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에 2023년부터 적자
SKC-PIC, 지분 100% 매각 타진
국내 석화업계 “NCC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범위 확대될 듯”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뉴스1
SKC와 쿠웨이트 PIC가 5년 전 공동 설립했던 석유화학 원료 생산업체 SK피아이씨글로벌을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불러온 글로벌 석유화학업계 불황의 여파로 SKC가 화학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다른 국내 석유화학사들도 합병 등을 통해 석유화학 생산량 감축에 나선 가운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 SK피아이씨글로벌, 화학 구조조정 속 매각
13일 석유화학업계와 사모펀드(PEF)업계 등에 따르면 SKC와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 기업인 PIC는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하고 국내외 화학업체와 PEF 등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 타진에 나섰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2020년 SKC의 화학사업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분사 직후 PIC에 지분 49%를 5358억 원에 매각했다. 현재 회사 지분은 SKC가 51%, PIC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SKC가 PIC에 SK피아이씨글로벌을 팔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외부 매각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PU)의 원재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국내 최초로 상업화한 회사다. 의약이나 식품 첨가제인 프로필렌글리콜(PG)을 비롯해 화장품, 향수 등의 원자재인 디프로필렌글리콜(DPG) 등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생산이 호황이던 2021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3322억 원)을 나타냈지만, 시장에 중국산 저가 PO나 PG가 범람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2023년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 526억 원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1∼6월)까지 33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고 있다.
화학업계에서는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넘어 이를 가공해서 PO나 PG 등을 만드는 다운스트림(유통과 판매) 영역까지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NCC 합병이나 감산 등을 진행하고 있는 현재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산단별 구조조정 물밑 작업 치열
현재 국내 화학업체들은 연말까지 정부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 산업단지별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NCC 업체 간의 통합 작업이 핵심이다.
현재 가장 많이 진도가 나간 곳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로, NCC 설비 통폐합을 통한 운영 효율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 사는 석유 합작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을 만들어 운영한 경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대화 창구가 다른 회사보다 열려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 역시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간 통합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산업단지는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176만 t으로 여수(627만 t), 대산(478만 t)보다 적은 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수 산업단지다. 절대적인 감축량이 많고, 여천NCC를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석유화학업체뿐만 아니라 정유업체가 관여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공급 과잉 여파로 인한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합병이나 시설 폐쇄를 통한 생산량 감축 외에 매각 등의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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