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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의 국가경영: 경신 대기근

기근에 왕실 예산 삭감-감세 통해 민생 안정

김준태,정리=장재웅 | 421호 (2025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670년부터 시작된 경신대기근은 조선 전역을 덮친 초유의 재난으로 대기근·혹한·전염병·물가 폭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대규모 사망자가 속출했다. 현종은 세금 감면, 왕실 예산 삭감, 군비 축소 등 민생 안정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시행했고 서인·남인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해 진휼 체계를 신속히 가동했다. 청나라로부터 곡식을 빌리는 방안, 공명첩 발행 등 파격적인 정책도 검토하거나 단행하면서 재정 위기에 대응하고자 했다. 특히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도 파벌 간 역량을 유연하게 조율하며 대응력을 극대화했다. 현종의 리더십은 단기 구호를 넘어 조선 사회의 구조적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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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 온갖 재난이 팔도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면서 조선은 유례없는 시련을 겪었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는데 자연재해가 계속됐을 뿐 아니라 전년도 대기근의 여파로 굶어 죽은 사람이 속출했고 곳곳에 시신이 넘쳐나면서 전염병이 맹위를 떨쳤다. 여기에 혹독한 추위까지 찾아왔으니 그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전라감사 오시수가 올린 상소를 보자.

기근의 참혹함이 요사이보다 더 심한 적이 없었고 남쪽 지방에 닥친 추위도 올겨울보다 더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다 못한 이들이 무리를 지어 도적이 되니, 집에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으면 강제로 빼앗기고 몸에 베옷 한 벌이라도 걸쳤으면 강도를 당합니다. 심지어 무덤을 파서 관을 부수고 거적을 들춰내 시신에 입힌 옷을 훔치기도 합니다. 밥을 구걸하는 이들은 그저 짚을 엮어 배와 등을 가리고 있으니 실오라기 같은 목숨이 남아 있다곤 하나 이미 귀신의 형상이 돼 버렸습니다. 도내 곳곳이 다 그러하니 참혹해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감영에서 가까운 고을에서만 얼어 죽은 이의 수가 무려 190명이나 되고, 갓난아이를 도랑에 버리고 강물에 던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1


전방위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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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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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jwoong04@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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