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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97개국 1위 알람 앱 ‘알라미’

“이 문제 못 풀면 알람 소리 못 꺼요”
잠 확실히 깨워주는 ‘미션 알람’ 떴다

최호진 | 344호 (2022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국내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이 개발한 알람 앱 ‘알라미’는 미션 알람으로 97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서비스 론칭 이후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달성했다. 알람 앱 하나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을 최우선으로 삼고 사용자를 중심에 두는 의사결정이 있었다. 딜라이트룸은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외부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제품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수익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앱 내 전면 광고도 추가하지 않았다. 또한 매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사용자 의견(Voice of Customer) 원문을 직원들이 함께 읽으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55+24=?’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면 계속 울리는 알람이 있다. 알람 소리를 견디다 못해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켜도 어김없이 울린다. 알람을 해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답을 맞히는 것.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 끈질기게 울리는 탓에 ‘악마의 알람’이라는 별칭을 얻은 앱, 국내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이 개발한 알라미(Alarmy)다.

알라미는 미션 알람으로 전 세계 170여 개국 사용자들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미션 종류도 다양하다. 뇌를 깨우는 수학 문제, 메모리게임, 문장 따라 쓰기와 몸부터 깨우는 걷기, 스쿼트, 휴대폰 흔들기, 사진 혹은 QR•바코드 찍기까지. 8가지 미션 중 원하는 종류와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미션은 수학 문제다. 미션 알람 사용자의 58%가 이용 중이다. 1∼99개 사이에서 잠을 깨기 충분한 문제 개수를 설정하고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난이도는 가장 쉬운 한 자릿수 덧셈부터 ‘(162×87)+1878’ 같은 곱셈과 덧셈 혼합 문제까지 총 6단계로 구성돼 있다.

2012년 론칭한 알라미는 현재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6000만 건,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 45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97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알람 앱 1위를 기록했다.1 서비스 론칭 후 매년 흑자를 달성하고 지난해 기준 매출 130억 원, 영업이익 약 6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5%에 달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최근에는 알람 앱에서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하며 성장 가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창업자 본인의 니즈에서 출발해 전 세계 170여 개국 사용자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알람 앱으로 성장한 알라미의 성공 비결을 DBR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불편함에서 시작한 ‘미션 알람’

2012년,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신 대표에게는 풀고 싶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일찍 기상해 일과를 시작하길 좋아했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매일 아침 5시에 알람이 울리면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더 확실히 일어날 방법이 필요했다. 알람을 맞춰 놓은 휴대폰을 화장실에 두고 잤다. 이른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로 이동해 해제한 뒤 이를 닦고 샤워를 하며 잠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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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확실히 깰 방법은 찾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매일 밤 화장실에 휴대폰을 두고 자는 것이 번거로웠다. 이를 자동화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외신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해외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출시된 40만 원짜리 ‘라모스 닉시 알람 시계(Ramos Clock)’가 약 2억 원어치 팔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에 따로 설치된 키패드를 눌러야 꺼지는 시계였다. 신 대표는 “비슷한 콘셉트의 시계가 성공적으로 펀딩하는 것을 보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라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에 2012년 8월, 정부 지원 소프트웨어(SW) 교육 과정 ‘SW마에스트로’ 교육생이던 그는 과정의 마지막 관문인 개인 프로젝트로 안드로이드 버전 알람 앱을 출시했다. 정해진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만 꺼지는 단순한 기능의 알람 앱이었다. 개인적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토이(toy) 프로젝트2 . 이것이 알라미의 시작이었다.

예정돼 있던 카이스트 석사 과정 진학을 한 학기 미루며 알라미 앱을 고도화했다. ‘사진을 찍어야 꺼지는 알람’이라는 아이디어가 재밌으니 많은 사람이 앱을 다운로드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첫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알라미를 소개하는 보도 자료를 담은 메일 20∼30통도 열심히 언론사에 뿌려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때 문득 라모스 시계를 소개한 매체가 생각났다. 그 기사를 썼던 기자라면 관심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국 IT 전문지 CNET의 아만다 쿠서 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보낸, 알라미 앱 소개를 담은 짧은 메일이었다. 알라미는 라모스 닉시 알람 시계와 같은 기능을 가졌으면서도 무료라고 홍보했다. 메일을 보내고 며칠 만에 기사 링크와 함께 답장이 왔다. 알라미가 언론 매체에 처음 소개된 것이다. 기사가 나가고 호주, 유럽 등 해외에서 하루 1만여 명씩 알라미 앱을 내려받기 시작했다. 알라미가 글로벌 서비스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애드테크 고도화로 수익 늘려

전 세계에 사용자가 있다 보니 24시간 피드백이 왔다. 불편 사항이 접수되면 새벽에 일어나 대응하고 앱을 개선했다. 혼자서 만든 토이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자신이 쓰려고 만든 앱에서 시작해 상용화된 서비스로 구색을 갖추기까지 반년 정도 걸렸다. CNET 보도로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고 이에 대응하면서 단단해진 노하우로 2013년 3월 아이폰 iOS 버전 유료 알라미 앱을 출시했다.3 유료 알라미 앱은 1∼2주 만에 3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수익을 내는 것을 보며 사업화에 대한 확신은 더욱 커졌다. 유료 앱 출시 2개월 만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법인명은 딜라이트룸이었다. SW마에스트로 과정 중 동료들과 함께 코딩하며 즐겁게 서비스를 만들던 회의실 이름인 ‘D Room’에서 따왔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함께 재밌게 풀며 돈까지 벌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이름이었다.

알라미는 아이폰 버전 출시 후 1년 만에 60여 개국에서 1위 앱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석사 과정을 병행하며 알라미를 운영하던 신 대표는 인앱 광고4 를 붙여 수익을 냈다. 매일 유입되는 글로벌 사용자 트래픽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었다. 2015년 석사 졸업 후에는 본격적인 직원 채용에 나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회사나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2년간 채용한 직원이 4명뿐이었는데 그마저 모두 신 대표의 지인이었다. 주위에 실력 좋은 개발자가 있으면 개별적으로 설득해 영입하는 식으로 어렵게 팀을 꾸려 나갔다. 신 대표는 “당시만 해도 ‘알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이 질문에 스스로도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던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답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핵심 수익 모델이던 인앱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드테크를 고도화했다. 단순히 앱에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아닌 사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광고 단가를 높일 방법을 고민했다. 애드몹(AdMob), 모펍(Mopub) 등 여러 글로벌 광고 플랫폼을 A/B 테스팅하고 광고주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bidding)하도록 앱 내부의 광고 로직을 개선해나갔다. 꾸준한 테스트로 광고 수익 효율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결과, 딜라이트룸은 2017년 당시 트위터의 광고 플랫폼이었던 모펍의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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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로 시작한 미션 종류도 하나둘씩 늘려 갔다. 대학원에서 전공으로 택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도 도움이 됐다. 기술로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지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아침 기상이라는 어려운 행동을 잘 유도하기 위한 학술적, 실용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사진 찍기 미션이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멀리 떨어지게 했다면 더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스쿼트 운동이나 뇌를 사용하는 수학 문제 등 다양한 자극과 종류의 미션을 개발했다. 2019년 딜라이트룸은 새로 개발한 미션과 함께 알라미 유료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 찍기, 수학 문제 풀기, 휴대폰 흔들기 등 기존 미션에 스쿼트, 걷기, 문장 따라 쓰기 미션과 일어날 때까지 울리는 기상 체크 기능 등을 더해 프리미엄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중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건 기상 체크 기능이다. 알람을 해제한 뒤 사용자가 미리 설정한 시간(1∼10분)이 지나면 “일어나셨나요?”라는 푸시 알림이 뜬다. 100초 안에 기상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잠에서 확실히 깨길 원하는 사용자들은 이 같은 유료 기능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알라미 월간 활성 이용자 수 450만 명 중 유료 구독자는 현재 약 7만 명으로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DBR mini box I

성과 높이는 별동대, 스쿼드(SQUAD)

딜라이트룸이 영업이익률 약 45%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독특한 인재 구성 방식이다. 딜라이트룸은 2가지 단위(unit), 즉 그룹과 스쿼드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그룹은 같은 직군의 사람들이 모인 팀이고 스쿼드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TF팀과 비슷하다. 현재 딜라이트룸에는 2개의 스쿼드가 있다. 애드 캐리 스쿼드(Ad Carry Squad)와 서브스크립션 스쿼드(Subscription Squad)다. 애드 캐리 스쿼드는 애드테크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광고 수익을 높이면서 앱 퀄러티와 안정성을 함께 관리한다. 서브스크립션 스쿼드는 구독 상품의 가치를 높여 수익을 올리고 사용자에게 알맞은 프리미엄 기능을 개발, 개선한다.

신 대표는 “이런 매트릭스 구조i 가 가진 장점은 유연성이다. 직원들이 여러 팀에 속해 있으면서 스쿼드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게 회사 전체에 더 기여하는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고 목표 달성을 완료하면 그룹에 집중하는 등 상황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스쿼드는 2주 단위의 스프린트ii 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A/B 테스팅이 진행된다. 가설 검증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 추가 등 앱 내 변화를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 데이터를 보며 해석한다. 이를테면 알라미를 처음 사용할 때 뜨는 튜토리얼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어느 단계에서 가장 많이 멈추는지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이를 해석해 해당 구간이 지루한지 혹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지 등을 찾아 개선점을 도출하는 식이다. 푸시(push) 메시지를 사용자들이 많이 읽지 않는다면 문구를 다르게 작성해 테스트하며 소구점을 찾아 나갈 수도 있다.

97개국 1위 알라미의 성장 비결

딜라이트룸은 알람 앱 하나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주위의 인식을 깨고 답을 찾았다. 유료 구독 본격화와 제품 안정화, 조직 구조 개편 등이 맞물리며 알라미는 급성장세를 탔다.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이듬해인 2020년에는 글로벌 누적 5000만 다운로드 수를 돌파했다. 1년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수가 약 2000만 회 증가한 것이다. 수익도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30억 원, 영업이익 약 60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 55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을 기록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알람 앱 하나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딜라이트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1. 제품이 1순위

딜라이트룸은 사업 초기 마케팅 비용을 아예 쓰지 않았다. 현재도 마케팅을 통해 알라미 앱에 유입되는 비율이 5% 미만이다. 마케팅 없이 글로벌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제품의 힘 자체에 있었다. 사업 초기 특정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가 급증해 확인해 보면 해당 국적 유튜버나 연예인이 알라미를 소개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니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입소문을 탔다. ‘사람들이 알라미로 진짜 기상을 잘할 수 있게 되면 기상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제품성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쯤 됐을 당시 광고 스쿼드가 앱에 전면 배너 광고를 넣어 테스트를 한 적 있다. 결과는 좋았다. (DBR mini box Ⅰ‘성과 높이는 별동대, 스쿼드(SQUAD)’ 참고.) 고객 이탈 없이 수익만 2배 이상 늘었다. 당시 광고가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에 1년 매출이 2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딜라이트룸은 전면 광고를 추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객 이탈이 없었다 한들 광고가 초기 화면부터 큼지막하게 노출되는 앱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당시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결정 당시 내부적으로 논의하면서 우리의 광고 원칙을 되돌아봤다. 가장 첫 번째 원칙이 ‘사용자에게 광고가 많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용자 이탈이 없었으니 괜찮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면 배너 광고를 넣으면 앱 내 광고가 많아 보일 수 있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다수였다. 전면 광고는 언제든 필요하면 꺼내 쓸 수 있는 비즈니스 카드로 넣어두고 우선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알라미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제안한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완곡히 거절했다. 투자를 무조건 거절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했다. 투자자들에게도 이 같은 생각을 명확히 밝히고 추후 좋은 제품을 만들 때 금전적 투자가 필요해지면 다시 논의하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행히 사업 초기에도 매년 흑자를 달성했기에 자체 수익만으로 제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2. ‘잠을 확실히 깨운다’는 미션에 집중

알라미는 수학 문제, 스쿼트 등 독특한 기상 미션으로 사용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휴대폰을 흔들어서 알람을 해제하는 등 미션 기능을 탑재한 알람 앱은 기존에도 있었다. 알라미가 다른 알람 앱을 압도할 수 있었던 강점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바로 ‘잠을 깨운다’는 알람의 본질에 집중한 것.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앱을 비롯한 대부분의 알람 앱에는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기능이나 스톱워치 기능이 대표적이다. 알람 앱에서 시간을 확인하거나 스톱워치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익숙하니 부가 기능으로 추가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딜라이트룸은 알람 기능만을 고수했다. 단순히 익숙하다는 이유로 추가하기보다 진짜 풀고자 하는 문제, 사람들을 잘 깨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잠을 확실히 깨우기 위한 딜라이트룸의 노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들의 잠을 깨우려면 무엇보다 알람이 제시간에 울려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도 기술적인 장벽이 꽤 크다. 안드로이드나 iOS의 가이드라인대로 앱을 만들어도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도록 일부 기능에 제한을 걸거나 아이폰의 경우 무음 모드를 해놓으면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알람이 제때 안 울려도 그 원인이 시스템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는 알람 앱도 많다. 그러나 딜라이트룸의 생각은 달랐다. ‘완전히, 그리고 확실하게 깨운다’는 미션을 달성하려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알람이 안 울리는 앱이라면 사용자들이 불안해서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생 사용자가 알람이 울리지 않아 시험을 놓쳤다며 담당 교수에게 보낼 해명용 공문을 요청해 부랴부랴 양식을 만들어 보낸 적도 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불편 사항이 접수되면 기록을 추적해 확인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모두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대학생 사용자도 그랬다. 사용자가 앱을 삭제했다 재설치하면 기록을 추적할 수 없고 운영체제(OS) 문제 혹은 사용자가 이용 중인 다른 앱과의 충돌 때문에 오류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가 알람 소리를 못 들어 놓고는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신 대표는 “고객 만족을 우선시하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게 확실한 경우에도 최대한 고객의 상황과 감정에 공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앱에서든 장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단, 알람 서비스는 그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 시험이나 면접 등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 알람이 울리지 않으면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민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에 딜라이트룸은 장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국내외에서 출시된 다양한 기종의 휴대폰을 구입해 알라미가 제시간에 울리는지 일일이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휴대폰 출시나 업데이트가 있을 때는 물론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피드백이 접수됐을 때는 해당 계정의 기록을 확인해 당시 환경을 재현하며 테스트한다. 딜라이트룸은 현재 각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을 모두 갖고 있으며 해외에서 출시된 제품은 직구를 통해 구비한다. 현재 사무실에 구비한 스마트폰은 더 이상 소비자 수요가 없는 오래된 기종을 제외한 100여 종류다. 알람 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인 ‘QA Room’도 사무실 한 켠에 따로 마련했다. 여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모든 휴대폰에 설치된 알라미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울리도록 오류를 줄이고 로직을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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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용자를 중심에 둔 의사결정

딜라이트룸 사무실에 있는 모든 회의실은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모두 알라미 사용자와의 특별한 에피소드가 담긴 이름이다. 알라미를 다른 중국 사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3년간 무료로 중국어 번역을 도와준 사용자를 기억하고자 만든 ‘Zhou’, 끈질긴 피드백으로 전원 끄기 방지 기능을 출시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사용자가 페이팔로 돈까지 보내주며 고마움을 표했던 에피소드에서 탄생한 ‘Paypal guy’, 약통 사진을 찍어 알람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을 수 있었던 치매 환자 사용자가 알라미를 ‘Lifesaver’로 불러준 데서 만들어진 ‘Lifesaver’ 회의실까지. 이는 사용자를 중심에 두는 딜라이트룸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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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딜라이트룸의 모든 의사결정은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이뤄진다.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매주 VOC(Voice of Customer)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최고제품책임자(CPO), 각 팀 리더 등 의사결정자를 비롯한 원하는 모든 직원이 참여해 사용자 의견 원문을 함께 읽는다. 매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사용자 의견은 수백 개에 달한다. 미팅 전 사용자 및 제품 운영(User & Product Operation) 팀이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사용자 의견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읽기 쉽게 정리한다. VOC 미팅에서는 참석자들이 사전에 정리된 사용자 의견을 각자 읽은 뒤 서비스 개선점을 논의한다.

매주 시간을 할애해 전 세계 170여 개국 사용자들이 보낸 의견을 원문으로 읽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VOC 미팅을 고수하는 이유는 신 대표가 창업 후 직접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그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석사 과정을 병행하며 혼자 서비스를 운영할 당시 신 대표는 직접 사용자를 응대하며 불편 사항을 접수했다. 심한 경우는 욕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부분을 원하거나 불편해하는지 파악하고 또 모든 의견을 다 반영해줄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3∼4년간 직접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 만족) 대응을 한 결과, 사용자와 간극을 좁히면서도 서비스의 본질을 잃지 않는 적절한 균형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다.

사용자 규모가 커지고 직원을 늘려나가면서 대표가 직접 CS 대응을 하기 어려워지자 팀원을 통해 사용자 의견을 전달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감정과 미묘한 뉘앙스, 의견의 맥락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직접 원문을 보기로 결심했고 혼자 노하우를 쌓기보다 팀원 모두가 제품과 사용자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도록 VOC 미팅을 정례화했다. 원하는 직원만 참여하게 했는데도 현재 VOC 미팅의 직원 참여율은 절반가량이다. 매주 세계 각지에서 온 사용자 의견을 분석하고 논의하며 제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DBR mini box II : Interview: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사진 찍고 스쿼트 해야 알람 꺼지는 멀티 기능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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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룸은 미션 알람 앱 알라미로 170여 개국 사용자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별다른 마케팅 전략 없이 알람 앱 하나로 누적 6000만 다운로드 수를 돌파하고 97개국 알람 앱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사용자의 호응을 얻은 비결을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인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제를 잘 정의하고 풀어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국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알람 기능은 인류의 보편적인 니즈다. 어떤 나라, 어떤 문화권에서든 잠에서 깨 하루를 시작해야 하고 그때 알람을 쓴다. 즉, 글로벌 사용자가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에 뾰족하게 집중하고 풀어나간 것이 핵심이었다.

글로벌 사용자 비중은 어떻게 되나?

해외 사용자 비중이 약 90%다. 미국이 20∼30%로 가장 많다. 한국, 일본, 중국 사용자가 각각 5∼10%, 유럽 등 나머지 국가에 각각 2∼3%씩 소규모로 분포돼 있다.

국가별 사용자들의 특징이 있나?

그렇다. 국내에 비해 영미권 사용자들의 수학 능력이 약하다. 수학 미션의 경우 처음에 설정해 놓은 디폴트 문제가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 덧셈이었다. 예를 들어 ‘13+8’ 같은 문제다. 국내 사용자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문제가 아니냐”라며 너무 쉽다고 피드백하는 반면 미국 사용자들은 너무 어렵다며 한 자릿수 덧셈 문제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한 자릿수 덧셈 문제로 잠을 깰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미국 사용자들의 계속된 요청으로 지금은 디폴트 문제를 굉장히 쉽게 바꾼 상태다. 가장 쉬운 한 자릿수 덧셈 문제부터 필요에 따라 난이도를 높일 수 있게끔 조정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각 나라에서 체감하는 미션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국가별 사용자 특성이 다르다면 어느 나라에 초점을 맞추나?

미국이 주요 타깃이고 수익의 절반 이상이 나기 때문에 현재는 미국 사용자에 주로 기준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맞췄다가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하면 어디에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런 게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미국에 최대한 맞추고 있다.

미션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수학이 아닌 국어 문제,
스쿼트가 아닌 플랭크를 미션으로 도입할 수도 있지 않았나?

글로벌 타깃을 고려해 미션을 선정한다. 어떤 나라, 문화권에서든 번역을 최소화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장 좋은 미션이라고 본다. 국어 문제는 나라별 언어로 번역하기 어렵지만 수학은 전 세계가 같은 부호를 쓴다. 문제 난이도는 조정해야 했지만 어떤 나라 사용자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학 문제를 미션으로 도입했다.

운동 미션의 경우에는 스마트폰만으로 행동을 감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잠을 깨는 데 유용하면서도 스마트폰 센서만으로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운동을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선정했다. 플랭크나 윗몸 일으키기 등 다양한 운동이 있지만 그중 스쿼트가 가장 적합해 미션으로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미션에 익숙해지거나 자발적으로 난이도를 높게
설정하지 않으면 기상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

실제로 그 문제가 있다. 딜라이트룸이 현재 풀고자 하는 주요 문제 중 하나다. 사람들이 자기 전과 일어난 후가 다른 자아인 경우가 많다. 미션 난이도를 높게 설정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후회하거나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초에 난이도를 쉽게 설정하는 사용자도 있다. 미션에 익숙해져 문제를 풀고 다시 잠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미션 난이도를 높게 설정할지, 미션에 익숙해졌을 때는 어떤 변화를 줄지 등을 고민하며 다양한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스쿼트를 하는 등 자신에게 맞는 미션을 섞어 수행하는 복수(multiple) 미션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자동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기능 등을 고민하고 있다.

딜라이트룸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직원 수와 해외 법인 현황,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이 궁금하다.

국내 직원은 총 25명이다. 올해 50명까지 직원을 늘려 성장하는 게 목표다. 해외 법인은 중국에 하나 있고 현지 상주 직원은 없다. 중국에서는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막혀 있어 사용자들이 화웨이, 샤오미 스토어 등 각 제조사의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내려받는다. 앱을 올리려면 저작권 등록이 필요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중국에 있는 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앱을 배포하고 있다. 중국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압도적인 1위 알람 앱이 없는 상황이다. 비즈니스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걸 목표로 노력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사업 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추후 전담 직원 채용도 고려하고 있다.

유틸리티 앱에서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딜라이트룸의 비전은 ‘사람들의 성공적인 아침을 만드는 것’이다. 10년이 지나 어떠한 기술의 발전과 변화가 있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성공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고 이는 앞으로도 인류가 추구할 방향성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알람은 시간을 알려주는 유틸리티 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현재 딜라이트룸이 당면한 과제다.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닌 개운하게 일어나 성공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돕는 ‘웰니스 솔루션’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딜라이트룸은 알람의 책임 범위를 일어나는 순간만이 아닌 자기 전부터 일어난 후 행동까지의 전체 여정으로 확장해 사용자의 아침 컨디션을 증진시키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해 말 모닝 웰니스 지표(MWI, Morning Wellness Index) 개발을 시작했다. ‘성공적인 아침’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정량화, 표준화하기 위한 시도다. 사용자들이 남긴 정보와 기록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해 얼마나 성공적인 아침을 맞았는지 구체적인 수치인 MWI로 보여주는 것이다. 알람이 울리고 해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기상 후의 감정 정보 등 수십 가지 정보를 토대로 측정하며 적정 수면 시간, 알람 종류 및 소리 크기, 적합한 미션 등을 추천해 MWI 개선을 돕는다.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올해 초 고민삼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영입했다. 한국과 미국에 있는 사용자 500여 명의 자원을 받아 한양대 연구팀과 함께 2주간 MWI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고 현재 결과를 분석하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알라미 앱 내 MWI 도입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도약하기 위해 밸류체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딜라이트룸은 수면 전문 브랜드 ‘삼분의일’에 전략적 투자를 감행했다. 성공적인 아침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공간, 콘텐츠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딜라이트룸에 부족한 역량은 외부 조직과 협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분의일이 현재 개발 중인 인공지능(AI)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매트리스 제품이 출시된 후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낼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자기 전부터 수면 후 개운하게 일어나 원하는 행동을 하는 전 과정이 알라미의 밸류체인이다. 건강 기능 식품이나 슬립 테크 기업 등 밸류체인 강화에 도움이 될 만한 파트너들을 계속 만나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성공적인 아침’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강조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편리함을 위한 ‘불편한 상호작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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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미는 어떻게 기상 알람이라는 보편적인 기능에서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냈을까? 핵심은 HCI 분야의 독특한 상호작용 디자인인 ‘불편한 상호작용(Inconvenient Interaction)’에 있다.

불편한 상호작용을 활용한 사례

HCI 분야에서 서비스 디자인의 주요 방향은 보통 사람이 쉽고 편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 행동과 정신 모델(Mental Model)을 이해하고 분석해 편리하고 맞춤화된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모든 디자인이 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제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냉장고 문을 열기 위해 웃는 모습을 요구하거나, 그룹 활동에 집중하도록 스마트폰을 동시 잠금하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기 위해 운동을 강제하는 등 불편한 상호작용이 디자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준 레키모토(Jun Rekimoto) 일본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 전공 교수는 불편한 상호작용이 행동 변화(Behavior Change)를 잘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제시했다. 레키모토 교수는 불편한 상호작용이 성공하기 위한 4가지 원리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불편함은 일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얻어지는 이익이 있게 할 것

• 불편함을 일상 속 필요에 연결할 것

• 필요성과 불편함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것

• 부여된 불편함을 수용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할 것

알라미는 모바일 알람이라는 특수한 사용 상황에 맞춰 레키모토 교수가 제시한 4가지 원리에 잘 부합하도록 디자인된 서비스다. 알라미에 적용된 불편한 상호작용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일시적인 불편함과 장기적인 이익

일반 알람과 구분되는 알라미의 차별점은 바로 미션 알람이다. 이 미션 알람은 아침 기상 시 특정 행동을 강제하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상 직후 ‘수면 관성(Sleep Inertia)’, 즉 잠에서 깼으나 계속 잠을 자고 싶거나 실제로 다시 잠에 빠지기 쉬운 현상을 경험한다. 알라미의 미션 알람은 사용자가 수면 관성에서 빠르게 벗어나 목표한 시간에 확실히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알람을 끄기 위해 사용자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인증 사진을 찍는 등 불편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잠시뿐이다. 목표한 시간에 일어나면 좋은 기상 습관과 건강한 생활 리듬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익은 많은 사용자가 알라미가 주는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하고 감수하는 이유다.

2. 매일의 필요에 연결한 불편함

매일 아침잠에서 깨는 것은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특히 아침 기상은 다른 행동들에 비해 비슷한 시간대와 같은 환경에서 일어나는 비교적 규칙적인 행동 중 하나다. 이런 일상 행동에 불편한 상호작용을 연결하면 전체 과정이 하나의 새로운 습관으로 정착될 수 있어 목표 행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알라미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매일의 필요를 비즈니스로 잘 다룬 사례다. 더군다나 아침 기상은 국가와 문화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쉽게 확장되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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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필요성과 불편함 사이의 균형

알라미는 기상을 원하는 사용자의 필요와 미션 알람으로 인한 불편함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 섬세하게 설계된 서비스다. 사용자는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미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각 미션의 난이도도 조절할 수 있다. 불편함을 강제하지만 사용자 개인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 HCI 관점에서 알라미 미션 알람의 작업 부하(Task Load)는 크게 신체적 부하(Physical Load)와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사진 찍기나 스쿼트 미션은 신체적 부하에, 수학이나 퍼즐 문제 풀기는 인지적 부하에 기반한 미션이다.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신체적, 인지적 부하에 대한 선호도나 수용도가 다를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성향과 선호의 문제를 다양한 미션 도입으로 해결했고 이는 알라미가 많은 사용자의 호응을 얻는 배경이 됐다.

미국의 행동 과학자이자 스탠퍼드대 교수 브라이언 제프리 포그(BJ Fogg)의 행동 모델(Behavior Model) 관점에서 봤을 때도 미션 알람은 행동 변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포그 교수는 사람의 행동을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자극(Prompt)의 3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행동은 관련 동기와 능력이 높을수록 잘 일어난다.(그림 1) 자극은 행동을 유발하는 계기로 행동 변화에 있어 동기와 능력보다 영향력이 높은 요인으로 알려진다. 알라미는 사용자의 동기와 능력에 따라 적절한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행동 변화에 효과적이다. 미션 알람의 종류와 난이도를 스스로 조정하도록 선택권을 제공해 목표한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4. 불편함 수용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

레키모토 교수는 사용자가 불편함을 극복했을 때 마치 게임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편함을 극복해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사용자가 더 잘 인식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미션 알람을 통해 일어난 사용자는 스스로 제시간에 기상해 하루 일정을 잘 시작한다는 보람을 느끼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알라미가 제공하는 기상 이력과 응원 문구 등은 사용자가 앞으로도 불편함을 잘 감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제시간에 잘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건강한 기상 습관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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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미의 미래 가치

사용자는 불편함을 쉽게 선택하고 감수하지 않는다. 편하고 쉬운 서비스에 익숙해서다. 이 같은 장벽을 뛰어넘고 알라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불편한 상호작용의 원리를 섬세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알라미는 현재 HCI 분야에서 불편한 상호작용의 실증적 사례를 제시하고 학문적 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향후에는 사용자들이 알라미를 통해 매일 아침 상태를 기록하거나 루틴을 형성해 더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아침을 맞이하는 등 모닝 웰니스 서비스로서 알라미의 잠재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알라미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슬립 테크 분야에서 전도유망하다.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5044억 달러로 성장하고, 슬립 테크 시장 규모는 2026년 32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라미의 서비스 범위를 기존의 기상 알람부터 수면, 하루 일과의 시작으로 확대하고 이를 총체적으로 연결, 지원해주는 서비스로 확장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대규모 사용자에 기반한 전 세계 수면 및 기상 행동에 관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수면 및 기상 데이터를 마케팅이나 보험 및 금융 프로그램 등과 연계한다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민삼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조교수 minsam@hanyang.ac.kr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서비스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인공지능연구원,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2018년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교수로 부임해 재직 중이며 2022년부터 딜라이트룸의 연구 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다. HCI 분야 국제 저명 학술대회에 논문을 다수 게재했고 세계컴퓨터연합회(ACM)가 주최한 ‘컴퓨터 지원 공동 작업 및 소셜 컴퓨팅(CSCW)’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학회(CHI)’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간-인공지능 상호작용 연구실을 이끌며 HCI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참고문헌

1. Rekimoto, Jun and Tsujita, Hitomi, “Inconvenient Interactions: An Alternative Interaction Design Approach to Enrich Our Daily Activities,” In Proceedings of the 2014 International Working Conference on Advanced Visual Interfaces, ACM, 2014.

2. Ko, Minsam, Choi, Seungwoo, Yatani, Koji and Lee, Uichin, “Lock n' LoL: Group-Based Limiting Assistance App to Mitigate Smartphone Distractions in Group Activities,” In Proceedings of the 2016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ACM, 2016.

3. Fogg, B. J. (2020). Tiny habits: the small changes that change everything. Boston: Houghton Mifflin Harcourt.

4. Timothy H. Monk, Charles F. Reynolds III, Daniel J. Buysse, Jean M. DeGrazia, and David J. Kupfer, “The Relationship Between Lifestyle Regularity and Subjective Sleep Quality,”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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