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의 해외 사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약 1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글로벌 제약사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 4건을 연달아 체결하며 총 2억70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수주 실적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의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과 품질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계약 확대는 해외사업부의 매출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해외사업부 매출은 2022년 2100억 원, 2023년 24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3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올해 3분기 매출만 약 1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이미 3400억 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유한양행 해외 사업의 중심에는 CDMO(위탁개발생산)가 있다. 합성신약 원료의약품 분야는 기술력·품질·규제 대응 능력 등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일단 진입에 성공하면 오랫동안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신약 특허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공급 계약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 또한 크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합성신약 원료 CDMO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47조 원(322억 달러) 규모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이 예상된다. 신약 개발 경쟁 심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다변화 흐름도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 분야에서 △200개 이상의 합성 기술 보유 △지속적인 기반 기술 확보 △c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수준의 글로벌 품질 역량 △제품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프로젝트 운영 능력 등 강점을 갖추고 있다. 주력 분야는 항바이러스제·항암제·자가면역질환 등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재계약 사례도 늘고 있다.
유한양행 CDMO 사업의 생산기지는 1980년 설립된 100% 자회사 유한화학이다. 유한양행이 영업·계약을 담당하고 유한화학이 생산을 맡는 구조다. 유한화학은 FDA, EDQM, PMDA, TGA 등 국제 규제기관의 인증을 받은 우수한 cGMP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임상용 소규모 생산부터 상업용 대량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유한화학은 연간 총 99.5만 ℓ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안산공장은 46만 ℓ, 화성공장은 53만 ℓ 규모로 운영되며 2025년에는 화성 HB동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거래처 다변화로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회사는 추가 성장에 대비해 HC동 증설도 결정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글로벌 톱 50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혁신신약 개발과 CDMO 사업을 두 축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수준의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동시에 R&D 투자를 지속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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