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 일라이릴리 공장
美현지법인이 4600억원에 매입
서정진 “송도2공장의 1.5배 규모… 위탁생산 사업까지 확대할 것”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국 생산공장 투자 건에 대해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미국 정부의 고강도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항체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장기적인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위탁생산(CMO) 사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셀트리온은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USA가 일라이릴리의 뉴저지 생산 공장을 46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공장 운영 자금까지 포함해 7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초기 투자 자금은 셀트리온USA를 통해 유상증자 형식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일라이릴리 공장은 총 14만8760m²(약 4만5000평) 규모로 의약품 생산 시설 및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4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중 3만6363m²(약 1만1000평)는 추가 생산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유휴 부지다. 셀트리온은 미국 의약품 수요에 따라 7000억 원을 더 투자해 추가 생산 시설을 확대할 방침으로, 이렇게 되면 이 공장에 투입되는 자금은 최대 1조4000억 원이 된다.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추가 생산 기지를 건설할 경우 현재 송도2공장의 1.5배 정도 되는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며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 제품뿐 아니라 추가적인 CMO 사업도 가능하다”고 했다.
단, 공장은 인수했지만 바로 셀트리온의 제품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서 회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생산 허가를 받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7년부터 셀트리온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공장의 절반은 셀트리온 제품의 미국 물량을, 나머지 절반은 기존에 생산 중이던 일라이릴리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일라이릴리와의 CMO 계약은 공장 인수와 함께 체결됐다. CMO 매출은 내년부터 셀트리온 매출에 반영된다.
셀트리온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결국 장기적인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그다음 정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다음 정권이 오더라도 방식은 다르겠지만 현 정부의 관세를 없던 일로 만들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앞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소규모 관세를 부과하겠지만 1년 후, 최대 1년 반 안에 150%로 관세가 올라갈 것”이라며 “이후 250%까지 인상해 의약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반도체와 의약품은 자동차(25%)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의약품에 대한 고관세를 예고했다.
한편 미국 생산 공장을 사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미국 의약품 생산 공장의 몸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캠브렉스라는 CMO 기업 공장이 약 40억 달러(약 5조5700억 원) 매물로 올라오기도 했다. 6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가 오른 금액이다. 서 회장은 “미국 관세, 현지 공장의 숙련된 인원, 물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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