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 글로벌 대표 결제 브랜드 마스터카드의 연매출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의약품이 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약 295억 달러(약 4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키트루다 개발사인 미국 머크(MSD)의 총 매출인 642억 달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2028년 키트루다의 미국 특허가 만료된다. MSD는 특허 방어를 위해 정맥주사(IV) 제형이던 키트루다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하고 나섰다. 이것이 세계 3대 글로벌 제약사인 MSD와 한국 대전에 있는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만나게 된 계기다.
최근 MSD와 알테오젠이 개발한 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을 만나 승인 이후 알테오젠의 변화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 개발 끝에 ‘키트루다 큐렉스(이하 큐렉스)’가 FDA 승인을 받았다. 기분이 어떤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그게 항상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MSD의 사업 방향과 잘 맞았던 것 같다. 이제 큐렉스의 판매가 시작되면 문제는 없는지 환자들에게 잘 맞는지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승인을 받아서 홀가분해진 면도 있지만 긴장되는 면도 있다.
큐렉스에 적용된 알테오젠의 SC 플랫폼 기술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해 설명해달라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하에 있는 히알루론산은 세포와 세포를 끈끈하게 연결하고 있어 약물이 혈관까지 도달하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항체처럼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바이오의약품은 더더욱 어렵다.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면 고용량의 바이오의약품도 혈관까지 전달될 수 있다. 즉 SC 제형으로 투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히알루로니다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ALT-B4는 인간의 정자에서 발견되는 ‘PH20’과 또 다른 히알루로니다제를 재조합해 새롭게 만든 물질이다.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약 300개의 변이체를 만들었고, 그 중 ALT-B4는 가장 안정성이 높고 수율이 높은 물질이었다.
물질의 안정성은 상업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피하지방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SC 물질이 쉽게 부서져버리면 그만큼 투여하는 의약품의 용량이 커진다. SC 물질이 불안정한 경우 4~5배까지 용량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큐렉스의 경우 IV 방식의 키트루다보다 약 2배정도 높은 용량을 투여한다. 그만큼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키트루다의 미국 특허가 2028년 만료되면 많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큐렉스가 경쟁력이 있을까
IV 제형을 맞는 것이 환자에게는 꽤 부담이 된다. 수 시간동안 주사를 맞고 있어야 하는데, 암 환자 중 여러 개의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2개만 맞더라도 반나절이 다 지나가는 거다.
미국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IV 제형의 주사를 맞으러 가는 ‘인퓨전 센터’가 있다. 병원은 물론이거니와 센터를 예약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항상 대기 시간이 길고 예약 시간을 잘못 잡으면 제 때 주사를 맞기도 어렵다.
SC 제형은 1~2분이면 투여가 가능하니 환자나 의료진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2028년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더라도 그 전에 SC제형으로 약을 바꾼 환자는 다시 IV 제형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MSD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 최대한 IV에서 SC로 전환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마일스톤이 1조4000억 원대다. 큐렉스의 판매가 시작되면 로열티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예상하나
MSD랑 로열티 계약을 맺을 때 마일스톤에 해당하는 1조4000억 원도 로열티 방식으로 받기로 했다. 로열티로 받는 총 금액이 1조4000억 원이 되면 마일스톤을 모두 수령하는 셈이고, 이후부터는 진짜 로열티에 따른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내부적으로는 3~4년 정도면 마일스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1월 즈음에는 유럽에서도 큐렉스가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MSD 내부적으로는 2027년까지 전체 환자의 40%가 SC 제형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큰 문제없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고, 이 비율이 유지된다면 상당한 로열티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많다. 눈여겨보고 있는 의약품이 있나
공개할 순 없지만 여럿 있다(웃음). 현재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제약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단일항체,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의약품에 ALT-B4 적용이 가능하다. 그만큼 논의할 수 있는 제약사의 범위나 의약품 폭이 넓어진 것이다.
현재 경쟁사인 미국의 할로자임과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진행 상황이 어떤가?
※세계적으로 S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곳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 두 곳 뿐이다. 지난해 11월 MSD는 할로자임의 SC 플랫폼 기술인 ‘엠다제’의 특허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이유로 특허무효심판(PGR)을 청구했다. 할로자임은 올해 4월 큐렉스가 엠다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MS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MSD가 청구한 특허무효심판 14건 중 현재 5건이 개시가 된 상황이다. (통상 미국의 특허심판원은 특허 무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 PGR을 개시한다.) 미국에는 특허청장의 재량권으로 PGR 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재량적 거절(Discretionary Denial)’이라는 제도가 있다. 할로자임이 이 제도를 활용해 MSD의 PGR 개시를 거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된 상황이다.
만약 할로자임이 임시금지명령을 신청하면 큐렉스의 판매 일정이 지연되지 않나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법원이 임시금지명령을 내리려면 할로자임이 큐렉스의 판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아직 할로자임이 엠다제를 활용해 제품화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엠다제 특허에 대한 분석을 광범위하게 했고, ALT-B4는 엠다제와는 별개의 물질이기 때문에 특허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