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호 (2017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개념화된 문장은 논리적인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 할지라도 공존하는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것이어야 한다. 병사들의 공포심을 용기로 바꾸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이순신과 세종의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최만리는 그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며 직접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선 이순신의 문장은 논리적으로는 최만리의 문장보다 못했을지 모르지만 병사들의 삶에 대한 ‘공감(共感)’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반면 중국을 섬겨야 하는 조선에서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일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최만리의 문장에는 기득권을 대변하는 지식인들의 논리만 있었다. 삶과 연결되지 않는 문장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