가지 치료법을 받은 환자 중 자가이식을 받지 않았거나 3년 이상 지난 경우 페팍스티-덱사메타손 병용군의 PFS 중앙값이 9.3개월, 대조군(포말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의 4.6개월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적응증이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하위군 분석을 인정하지 않아 가속 승인이 철회됐다. 그러나 하버드의대 폴 리처드슨 교수는 “이는 약물의 안전성이나 효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삼중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는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고 예후가 좋지 않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제 진료 데이터와 유럽 지침에서 임상적 유익성이 입증된 약제인 만큼 국내 환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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