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페이지 맨 위로 이동
검색버튼 메뉴버튼

의학 / 임상사례

[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수술 어려운 폐암 환자, 방사선으로 종양 추적 제거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10.17
고령-폐 기능 저하 땐 절제술 못해… 고정밀 방사선 장비로 치료 받아야
종양은 호흡마다 미세하게 움직여
특정 위치 오면 조사… 조직 손상↓
마취-입원 없이 20∼30분 소요
김헌정 인하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방사선 수술 치료 과정과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2023년 12월, 박영철(가명·79) 씨는 건강검진에서 폐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폐 상부에서 5cm가량의 종양이 발견됐다. 조직검사 결과는 폐의 기관지에 흔히 발생하는 형태의 비소세포폐암, 즉 편평상피세포암이었다.

박 씨는 오랜 기간 흡연으로 폐 기능이 크게 저하돼 있었고, 고령 탓에 일반적인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였다. 폐암 1·2기 환자는 통상 폐엽절제술(폐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만, 박 씨는 폐 기능이 좋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했다.

인하대병원은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참여한 다학제 진료를 진행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 환자의 폐 기능과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의료진은 수술 대신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방사선 수술은 고정밀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종양 부위에만 강한 방사선을 집중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김헌정 인하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2024년 1월 총 5회에 걸쳐 5000 cGy(센티그레이)의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 조사했다. 치료 직후부터 종양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치료 후 2년이 지난 현재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확인됐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방사선 조사로 인한 주변 조직의 경화 흔적뿐이다. 완치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지만, 중간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 교수는 “과거 방사선 치료는 30∼40회에 걸쳐 6주 이상 병원을 오가야 했지만,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이제는 3∼5회만으로도 치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박 씨처럼 고령이거나 폐 기능이 떨어져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기침이나 객혈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박 씨처럼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이때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과 치료 결정이 이뤄지느냐가 환자의 생존을 좌우한다.

인하대병원이 운영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은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이를 통해 환자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사선 수술은 이러한 협진을 기반으로 종양 주변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종양은 호흡에 따라 폐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인다. 최신 방사선 장비는 환자의 호흡 리듬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종양이 특정 위치에 올 때만 방사선을 조사한다. 이를 ‘호흡운동 방사선 치료’라고 하며, 정상 조직의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 번의 치료는 20∼30분 정도 소요되며, 환자는 전신 마취나 입원 없이 외래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다만 방사선 수술에도 한계는 있다. 종양이 이미 림프샘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수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항암 치료와 병용해야 한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전이가 없는 환자라면 방사선 수술은 수술에 못지않은 성과를 낸다. 특히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국내 폐암 발생률은 여전히 높다. 2022년 기준 전체 암 발생 3만2313건 중 폐암은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고 정밀한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폐암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폐암 치료는 환자의 폐 기능, 동반 질환, 나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수술이 어려운 초기 폐암 환자에게 방사선 수술은 수술과 유사한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다. 최신 방사선 치료 기술을 적극 활용해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기 뉴스

경영·경제 질문은 AI 비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