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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폐수건으로 새 수건 만들어… 섬유 ‘100% 재활용’ 성공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5.09.25
[행복 나눔] 섬유 재활용 기업 ‘제클린’
숙박업소-기업 등서 나오는 폐섬유
흰색 재생 원사로 만들어 원단 생산
4년간 섬유 폐기물 18.6t 다시 써
제주도의 기업들과 ESG 공동 제휴… 지역서 폐섬유 기반 경제모델 구축
사회적 기업 ‘제클린’ 차승수 대표가 섬유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원사를 들고 있다. 제클린은 재생 원사·원단 브랜드 ‘리피트’와 재생 섬유로 만든 수건, 의류 등 제품 브랜드 ‘2bd’를 운영하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버려지는 침구를 보면서 ‘섬유는 왜 플라스틱처럼 재활용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섬유 재활용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습니다.”

차승수 대표(53)가 운영하는 제클린은 호텔, 리조트 등 숙박업소나 기업이 버리는 침구, 수건, 작업복 등 섬유 폐기물을 수거해 재생 섬유와 원단,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업이다. 제클린은 섬유 기업 일신방직과 협업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한 폐섬유 순환 경제 모델을 만들었다. 8일 차 대표를 만나 섬유 재활용으로 환경에 이바지하는 제클린의 전략을 들어봤다.

●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폐섬유가 수건과 침구로

차 대표는 1999∼2016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다 침구 세탁 및 관리 대행 사업 도전을 결심했다. 펜션, 호텔 등 숙박업소가 많은 대표 관광지 제주시로 내려가 2017년 제클린을 설립했다. 제클린은 ‘제주’와 ‘클린(clean)’의 합성어로, ‘제주의 깨끗함을 담은 섬유 재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처음에는 펜션, 풀빌라 등 중소형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 형식으로 세탁 대행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쌓은 거래 숙박업소는 74곳으로, 그동안 제클린 서비스를 이용한 곳은 281곳에 이른다.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차 대표는 침구와 수건, 작업복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버려지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섬유 폐기물을 활용해 원사·원단 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런 배경에서 2022년 탄생한 재생 원료·원사·원단 브랜드가 ‘리피트(RE;FeaT)’다.

우선 제휴 숙박업소로부터 폐침구, 수건, 작업복 등 섬유 폐기물을 수거했다. 수거한 폐기물을 파쇄기에 넣어 찢어 솜으로 만든다. 이 솜으로 다시 흰색 재생 원사를 만들어 원단을 생산한다. 흰색 원사는 무늬나 색을 입히는 게 자유로워 응용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리피트 원단으로 재탄생한 섬유 폐기물은 약 18.6t이다. 차 대표는 “과거에는 섬유 폐기물 중 원료화가 가능한 비율이 60%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은 단추나 지퍼 등 부자재를 제외하고 폐기물의 100%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피트로 만든 재생 섬유 제품 브랜드 ‘2bd’ 수건. 행복나래 제공
지난해에는 리피트 원단으로 만든 재생 섬유 제품 브랜드 ‘2bd(투비디)’를 설립했다. 브랜드 이름에는 ‘버려지는 제품의 두 번째 생일(2nd Birthday)’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리피트 원단으로 만든 제품인 투비디의 수건, 티셔츠, 침구 등을 기업에 납품한다.

제클린은 △섬유 폐기물 수거 △원료화 △재생 면사·원단·제품 생산 △재수거 및 재파쇄 등 폐섬유 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제클린이 거래처인 제주 숙박업소로부터 수거하는 섬유 폐기물이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 역할을 한다.

● “재생 섬유가 일상이 되는 세상 꿈꿔”

제클린은 메종글래드 제주, 롯데호텔앤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등 기업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동 제휴를 맺고 있다. ESG 제휴 기업으로부터 섬유 폐기물을 수거하고 재생 섬유 제품 생산 및 납품을 진행한다.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한 재생 원사는 2022년부터 총 6.7t에 이른다.

차 대표는 제클린의 이러한 성공에 SE 컨설턴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초기, 폐기물 및 재활용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SE 컨설턴트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시장 구조 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E 컨설턴트는 SK그룹 임원 출신 멘토와 소셜벤처 최고경영자(CEO)를 매칭해 현안 해결과 사업 성장에 대한 경영 자문에 응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순환 경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 및 확장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과 컨설팅을 연계한 SE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직원과 쉽게 논의하기 어려운 인사, 재무 등 분야 관련 질문을 SE 컨설턴트에 자문해 해결했다.

차 대표는 섬유 순환 재활용 기업이 여럿 생겨 사람들이 재생 섬유를 널리 사용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류 폐기물 및 섬유 순환 재활용 관련 입법을 위해 관련 스타트업을 모으고 있다”며 “10년 후 사람들이 새 옷, 헌 옷 구분 없이 재생 섬유로 만든 의류를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입는 시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나래 조민영 본부장은 “제클린과 같은 소셜벤처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며 “앞으로도 SE 컨설턴트 사업을 통해 소셜벤처가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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