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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농업

딸기 팔던 나라, 이젠 딸기 키우는 기술까지 수출한다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6.10.29
[공기업 감동경영] K-농업·농촌의 미래
설향-매향 보급, 수출 경쟁력 쌓아
국산 품종에 수직농장-AI 기술 결합
61개국 찾는 딸기 재배 기술도 수출
퍼밋이 우즈베키스탄에 마련한 딸기 육묘장. 퍼밋 제공
한겨울에 주로 맛보던 달콤한 딸기가 계절과 국경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국산 딸기 수출액은 7200만 달러(약 956억 원)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늘어난 수출액 6098만 달러(약 808억 원)를 기록해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61개국 소비자가 한국산 딸기를 찾는다.

과거 딸기 농가는 ‘장희’ ‘육보’ 같은 일본 품종으로 농사를 지었다. 해마다 많은 로열티가 해외로 나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국산 신품종인 ‘설향’과 ‘매향’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국산 신품종 딸기는 신맛이 덜하고 과즙이 풍부해 아시아 소비자의 입맛에 맞았다. 과육이 단단해 장거리 운송에도 무르지 않는 국산 신품종 딸기는 해외 수출 확대에 기여했다.

딸기는 재배하기 까다롭다. 어린 모종을 키우는 육묘 단계부터 수확까지 온도, 습도, 빛, 영양분을 촘촘히 맞춰야 깊은 맛과 향이 난다. 기후가 조금만 변해도 생육이 멈추고 병해충이 번진다.

농업 현장은 이를 첨단 기술로 풀고 있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양액(영양분) 공급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팜이 농가에 빠르게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한발 더 나아간 수직농장은 실내에 재배 단을 여러 층 쌓아 작물을 키우는 식으로 딸기의 품질과 생산량을 동시에 늘려 업계의 지형을 바꾼다.

퍼밋의 딸기 신품종 1943과 신데렐라를 수직농장에서 재배하는 모습.
수직농장은 날씨와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일정한 환경을 유지한다. 아파트처럼 재배 단을 위로 쌓아 올리기 때문에 좁은 땅에서도 재배 면적을 몇 배 확장할 수 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농장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인공지능(AI) 생육 관리 시스템은 딸기의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다. 카메라와 센서가 딸기잎의 크기와 색, 열매가 자라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살핀다.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딸기 성장에 알맞은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

우리나라 딸기 수출 확대에는 우수한 품종과 재배 기술, 해외시장 개척 노력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혜택도 수출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이 아세안(ASEAN), 베트남, 싱가포르 등 주요 교역국과 체결한 기존 FTA는 한국산 딸기의 수출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현지 수입상이 한국산 프리미엄 딸기를 들여올 때 내는 비용도 크게 줄었다.

한편 FTA에 따른 시장 개방은 국내 농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농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2008년부터 2025년까지 44조2000억 원 규모의 FTA 국내 보완 대책을 마련해 왔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가를 돕는 정책이다. 정부는 2025년에만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 스마트팜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 확산, 수출 전문 생산단지 기반 조성 등에 국비 약 1100억 원을 지원했다.

스마트 온실과 환경제어 설비 등 스마트농업을 도입한 농가들은 농산물 생산량 증가와 품질 향상 등 도입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25년 스마트농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농업을 도입한 농가는 도입 전과 비교해 시설원예 기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20.6%, 단위면적당 특품 생산량이 23.9% 개선됐다.

축적된 재배 기술과 품종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국내 기업도 늘고 있다. 스마트농업 기업 ‘퍼밋’이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딸기 열매를 수출하는 단계에서 더욱 발전해 국산 딸기 품종과 수직농장 설비, 재배 기술까지 수출하는 단계로까지 올라섰다.

농협 스마트팜 지원센터 1호∼3호를 구축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퍼밋은 최근 에너지 소비를 줄인 ‘5세대 실내 딸기 수직농장’을 선보였다. 물로 열을 식히는 수랭식 냉각 기술을 적용해 조명의 발열을 낮추고 전력을 아낀다. 퍼밋 자료에 따르면 바람으로 식히는 기존 공랭식 설비보다 전력 소비가 30∼40%가량 줄어든다.

농업 현장 데이터 기반의 AI 재배 솔루션과 로봇 기술은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운영 효율을 높였다. 퍼밋이 경기도 이천에 조성한 약 1000m² 규모의 딸기 수직농장은 AI 솔루션을 적용한 뒤 딸기 한 포기당 수확량이 850g에서 1200g으로 약 41% 늘었다. 한국형 수직농장과 재배 기술은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기후 조건이 까다로운 나라에서 주목받는다.

퍼밋이 중국 청두에 딸기 수직농장을 설치하고 점검하는 모습.

국산 딸기 품종을 해외에 공급하고 로열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퍼밋은 자체 개발한 1943퍼밋(국립종자원 품종보호권 제11120호) 딸기를 앞세워 2026년 2월 중국도시농업연구원 산하 농업기술 기업인 ‘중농이샹’과 통상 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개발한 딸기 품종 ‘팅커벨’도 중국 내 품종보호 출원을 추진 중이다.

퍼밋은 딸기 종자 개발부터 육묘, AI 재배 관리, 수확 후 선별·유통, 수출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묶은 ‘AI 딸기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조직배양 기술로 병해충 없는 깨끗한 어미 묘를 키워 농가에 보급하고 수확한 딸기는 자체 산지유통센터에서 선별해 유통망으로 보낸다. 농가는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해 안정적인 이익을 얻고, 기업은 균일한 품질의 물량을 확보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다.

퍼밋은 딸기로 검증한 수직농장 및 수경재배 기술을 중국,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여름철 딸기 농가의 휴경기에 수익성 높은 작물을 수경재배하도록 도와 농가의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스마트농업은 이제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넘어 품종과 시설, AI 운영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농가는 기후변화를 견딜 안정적인 소득원을 얻고 농산업계는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는 선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선기 퍼밋 대표는 “FTA를 통해 해외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확대됐지만 경쟁 지속력을 갖추려면 국산 품종과 재배 기술, 유통 체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라며 “한국의 딸기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현지 환경에 맞춘 스마트농업 기술과 운영 모델을 꾸준히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지수 기자 ji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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