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 범용 백신 연구
쥐-페럿 실험서 모든 개체 보호
기존 백신은 보호 효과 약 50%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다양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변이들을 동물실험에서 완벽히 방어한 차세대 조류독감 백신이 개발됐다. 개발된 범용 백신은 하나의 제형으로 폭넓은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면역력이 지속되도록 설계됐다.
조너선 히니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케임브리지대 창업 기업인 ‘디오신백스(DIOSynVax)’사와 함께 특정 단일 변이가 아닌 폭넓은 변이에 대한 방어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기존 백신 대비 월등한 방어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메디신’에 발표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감염된 조류의 장기 내에 기생한다. 매년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를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전파되며 전 세계 야생동물 및 가축 사이에 확산돼 국제 공중보건을 위협한다.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북미에서 확산된 변이는 인체 감염 시 경증에 그쳤으나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한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중증 질환을 앓았고 치명률도 높았다. 특히 돼지의 경우 호흡기 내에 사람과 동일한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어 조류독감이 돼지에게 적응할 경우 사람에 대한 감염력이 늘어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한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조류독감 바이러스 역시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다. RNA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 및 기존 백신을 회피하거나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백신은 이미 확인된 개별 바이러스 변이에 맞춰 생산·비축된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변이는 물론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잠재적 변이까지 사전에 예측해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AI 기반 백신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야생동물, 가축, 조류독감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 검체를 수집한 전 세계 감시 프로그램에 담긴 모든 조류독감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취합했다. AI를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모든 바이러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핵심 구조를 담은 ‘슈퍼 항원’을 설계했다. 백신의 유효 성분인 항원은 면역반응을 유도해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인체의 면역체계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만든다.
연구팀은 AI가 설계한 슈퍼 항원 중 최적의 백신 후보를 추려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에서 항원이 정상적으로 생성·발현되는지 검증한 뒤 최적의 후보를 선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선별된 백신은 서로 다른 조류독감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쥐와 페럿을 완벽히 보호했다. 반면 기존 조류독감 백신은 동물 접종 시 약 절반만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정 단일 변이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다양한 변이에 대한 방어력이 미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백신을 설계하면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출현하더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이가 확인된 후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새 변이가 나올 때마다 백신 설계 자체를 갱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여러 절기에 걸쳐 면역력이 유지되는 범용 계절성 독감 백신과 에볼라·마르부르크·라싸열을 한 번에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 중이다. 독감 백신에 대한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설계한 백신 항원이 7년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I 기반 백신 설계는 팬데믹 발생에 앞서 광범위한 집단 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백신을 자주 재조합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 막대한 의료 재정이 투입되는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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