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리 사용량 내연기관車의 2~4배
우수한 전기·열전도성 특징… 반복 재활용 가능
‘AI 데이터센터’ 구리 수요 2050년 6배↑ 전망
“안정적인 구리 확보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구리 제품. 게티이미지뱅크
14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송배전망과 전신기 전선 소재로 여겨졌던 ‘구리’가 첨단 산업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인공지능(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며 방위산업이 고도화되는 오늘날 첨단 산업 흐름을 지탱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구리는 우수한 전기전도성과 열전도성을 비롯해 극한 환경에서도 유지되는 기계적 신뢰성이 주요 특징이다. 여기에 품질 저하 없이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과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소재로 평가받는 이유다.
전기차 구리 사용량 내연기관車 2~4배… AI·방산 제품 수요도 증가
전기차 1대에는 평균 60~80kg의 구리가 사용된다. 내연기관 자동차 사용량의 약 2~4배다. 배터리 셀과 팩, 모터 권선, 고전류 배선, 냉각 시스템, 충전 인프라 등 전기가 흐르는 모든 부품에 구리가 사용된다.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전도 손실이 40%가량 낮고 열전도성이 높아 발열을 줄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효율과 수명까지 개선시키는 소재로 알려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오는 2035년에는 구리 수요가 사상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 성장 곡선이 구리 산업 성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 전력 수요가 높은 AI 데이터센터도 구리가 필수다. 전력망과 변전소, 초고밀도 서버랙, 냉각설비, 통신선로 등 데이터센터 전력과 신호 경로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에 구리가 사용된다. 구리 특유의 높은 전도율은 전력 효율을 높이면서 서버 과열까지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 수명을 연장해준다. 글로벌 광산기업인 BHP는 데이터센터 구리 수요가 오는 2050년에는 현재보다 6배가량 증가한 3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구리 제품. 게티이미지뱅크
액체 상태 구리를 주형에 붓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전략 산업인 방위산업 분야에도 구리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전투기와 함정, 레이더, 통신장비 등 방위산업 제품은 극한 상황에서 아용되기 때문에 높은 기계적 신뢰성이 요구된다. 구리는 강한 전류와 전자파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방산 제품에 필요한 고신뢰 전력 시스템 구축에 적합하다. 또한 부식에 강해 염분, 진동, 고열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장비 수명과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지속가능성 시대 가장 현실적인 자원”
구리의 재활용성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구리협회(ICA)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약 32%가 재활용 제품이다. 재활용 시 1차 생산 대비 에너지 사용을 85%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용 후에도 품질 저하 없이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체계의 대표 자원으로 꼽힌다. 다만 재활용 공정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와 전자 폐기물 회수 체계 구축, 신규 광산 개발 등의 환경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이 병행된다면 구리는 여전히 전력망 효율화, 경제성, 지속가능성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원이라는 평가다.
구리 제품. 게티이미지뱅크
유한종 국제구리협회 지사장은 “구리는 전기차부터 AI와 재생에너지,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뒷받침하는 것을 넘어 산업 지형 자체를 바꾸면서 혁신과 발전을 가속하고 있다”며 “산업계는 단기적으로 구리 확보 안정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활용 기술 투자와 효율적인 자원 활용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채굴 기술 개발과 폐기물 회수 체계 구축 등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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