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 상대방이 존재할 경우 대안별로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생사를 앞다투는 전투 현장에서 적군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적군 지휘관의 의사결정 방향을 예측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태평양전쟁은 게임이론에 무지한 일본군이 자신들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유럽 전장의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고 무모하게 전쟁을 개시해 처참하게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의사결정을 할 때 그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고 반응하는 상대방이 존재할 경우, 즉 의사결정 주체 간에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이 존재하는 상황을 ‘게임 상황’이라고 한다. 기업을 경영하든 정부를 운영하든 가정을 꾸리든 늘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마련하고 대안별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예측해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학적 사고의 틀이 바로 게임이론(game theory)이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후보가 “한국은 부자(Money Machine)니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규모를 크게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서둘러 타결했다. 과연 한국 정부가 선거 전에 협상을 타결한 것은 유리한 선택일까? 이 의사결정 문제의 답은 비교적 간단한 ‘2×2 게임모델’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정답은 미리 타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미리 타결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해 당연히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기다렸다 협상할 때보다 더 거칠게 나올 것이다. 다른 한편 해리스 후보 입장에서 보면 미리 타결해도 좋지만 미리 타결하지 않고 대선 결과를 기다린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미리 타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우월한 전략(Dominant Strategy)이었다.
기업이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도 게임이론이 적용된다. 경쟁 기업이 유사한 신제품을 내놓을지 여부가 기업의 향후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일 경쟁 기업이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신제품 제조 라인 도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신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길게 잡아도 된다. 하지만 경쟁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면 신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상대적으로 짧게 잡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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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choijk1956@hanmail.net
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33년간 고위 관료와 외교관을 지냈고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석좌교수, 미국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민간단체인 한미협회 회장과 자선단체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NGO인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청개구리 성공신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