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화장품의 날을 맞아 열린 K-뷰티 체험관에서 한 시민이 피부 컨디션을 측정하고 있다. 2026.09.07. 서울=뉴시스
기후위기로 지구 곳곳이 더워지면서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피부 온도를 낮추는 ‘쿨링’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름철에 몰렸던 쿨링 제품 소비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데다, K뷰티 영토가 중동·남미 등 고온다습한 신흥 시장으로 넓어지면서 현지 기후에 맞춘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ODM 업체들의 쿨링 제품과 관련 기술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콜마가 쿨링 기능을 적용해 제조한 화장품 수는 2023년과 비교해 현재 6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콜마의 쿨링 관련 특허 건수도 10년 전보다 약 88% 늘었고, 코스맥스는 지금까지 쿨링 관련 특허를 20건 등록했다.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 한국콜마 제공
쿨링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그간 쿨링 화장품은 멘톨이나 에탄올로 즉각적인 냉감을 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피부 자극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콜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 추출물을 배합한 저자극 쿨링 소재를 개발했다. 약효 성분을 천천히 방출하는 의약품의 원리인 ‘서방형’ 기술도 화장품에 접목해, 냉감 성분이 피부에서 서서히 퍼지도록 했다. 은소희 한국콜마 선케어3팀장은 “피부 자극은 줄이면서 냉감은 오래 유지하는 것이 쿨링 기술의 핵심 과제”라며 “서방형 기술을 적용하면 자극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지속 시간을 2~3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스트나 마스크팩, 수분젤처럼 수분이 많은 제품에 주로 쓰이던 쿨링 기능이 최근에는 선케어를 넘어 쿠션과 립 제품까지 번졌다. 한국콜마는 최근 피부에 닿는 순간 수분이 방출되면서 온도를 4도가량 낮추는 ‘젤리 선스틱’을 선보였다. 수분이 많으면 막대 형태로 굳히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수분을 제형 안에 가두는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코스맥스는 색조 제품에 쿨링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멘톨이나 캡사이신의 화끈한 자극을 이용해 입술을 부풀리던 기존 방식 대신, 쿨링감으로 자극을 줄여 개발한 ‘립 플럼퍼’가 대표적이다.
대구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09.01.대구=뉴시스
화장품 ODM 업체들이 쿨링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이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1월 ‘2025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1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1년이었다”고 밝혔다.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글로벌 쿨링 화장품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전세계 쿨링 스킨케어 젤 시장이 2024년 757억 달러에서 2033년 1059억9000만 달러로 약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K뷰티의 수출국이 다변화하면서 연중 기온이 높은 지역으로의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아랍에미리트(UAE) 화장품 수출액은 2억9000만 달러로 전년(1억7000만 달러) 보다 약 1.7배 늘었다. 중남미에서도 멕시코와 브라질 수출액이 각각 약 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49.9%, 115.1% 증가했다.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K쿨링 화장품 유통도 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이 전개하는 조선미녀는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의 대형 패션·뷰티 플랫폼 ‘남시’에 입점해 쿨링 효과를 내는 ‘맑은쌀 선크림 아쿠아프레쉬’를 판매하고 있다. 한상근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부원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일상화는 쿨링 제품 수요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라며 “앞으로는 쿨링감을 주는 제품에 더해 피부 열 스트레스와 열노화를 관리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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