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폭스바겐 누르고 영업익 2위… 전동화-수소-로봇 등 미래투자 확대
3분기 실적 전년보다 21% 감소 예상
日-유럽보다 불리한 美관세 걸림돌… 中과 전기차-자율주행 경쟁도 과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월 26일(현지 시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이한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빅3’ 완성차그룹으로 성장시키고,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에서 선두주자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 회장이 마주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25% 고율 관세를 맞닥뜨린 데다 중국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정 회장이 2020년 10월 14일 취임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졌다. 그동안 5위권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3위에 올라선 뒤 ‘톱3’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질적 성장을 달성했다. 상반기(1∼6월) 합산 영업이익 13조86억 원을 달성하며 독일 폭스바겐그룹(10조8600억 원)을 제치고 반기 기준 처음으로 2위에 올라선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8월 창간 100주년 특집에서 정 회장을 할아버지 정주영 창업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자동차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선정했다.
품질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 신차품질조사에서 2년 연속 자동차그룹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쾌거라 할 수 있다. 올해 주요 시장에서 25개 이상의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하며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전통 자동차 사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수소, 로봇,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 올해 4월부터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현대차그룹은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25%를 부담하고 있다.
당장 3분기(7∼9월) 실적을 두고도 우려가 높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각 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5조8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72조4479억 원으로 4.3% 늘지만,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며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도 현대차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방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하며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올해 초 신년회에서 현재 상황을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극복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선두 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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