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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10평 연구실서 시작해 월 20t 납품… ‘붙이는 소재’로 산업 현장 파고들어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10.28
[대학, 창업의 설계자가 되다]② 첨단 접착 소재 기업 아미스트
자동차 접착 기술, 전자·전력 소재로 확장
월 20t 이상 공급… 연구 넘어 반복 매출로
부산대기술지주 3억 투자로 시험·생산 병목 해소
[부산대학교기술지주 X 동아일보 공동 기획] 대학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은 어떻게 사업이 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까. 이번 기획에서는 먼저 부산대기술지주의 기술사업화 전략과 창업 지원 모델을 살펴본 뒤, 부산대기술지주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5개 딥테크 기업의 이야기를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실험실 창업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2021년 9월, 부산대 창업보육센터의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출발한 아미스트에 첫 발주가 들어왔다. 황종원 아미스트 대표가 회사를 세운 지 석 달 만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고객사가 제품 개발을 맡긴 뒤 시제품 검증을 마치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첫 제품은 전자재료용 2액형 에폭시 시스템이었다. 황 대표가 화학소재 업계에서 10년 넘게 연구개발을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었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게 첫 발주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황 대표는 이내 고민에 휩싸였다. 당시 아미스트에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만들 생산시설이 없었기 때문. 황 대표는 처음에는 외부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고객 요구에 맞춰 제품을 빠르게 수정하고 일정한 품질로 공급하려면 자체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창업 후 6개월 만에 부산 사하구에 공장을 샀다. 하지만 공장을 갖췄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개발한 소재의 성능을 검증할 시험장비와 양산을 뒷받침할 자금이 부족했다.

이때 부산대학교기술지주가 사업화 과정의 빈틈을 메웠다. 아미스트는 2024년 부산대기술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대학의 물성평가 장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황 대표가 부산대 석사과정에서 연구했던 자동차 구조용 접착소재 관련 기술도 회사로 이전받았다. 또한 같은 해 부산대기술지주로부터 3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아 시험장비와 연구개발 기반을 확충했다. 아미스트가 기술을 고객 평가와 사업화 단계로 넘기는 데 부산대기술지주가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황종원 아미스트 대표이사. 아미스트 제공


● 전기차 시대 커지는 ‘붙이는 기술’


황 대표가 자동차 구조용 접착소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부산대 화학공학과 석사과정에 있던 2000년대 후반이다. 2009년 석사과정을 마친 뒤 욱성화학과 국도화학에서 약 10년간 관련 연구개발을 맡으며 접착제를 이루는 소재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성과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원하는 성능이 나오는지를 익혔다.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하다 부산으로 내려온 뒤 관련 업체로부터 소재 개발을 의뢰받았다. 실제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황 대표는 자신이 쌓아온 기술로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창업 후에는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 대학에서 연구했던 기술을 더했다. 황 대표는 부산대에서 자동차 구조용 접착소재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기존의 소재 개발 노하우와 결합했다. 다양한 소재를 안정적으로 붙이려면 접착제와 붙이는 대상인 ‘피착재’의 표면 특성이 잘 맞아야 한다. 부산대에서 이전받은 기술은 소재의 극성을 조절해 서로 다른 피착재에도 접착력을 높이는 기술이었다. 황 대표가 대학원 시절부터 직접 연구해 온 분야이기도 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 시대에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용접이 금속과 금속을 특정 지점에서 이어 붙이는 방식이라면 구조용 접착제는 맞닿는 면 전체를 연결한다. 충돌할 때 한곳에 힘이 몰리는 것을 줄이고 충격을 넓게 분산해 차체 강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과 복합소재 등 서로 다른 소재를 함께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조용 접착제는 용접이 어려운 이종소재를 연결하는 데도 유리하다. 황 대표는 “자동차 구조용 접착제는 단순히 부품을 붙이는 소재가 아니라 안전성과 경량화, 에너지 효율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소재”라고 말했다.

아미스트가 주력하는 것은 완성된 접착제보다 접착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고객이 요구하는 접착강도와 유연성, 내충격성을 구현하도록 소재의 구조와 조성을 설계해 공급한다.

● 3억 원 투자에 TIPS까지… ‘시험 병목’ 넘었다

아미스트가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시험·검증이었다. 고객사에 소재를 납품하려면 요구 성능을 입증해야 했고, 문제가 발견되면 소재를 다시 설계해 재시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자동차 구조용 접착소재에서는 충격강도 평가가 중요했다. 충격강도는 충돌처럼 순간적으로 큰 힘이 가해졌을 때 접착면이 얼마나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성능이다. 하지만 당시 아미스트에는 이를 직접 측정할 장비가 없었다. 국내 공인 시험기관에서도 필요한 시험을 진행하기 쉽지 않아 소재를 개발하고도 결과를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부산대기술지주의 지원은 이 병목을 푸는 데 집중됐다. 2024년 8월 부산대기술지주는 아미스트에 3억 원을 시드 투자했다. 아미스트는 투자금으로 충격강도 시험장비를 들이고 공장 내 연구개발 공간과 관련 인프라를 확충했다.

장비를 갖춘 뒤에는 소재 합성부터 시편 제작, 충격강도 측정, 결과 분석까지 회사 안에서 이어서 할 수 있게 됐다. 시험 결과를 곧바로 다음 설계에 반영할 수 있어 제품 개선 속도가 빨라졌고 고객사 평가에 대응하는 시간도 줄었다. 황 대표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창업 초기 연구개발의 병목을 풀고 기술개발 성과를 고객사 평가와 사업화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도 이어졌다. 아미스트는 한 달 뒤인 2024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 TIPS에 선정돼 ‘미래모빌리티 중온경화형 구조용 접착솔루션 개발’ 과제를 추진했다. TIPS 운영사인 부산대기술지주는 아미스트의 R&D 방향과 실증·검증 계획을 구체화하고 과제 추천을 진행했고, 실제 TIPS 선정으로 이어졌다. 아미스트는 기존 약 180℃에서 경화되는 구조용 접착제를 140℃ 이하에서도 20분 안에 필요한 성능을 내도록 만드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공정 온도를 낮추면 자동차 제조 과정의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현재는 당초 설정한 R&D 목표치를 모두 달성했고 TIPS 사업화 성공요건도 충족해 사업 졸업을 앞두고 있다.

● 자동차에서 전자·전력으로… 월 20t 이상 공급


아미스트의 소재는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 영역도 자동차에서 전자재료와 전력 인프라, 방산 등으로 넓어졌다. 현재 자동차 분야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자재료 분야가 약 30%, 전력 인프라가 약 20%, 기타 산업이 약 10%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국내 자동차부품용 스피커 제조사에 표면처리제를 공급하고, 인쇄회로기판(PCB) 몰딩용 소재는 고객사 브랜드로 생산하는 ODM 방식으로 납품한다.

공급 물량도 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 2개 제품은 월 5t 이상, 반도체·전자재료 분야 2개 제품은 월 7t 이상 납품한다. 전력 인프라용 전기절연 소재는 올해 2분기부터 월 8~10t가량 공급하고 있다. 세 분야를 합치면 월 공급량이 20t을 넘는다. 우주·항공·방산 분야에도 지난해부터 소량 공급을 시작했다.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마다 소재를 다시 설계하는 개발 방식이 있다. 사용하는 원료와 공정, 원하는 성능이 다른 만큼 접착강도와 유연성, 내충격성 등에 맞춰 소재의 구조와 배합을 조정한다. 황 대표는 “신규 시장은 소재의 적용 부위나 제조공정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어떤 소재가 적합한지, 어떤 공정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고객사와 함께 검토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구조용 접착제 핵심 소재. 아미스트 제공


● 월 50t에서 300t으로… 다음 병목은 양산


양산 제품이 늘면서 아미스트의 다음 과제는 생산능력 확대가 됐다. 현재 월 생산능력은 약 50t이다. 기존 고객의 사용량이 늘고 전력 인프라 분야의 추가 인증과 고객사 승인이 이뤄지면 공급량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아미스트는 20억~2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은 부산 공장의 중대형 양산설비와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운전자금 확보에 쓸 계획이다. 목표는 월 생산능력을 최대 300t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투자 유치가 늦어지면서 올해 매출 목표는 당초 50억 원에서 20억~25억 원으로 낮췄다. 설비투자와 원재료 구매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미뤄진 영향이다. 시리즈A를 마친 뒤에는 2027년 매출 50억 원, 2028년 1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은 제조업 기반과 대학·연구기관 인프라가 강점이지만 주요 고객과 전문인력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한계도 있다. 아미스트는 이번 시리즈A에서는 부산 공장 증설에 집중하고, 향후 시리즈B 단계에서 수도권 연구소와 영업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고객 수요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려면 생산설비 확충과 원재료 구매를 위한 운전자금이 필요하다”며 “투자 유치 시점과 생산능력 확대 일정이 앞으로 매출 성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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