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호 (2017년 3월 Issue 2)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에서 주인공은 심심풀이로 말놀이를 한다. 명사를 비극 명사와 희극 명사로 나누는 놀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희극 명사란 무엇인가. 한 치의 화성적 균열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희극 명사’일 것 같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완전체 속에도 순간적인 덧없음의 조짐이 나타나 있다. 바니타스와 비애극은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삶 자체도 공허하고 무의미하다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실에서 모든 장식을 걷어내 버리면 모든 명사는 결국 ‘비극 명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