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통한 쇼핑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 성능 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온 빅테크들이 이제 수익화를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확실한 ‘캐시카우’ 쇼핑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구글, 퍼플렉시티 등 빅테크들의 AI 쇼핑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챗GPT 젊은층 타깃한 ‘즉시 결제’ 기능 도입오픈AI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자사 AI 챗봇 ‘챗GPT’에 채팅창에서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즉시 결제(Instant checkout)’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엣시’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먼저 적용되며, 캐나다의 ‘쇼피파이’ 거래 제품들에도 곧 적용될 예정이다. 쇼피파이는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MZ세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와 속옷 브랜드 ‘스킴스’ 등도 입점돼 있어 젊은층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챗GPT가 사용자의 쇼핑을 위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긴 했지만, 최종 구매는 소비자가 웹사이트로 이동해 진행해야 했다. 새로운 시스템하에서는 챗GPT 채팅창에 ‘100달러 이내 생일 선물을 하고 싶은데 추천해줘’라고 질문하면 추천 제품들이 나열되고, 그중 엣시나 쇼피파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도 챗GPT 내에서 결제가 가능해진다.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이뤄진 거래 건에 대해 수수료를 받게 된다. 회사는 향후 온라인 쇼핑몰 내 장바구니처럼 여러 품목을 담을 수 있는 ‘다중 품목 카트’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AI가 쇼핑 기능을 도입한 것은 챗GPT 구독 매출 외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챗GPT 주간 이용자가 7억 명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무료로 챗GPT를 이용하고 있는 가운데 쇼핑·결제 기능으로 새로운 매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향후 다양한 지역의 판매자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빅테크 ‘캐시카우’ 사냥쇼핑에 AI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캡제미니 리서치 연구소가 2024년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 12개국에서 소비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8%의 소비자가 AI가 추천한 제품을 실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52%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반영하듯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 퍼플렉시티도 AI 챗봇에 쇼핑 기능을 도입했다. 퍼플렉시티는 오픈AI보다 한발 앞서 글로벌 전자 거래 시스템인 ‘페이팔’과 협력해 즉시 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구글의 ‘제미나이’도 ‘자동 결제’ 기능을 개발했다. ‘매주 금요일에 우유를 배달해줘’와 같은 명령을 내리면 AI가 자동으로 결제 과정을 처리해주는 것. 제미나이는 현재 일부 협력사와 해당 기능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커머스 시장에서 빅테크들의 수익화 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오픈AI의 연간 매출은 약 130억 달러(약 18조2600억 원)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약 3.5배 성장했지만, 대규모 투자로 인해 적자 폭 역시 약 50억 달러(약 7조200억 원)에서 약 80억 달러(약 11조2300억 원)로 1.6배가량 늘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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