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CEO(왼쪽부터)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8.25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직 ‘묘목’이던 시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한국은 주요 고객이었다. 창업 초기인 1990년대 자사 그래픽카드를 홍보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여러 차례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정작 인공지능(AI) ‘거목’으로 큰 뒤에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황 CEO가 15년 만에 한국에 온다.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APEC CEO 서밋’에는 AI 에너지 모빌리티 바이오 금융 등의 글로벌 기업인 1700여 명이 모인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역시 황 CEO다. 31일 기조연설과 간담회를 통해 엔비디아의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및 AI 협력 강화를 논의할지도 관심사다.
황 CEO 외에도 글로벌 기술기업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70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참석이 점쳐지고 있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를 비롯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기업의 수뇌부들도 한국 방문을 확정했다. 씨티그룹 존슨앤드존슨 CATL 시노켐 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 CEO,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기구 인사들도 경주로 집결한다.
CEO 서밋은 한국 기업들에 절호의 홍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 기간 ‘퓨처테크 포럼’을 통해 AI, 조선·방산, 에너지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등 한국의 기술력도 세계에 과시한다. 글로벌 CEO 및 정상들과의 1 대 1 면담을 통해 투자·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년 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세계 경제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음을 선언했다. 경주 APEC 회의에서는 국정 혼란을 안정적으로 수습한 한국이 AI 등 첨단기술과 한류 같은 소프트파워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했음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 회의의 경제효과는 약 7조4000억 원, 고용 창출은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국격을 높일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한마음으로 뭉쳐 마지막까지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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