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세포라 매장 안에 K뷰티를 대표하는 제품들을 진열한 ‘올리브영 K뷰티 에딧’. CJ올리브영 제공
CJ올리브영이 미국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현지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면서 K뷰티 생태계 이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브랜드 큐레이션 역량과 체험형 매장 운영 노하우를 미국 시장에 접목하는 한편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의 현지 진출을 돕는 플랫폼 역할까지 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0일 CJ올리브영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글로벌 뷰티 전문 세포라 매장에 K뷰티 대표 제품을 선보이는 ‘올리브영 K뷰티에딧’을 마련했다. 올리브영이 직접 선별한 국내 화장품을 뉴욕 중심가 매장에 선보이고 현지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미국 현지 온·오프라인 동시 공략 올리브영은 현지 대형 유통망과의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미국 전역 580여 개 세포라 매장에서 K뷰티 큐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자체 매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미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한 유력 사업자와 손잡고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이다.
자체 온·오프라인 채널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올해 5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현지 오프라인 매장인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을 열고 같은 날 미국 전용 온라인몰도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까지 캘리포니아 내 매장을 5개로 늘린 뒤 중부와 동부 지역으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피부 진단 기기 ‘스킨스캔’ 등을 갖춘 패서디나점에는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 상태를 확인한 뒤 적합한 제품을 직접 골라볼 수 있도록 체험 요소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헬스&뷰티(H&B) 체험형 매장 모델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통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매장 확대에 앞서 물류 기반도 구축했다. 올리브영은 올 3월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서부 통합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최대 약 1만8200㎡(5000평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자동화 물류센터다. 향후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 공급과 온라인 주문 배송을 함께 담당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올리브영이 미국 진출 초기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전자상거래, 물류 인프라를 함께 구축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상품 선별과 소비자 체험, 판매, 배송을 현지에서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미국 시장에 K뷰티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큐레이션·체험·학습’ 3박자 미국 시장에 진출한 올리브영이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은 ‘큐레이션’과 ‘체험’이다. K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한국에서 어떤 제품이 인기 있는지, 제품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창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이에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매장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제품 사용법과 스킨케어 루틴까지 안내하는 방식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대규모 체험 행사도 현지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에는 약 4701㎡(약 1422평) 규모의 행사장이 마련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사흘간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약 10만 명에 달했다. 다수의 K뷰티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체험하도록 해 개별 브랜드를 넘어 ‘K뷰티’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행사다.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노리는 역할도 단순한 ‘K뷰티 제품 판매점’에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국내 브랜드를 선별해 소개하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 플랫폼을 지향한다. 세포라와의 협업 역시 개별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현지 대형 유통망을 뚫는 대신 올리브영의 큐레이션을 통해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 중소 브랜드의 K뷰티 진출 관문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의 해외 유통망 확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브랜드가 해외에 직접 진출하려면 규제와 인증, 통관, 현지 마케팅 비용, 유통업체와의 협상 등 여러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현지 매장과 물류망, 대형 유통업체와의 접점을 갖춘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러한 진입 장벽을 일부 낮출 수 있다.
전문 플랫폼과의 동반 진출은 중소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THOME)’을 운영하는 앳홈의 양정호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독자 진출하려면 관세와 규제 대응력은 물론 진출 후 현지화 마케팅과 브랜드 신뢰 구축이라는 과제가 남는다”며 “검증된 전문 플랫폼과의 동반 진출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관건은 초기 관심을 지속적인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K뷰티가 미국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더라도 반복 구매를 이끌어 내고 개별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안정적인 공급망과 현지화된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 체험 행사 방문객과 신규 매장의 유동 인구를 실제 매출과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는 것도 과제다.
올리브영의 미국 사업은 이제 본격적인 확장에 들어선 단계다. 향후 미국 중부와 동부로 매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현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입점한 국내 중소 브랜드의 실질적인 매출과 브랜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과 지속해서 호흡할 수 있는 ‘K뷰티 전진기지’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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