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오픈AI 랩스 대표 한국계 조앤 장
“기술-윤리 사이서 늘 딜레마 빠져
韓사용자들, 오픈AI 피드백 적극적
어색한 한국어 표현도 항상 신경 써
올트먼과 수시로 통화해 의사결정”
조앤 장 오픈AI 랩스 대표가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오픈AI코리아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족 친구 연인보다 더 자주 대화하고, 나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공유하는 ‘챗GPT’는 하루종일 우리의 요청을 수행하고 질문에 응답한다. 이 같은 챗GPT의 성격과 말투, 행동 원칙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인공지능(AI)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연구하는 오픈AI 랩스의 조앤 장 대표가 그 핵심에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오픈AI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는 “8억 명의 전 세계 사용자들은 자신의 민감한 건강, 개인정보뿐 아니라 연인, 가족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챗GPT에 공유하고 해결책을 물어본다”며 “사용자들이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챗GPT에 의지하는 데에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1995년생인 장 대표는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5년 AI 분야 100대 인물’ 가운데 단 두 명뿐이었던 한국계 여성 중 1명이다. 그는 드롭박스와 구글을 거쳐 2021년 12월 오픈AI에 입사했다. 오픈AI의 AI 모델 행동과 정책을 총괄하다 최근 핵심 연구조직인 오픈AI 랩스 대표에 올랐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인간과 AI의 공존 위해 행동 설계”
AI의 행동 원칙을 세워 나가는 일을 하다 보면 늘 기술과 윤리 문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그는 절도 사건을 예로 들었다. 장 대표는 “AI는 절도 방법을 알려 달란 요청에 답변을 거부해야 하지만, 가게 주인이 절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절도 패턴들을 알려 달라고 하면 응답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결국 같은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물어본 것인데 이때 사용자들을 위해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오면 우리는 인류 전체를 위해 답변을 거절한다”며 “인간과 AI의 공존을 위해 어떻게 AI 모델 행동을 설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젠 ‘반려AI’가 되어 버린 챗GPT의 성격 정립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더욱 쉽지 않았다. 2022년 8월 GPT-4 제품 기획을 맡은 장 대표는 모델의 말투와 스타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때부터 뛰어난 감각을 가진 인재들을 찾아 팀을 꾸렸고, 지난 3년간 단순히 말투를 다듬는 것을 넘어 모델이 어떻게 사용자를 이해하고 반응해야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를 통해 ‘모델 행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냈다. 장 대표는 “어떤 날은 ‘사용자가 자신의 종교를 알려줬다면 그 정보를 답변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가’처럼 철학적 주제를 두고 토론하고, 어떤 날에는 사용자가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사용자가 ‘힝ㅠㅠ’이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응답을 할지 고민하며 팀원들과 머리를 싸맨다”고 했다.
● “기술 사랑하는 한국, AI 강국 될 것”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한국에 살았던 장 대표는 “미국에 가서도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를 다 찾아봤다”고 추억하면서 “오픈AI가 한국 법인을 열어 한국 사용자들을 대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모델 연구 과정에서도 한국어로 표현할 때 어색하거나 모자란 부분을 항상 신경 썼다”며 “한국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굉장히 긍정적이고, 오픈AI에 주는 피드백도 적극적이다”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 대표는 “하나의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이 독점하는 구조는 절대 아닐 것”이라며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을 이해하는 AI 모델이 있으면 경쟁하며 더 좋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느 특정 모델이 가장 뛰어나거나 뒤처진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후발주자이지만 기술을 사랑하는 민족인 한국이 더 캐치업 하면 AI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스타일에 대해 “올트먼은 항상 ‘앞으로 오픈AI의 성과 목표는 지금의 천만배로 잡아라’고 직원들에게 말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나 포부에 사실상 한계가 없다는 것. 친화적 리더십도 오픈AI의 매력으로 꼽았다. 올트먼 CEO는 장 대표에게 입사 제안을 할 때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며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도 두 사람은 인재 영입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수시로 통화를 한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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