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M&A-펀딩 등 1698조원
대미투자 활발 美 1년새 15배 급증
日, 투자액 377% 증가 역대 최대치
韓 84% 늘었지만 여전히 소극적
전 세계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에 단행한 인수합병(M&A) 등 투자가 1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인공지능(AI) 및 관련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고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 美日, AI 인프라·반도체 투자 활발
29일 동아일보가 한국경제인협회와 글로벌 금융분석기관 S&P 글로벌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서 집계된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2128억 달러(약 1698조 원)로 전년 동기(2246억 달러) 대비 440% 증가했다. 이는 각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한 수치들을 합산한 결과로 M&A, 자금조달(펀딩) 등으로 구성됐다.
기업 국적별로는 미국 기업과 관련한 투자가 426억 달러에서 6537억 달러로 1년 만에 15배(1435% 증가)가 됐다. 미국 기업이 투자를 하거나, 미국 외 기업으로부터 투자 대상이 된 경우를 합산한 수치다. 이 같은 증가세에 따라 전 세계 투자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9%에서 올해 54%로 급증했다.
가장 대표적인 대미 기업 투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오픈AI 투자다. 4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규모와 조건이 4월에 결정됐다. 이 투자금은 미국의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구글은 3월 클라우드 보안 회사 위즈를 32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구글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M&A다. 구글은 핵심 사업인 AI 클라우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위즈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올 1월 천연가스 회사 캘파인을 266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미국 내 ‘에너지 빅딜’로 주목받았다. AI 시대 데이터센터 및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두 회사의 결합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 역시 올 상반기에 활발한 투자에 나섰다. 투자액 13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7% 늘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이 나선 M&A 투자 규모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대라고 보도했다.
M&A 업계의 ‘큰손’인 소프트뱅크는 오픈AI 투자 외에도 3월 미국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암페어 컴퓨팅을 65억 달러에 인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어 일본 기업들의 전략적 M&A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韓, 늘었지만 여전히 ‘소극적’
한국의 M&A 등 기업 금융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87억 달러에서 올 상반기 159억 달러로 84% 늘었다. 투자액은 늘었지만 해외 경쟁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한국 기업이 단행한 가장 큰 투자는 5월 삼성전자가 독일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한 건이다. 삼성전자는 AI용 데이터센터에서 발열을 제어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AI 시대가 시작된 이후 기업 간 M&A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한국도 해외에 뒤처지지 않게 M&A 관련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금융 자본 연계에 대한 규제 완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한 경제단체 행사에서 “한국은 산업·금융 자본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탓에 소프트뱅크와 같은 초대형 투자회사가 나오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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