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커 싱햄 컴페테레 재단 회장,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관
한국은 독창적 아이디어로 열심히 일해서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갖추면 보상이 따르는 시스템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를 실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조용히 제동을 걸고 있는 새로운 문제가 있으니, 바로 성공한 기업을 선 처벌하고 소비자 피해는 나중에 따져 묻는 경쟁 당국과 디지털 시장 규제이다. 그 결과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컴페레테가 진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가 전체로는 최대 4690억 달러, 1인 및 가계 당 환산 시 각각 약 9063달러와 2만2657달러라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됐다. 국내 투자와 임금, 벤처 커뮤니티를 위해 쓰일 수 있는 재원이지만,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사라지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선 입증’해야 하는 증거 우선주의를 채택해 오던 한국은 외국의 관점에서 보면 거대 플랫폼 제지가 기본인 방식으로 변모했다. 플랫폼 독과점법 등 EU의 실험적 규제 시스템을 본 딴 온라인 플랫폼 법안들을 보면 플랫폼 운영자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입증되기도 전에 정해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고품질의 서비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안길 수 있는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심하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사업을 하는 대구의 한 화장품 업체에게 필요한 건 한국 및 아시아 각지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로 획일적으로만 운영해야 한다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효용성은 축소되고 비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한국에 투자할 것인지, 좀 더 명확하고 안정적인 외국 시장으로 재원을 돌릴 것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으며, 미국 정부도 바로 이 점을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국내 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계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그 어느 교역국보다도 대가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의된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실행될 경우 향후 10년 간 1인당 GDP가 받게 될 타격은 최소 22%이며, 한국 경제와 긴밀히 연결된 미국 역시 동기간 최대 5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기업에 불리한 공정위의 규제 정책을 수정하거나 멈춰야만 한국도 당면한 성장 문제와 작금의 긴장된 한미 무역 관계를 해결할 ‘윈윈’ 진출로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만 하는 이유이다. 정책 방향을 조금만 선회해도 국내 비용과 대미 마찰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우선 의사 결정과 조사의 기준은 기본적 경제 원칙을 중심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가격이 상승하는가? 선택의 폭이 축소되는가? 혁신을 저해하는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성공을 처벌하지 말라. 기업의 규모나 사업 모델이 아닌, 사용자에게 명확히 피해가 되는 행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 중대한 디지털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먼저 투명한 비용-효과 연구를 통해 영향도를 분석한다. 벤처 및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 분석은 물론이다. 소비자 효용보다 이들의 혁신 저해도가 더 크다면, 규제의 오류를 바로잡던가 전면 철회하라. 그리고 개입이 필요할 땐 국제적 규제 기준에 기반한 미시적, 한시적 접근 방식이 좋다. 개입 후엔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는 혁신 친화적 경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국가들의 모범사례(best practice)이다. 진짜 위반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제 당국이라는 한국 공정위의 위상을 지켜주는 동시에, 기업의 효율성을 처벌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로 괴롭히는 규정들을 피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예상 외의 전략적 소득도 있다. 미국과의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이 정책적 조율을 단행할 수 있다면 양국 모두가 큰 이익을 실현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현재의 손실 예측에 사용되었던 동일 분석 자료를 보면, 개혁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누릴 효과는 각각 막대하고 중대하다.
증거에 입각해서 소비자를 우선하던 한국 공정위의 원래 접근법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은 성장 엔진을 재가동하는 것은 물론 긴장된 대미관계 역시 완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생커 싱햄 컴페테레 재단 회장,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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