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랩은 초음파 기술로 자연 분해가 어려운 과불화화합물 등 오염 물질을 쉽게 분해하는 장비를 개발한 친환경 소셜벤처다. 퍼스트랩의 황보민성 대표는 현재 일본, 유럽 등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캐비톡스(CAVITOX)는 한 번 만들어지면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초음파 에너지로 분해하는 장비입니다.”
황보민성 퍼스트랩 대표(43)는 “초음파 에너지로 물에 기포를 발생시키고 기포가 터질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와 반응으로 분자 결합을 끊어 분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설립된 소셜벤처 퍼스트랩은 과불화화합물을 분해해 수질 오염을 해결하는 장비인 캐비톡스와 원료를 초미세 단위에서 균일하게 섞는 장비인 ‘디브렉스(DEBREX)’를 개발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화학물질 사용 저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올해 미국 에디슨어워즈에서도 물·식량·농업 분야에서 금상을 받았다. 또 초음파 에너지 기술 등과 관련해 특허 30개 이상을 출원했다. 현재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황보 대표에게 소셜벤처의 성공과 실패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초음파 에너지로 ‘영원한 화학 물질’ 분해
한 번 만들어지면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초음파 에너지로 분해하는 장비인 캐비톡스(CAVITOX). 초음파 에너지로 물에 기포를 발생시키고 기포가 터질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와 반응으로 분자 결합을 끊어 분해한다. 행복나래 제공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황보 대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이던 누나를 통해 초음파 유화 기술을 처음 접하고 사업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초음파 유화 기술은 서로 섞이지 않는 두 가지 이상의 액체를 초음파를 활용해 균일하게 섞고 안정된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화장품, 제약,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5년 누나와 동료들은 초음파 유화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를 추진했고 황보 대표는 기획과 경영을 담당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진들은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판매할 수 있는 실용화 장비 개발과 상용화에 실패했다. 결국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채 대부분 흩어졌지만 황보 대표는 다른 업체들과 협업하는 등 판매 가능한 장비를 개발했고 퍼스트랩을 설립했다.
황보 대표는 탄소와 불소의 공유 결합이 매우 튼튼해 자연적으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에 주목했다. 열에 매우 강하고 마찰을 줄여주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프라이팬, 종이컵 코팅, 방수 의류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인체에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축적된다는 단점이 있다. 인체에 계속 쌓이면 암, 면역력 저하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황보 대표는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과불화화합물이 환경과 인체 등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초음파 유화 기술을 활용해 과불화화합물을 분해할 수 있다면 사업적인 성과와 환경에 대한 기여를 모두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캐비톡스는 과불화화합물 등으로 오염된 물에 초음파 에너지를 가해 기포를 발생시키고 기포가 터질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와 화학적 반응으로 탄소와 불소의 분자 결합을 끊어 분해한다. 황보 대표는 “오염 물질에 과산화수소 등 산화제를 투입해 분해하지 않을 수 있다”며 “흐르는 물에 에너지를 가해 강한 에너지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효율성도 높였다”고 했다.
퍼스트랩은 2023년 화장품, 의약품 등의 원료에 초음파 에너지를 집중시켜 초미세(나노) 단위로 섞어 균일한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장치인 ‘디브렉스(DEBREX)’도 개발했다. 화장품 원료의 입자 크기와 균일성을 조절해 시간이 흘러도 쉽게 뭉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2차 전지 등의 원료를 균일하게 섞을 때도 활용할 수 있어 지난해 일본 등에도 수출했다. 황보 대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아 화장품의 경우 보습력이 뛰어나고 피부 자극은 줄어든다”며 “피부가 민감한 아기나 아토피 환자들을 위한 제품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셜벤처, 기술 검증 후 고객 확보해야”
퍼스트랩은 올해 SK임팩트부스터 1기 육성 기업에 선정돼 자문과 맞춤형 육성 지원을 받고 있다. SK임팩트부스터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성장 단계 소셜벤처의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SK그룹이 주관하고 행복나래가 함께 운영한다.
육성 기업으로 선정되면 SK 회원사와 협업 기회를 얻고 컨설팅, 법률 자문 등의 지원을 받는다. 사업 지원금 1000만 원과 협력 과제 실증을 위해 최대 6000만 원이 지원된다.
퍼스트랩은 현재 SK 회원사와 매칭돼 캐비톡스의 산업 현장 적용성을 검증하고 있다. 또 SK그룹 임원 출신인 SE컨설턴트들로부터 산업용 폐수 처리 시장 구조 등 경영에 대한 전문적 조언을 받으며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민영 행복나래 소셜밸류 혁신본부장은 “퍼스트랩과 같은 소셜벤처의 기술이 환경 문제 해결로 이어지려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SK임팩트부스터를 통해 기업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기술의 사업화와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