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빌리티 내부에 전시중인 AB-U60.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 에어빌리티 기흥 캠퍼스. 1층에서는 3D 프린터로 설계 변경을 반영한 요격 드론 시제품이 잇따라 조립되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드론을 와이어에 묶어 이착륙 성능을 시험하는 공간이 나타났다.
외부 장거리 비행시험을 제외하면 기체 설계와 3D 프린팅, 조립, 인공지능(AI) 탑재, 시제품 시험까지 한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 에어빌리티가 지난달 연구개발센터와 생산시설을 통합해 만든 이른바 ‘드론 공장’이다.
이곳에서 개발하는 것은 단순한 드론이 아니다. 수직이착륙 무인기에 여러 대의 요격 드론을 싣고 먼저 하늘로 올라간 뒤 적 드론 가까이에서 발사하는 ‘공대공 하드킬’ 방식의 대드론 체계다.
● 값싼 드론에 비싼 미사일…‘비용 비대칭’이 만든 시장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값싼 상용·FPV 드론은 정찰을 넘어 폭발물을 떨어뜨리거나 직접 표적에 충돌하는 공격 무기로 빠르게 확산했다.
러시아 역시 이란제 샤헤드를 기반으로 한 게란 계열 공격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하면서 드론을 얼마나 싸게 막을 것인지가 방공체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란은 샤헤드 계열 드론과 미사일로 중동 지역 미군과 동맹국 시설을 공격했다.
샤헤드 계열 공격 드론은 대당 약 2만~5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이를 막는 데 사용되는 패트리어트 PAC-3 계열 요격미사일은 한 발에 약 400만~500만 달러에 이른다. 값싼 공격 수단을 훨씬 비싼 무기로 막아야 하는 ‘비용 비대칭’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값싼 요격 드론을 빠르게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와일드 호넷츠의 ‘스팅(Sting)’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팅은 약 2000달러 이하로, 2025년 6월 정규 운용에 들어갔다. 제작사는 올해 3월까지 러시아의 샤헤드 계열 드론 3000대 이상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군 역시 이란전에서 저가 요격 드론을 대량 투입했다. 미 육군은 메롭스(Merops) 요격 드론을 대량 구매해 중동에 배치했으며 현재 대당 가격은 약 1만5000달러, 양산 규모가 커지면 1만 달러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드론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북한군은 2024년부터 러시아에 파병돼 전투 경험을 축적했고, 한국과 미국 당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기술 협력이 북한의 무인기 역량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AI 기반 자폭 무인기 시험도 공개했다.
에어빌리티가 주목한 것도 이 시장이다. 다만 요격 드론을 지상에서 바로 발사하는 대신 수직이착륙 무인기에 싣고 먼저 공중으로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스팅(Sting) 요격 드론을 날릴 준비를 하는 모습. X(구 트위터) 캡처
●
eVTOL에 요격 드론을 싣는다…대공 체계를 하늘로에어빌리티의 발상은 ‘대공 시스템을 공중으로 올린다’는 데서 출발한다.
일반적인 요격 드론은 지상에서 출발한다. 표적까지 고도를 높이고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배터리로 감당해야 한다.
에어빌리티는 요격 드론을 더 큰 무인기에 실어 미리 고도와 속도를 확보한 뒤 표적 가까이에서 발사하면 요격 드론 자체의 배터리와 추진장치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표적이 가까워진 상태에서 요격 드론을 투입하기 때문에 비행거리와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회사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다만 실제 요격 성공률과 비용효율은 향후 비행시험과 실증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운용 개념은 기존 대공체계와 비슷하다. 지상 레이더 등이 접근하는 드론의 위치와 속도, 방향을 파악하면 요격 드론을 실은 모선이 이륙한다. 모선이 표적 가까이 접근한 뒤 요격 드론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방식이다.
표적 탐지와 식별에는 지상 레이더와 전자광학(EO) 센서, RF 스캐너 등을 활용하고 실제 교전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사람이 개입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모선 역할을 맡는 기체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무인 eVTOL ‘AB-U60’이다.
최대이륙중량 60㎏급, 날개폭 약 3m로 사람 대신 소형 드론을 싣는다. 재난 대응용 드론이나 적 드론과 충돌하는 직격 요격 드론 등을 공중에서 투입한 뒤 모선은 귀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AB-U60은 프로펠러 대신 전기 덕티드팬(EDF)의 방향을 바꾸는 틸트 방식을 사용한다. 수직으로 이륙한 뒤 EDF를 기울여 날개의 양력으로 비행하는 고정익 모드로 전환한다.
류태규 에어빌리티 대표는 “전기 덕티드팬을 틸트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고 국내에서는 에어빌리티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회사 측 주장이다.
에어빌리티는 2023년 11월 창업했고, AB-U60 시제품은 2024년 10월 공개했다. 올해 1월에는 수직 이륙에서 고정익 순항 모드로 완전히 전환하는 풀 천이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회사 공식 연혁에도 AB-U60의 풀 천이 비행 시점은 2026년 1월로 기재돼 있다.
회사는 조비 에비에이션과 아처 에비에이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OPPAV 개발 사례 등을 비교해 이 같은 전환비행 구현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를 eVTOL 업계 전체의 평균 개발기간으로 볼 수는 없다.
소형 시험기 AB-U4는 앞서 2024년 9월 풀 천이 비행을 완료했다.
AB-U60은 현재 기체 개발과 비행 실증 단계로, 회사는 2027년 하반기~2028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빌리티가 개발중인 AB-U2 요격드론. 에어빌리티 제공
●
재밍 피하려 GPS 대신 영상·AI로 유도실제 전장에서는 전파 교란도 넘어야 할 과제다.
에어빌리티는 GPS 신호가 교란되거나 통신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요격할 수 있도록 자체 항법과 AI 기반 종말유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간 비행 단계에서는 지상 센서가 전달한 표적 정보를 바탕으로 접근하고, 표적이 자체 광학센서의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면 카메라와 AI가 표적을 추적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진모 공동대표는 100만 원대 관성측정장치(IMU)와 영상센서, AI 알고리즘 등을 결합해 드론이 자체적으로 위치와 비행 상태를 파악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대드론 교전은 통상 짧은 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에 IMU의 누적 오차를 줄일 수 있고, 표적이 시야에 들어온 뒤에는 영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가 GPS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GPS·통신이 방해받는 전장 환경에서도 임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광섬유를 이용해 유선으로 조종하는 방식도 검토했다.
류 대표는 “광섬유 드론은 전파 교란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 필요한 부품과 설비를 대량으로 조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부족하다는 부분은 회사 측 판단이다.
이 대표는 향후 AI를 탑재해 통신 없이 스스로 비행하는 공격 드론이 늘어날 경우 전파재밍만으로 모든 위협을 막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어빌리티는 자체 AI를 갖춘 요격 드론이 직접 표적을 타격하는 하드킬 체계를 기존 재밍 장비와 함께 사용하는 다층 방어망의 한 축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류 대표는 “결국 요격 드론은 성능만큼이나 가격 싸움”이라고 말했다.
에어빌리티 연구진이 활주로에서 AB-U60의 비행 전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에어빌리티 제공
● 그물로 잡고, 직접 부딪히고…요격 드론 3종 준비에어빌리티가 우선 상용화를 추진하는 요격기는 3종이다.
AB-U10은 그물망을 발사해 드론을 포획하는 방식이다. 기체는 회수해 다시 사용하고 그물 등 소모품만 교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회사는 연내 초기 물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AB-U10은 시속 약 180㎞급 넷건형 요격기로 회사가 공식 공개한 제품군에도 포함돼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직격 요격 드론 AB-U2와 고정익형 AB-U4L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AB-U2는 지상 또는 AB-U60 같은 모선에서 발사해 표적에 직접 충돌하는 방식이고, AB-U4L은 고정익 구조를 이용해 더 빠르고 먼 거리의 표적을 요격하는 것이 목표다. AB-U4L의 목표 속도는 시속 약 300㎞다.
가격도 기존 대공미사일보다 크게 낮추는 것이 목표다.
에어빌리티는 미국의 메롭스 등 해외 요격 드론의 가격을 참고해 자율 종말유도 기능을 갖춘 저가형 요격체계의 시장 가격대를 분석하고 있다.
미 육군이 운용하는 메롭스는 현재 대당 약 1만5000달러로 알려졌으며 대량생산 시 1만 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에어빌리티는 AB-U2의 목표 가격을 대당 약 1000만 원, 더 빠른 고정익형 AB-U4L은 약 2000만 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아직 출시 전인 만큼 실제 판매가격은 양산 규모와 부품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모선 AB-U60은 임무 뒤 귀환해 다시 사용하고 실제 표적과 충돌해 소모되는 것은 AB-U2나 AB-U4L 같은 자선이다.
그물을 사용하는 AB-U10은 군사시설뿐 아니라 원전과 교정시설, 대형 행사장 등 민간 중요시설에서 불법 드론을 파괴하지 않고 포획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에어빌리티는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추진 모선 무인기 AB-U600. 에어빌리티 제공
● 최대 과제는 초소형 제트 엔진…고속 요격기 시제품은 6개월 뒤에어빌리티가 다음 단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부품 공급망이다.
류 대표는 “중국산 부품은 가격이 싸고 성능도 이미 알고 있지만 보안과 공급망 문제가 있다”며 “중국산을 제외하면 서방 부품은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초소형 제트엔진이다.
최근 제트 추진 방식의 공격 드론이 등장하면서 이를 따라잡을 고속 요격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회사는 제트엔진을 추진에 직접 쓰는 시속 700㎞ 이상급 요격기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 류 대표는 해외 업체에서 원하는 조건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렵다며 내년을 목표로 소형 제트엔진 국산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엔진이 500만 원 안팎이라면 국산 제품이 700만~1000만 원이어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에어빌리티는 AB-U60보다 훨씬 큰 후속 무인기 ‘AB-U600’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AB-U600은 여러 대의 요격 드론을 기체 안팎에 탑재하고 먼 거리까지 이동해 공중에서 투입하는 대형 모선 개념이다.
수직이착륙은 배터리 전력으로, 순항은 탑재 엔진으로 직접 만든 전기로 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엔진은 추진이 아니라 발전에 쓰인다.
회사 목표 제원은 체공시간 1시간30분~2시간이다. 아직 개발 단계의 목표치로 실제 성능은 시제품 제작과 비행시험을 거쳐 검증해야 한다.
에어빌리티는 AB-U600과 별개로, 이보다 빠른 고속 요격기 시제품을 약 6개월 뒤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닷컴은 향후 실제 시제품과 비행시험 결과가 공개되면 개발 진행 상황을 다시 확인할 예정이다.
에어빌리티 창업진의 이력과 UAM에서 대드론 사업으로 우선순위를 바꾼 배경, 투자 및 해외 진출 전략은 별도의 인물편에서 다룬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