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2024년 4월 3일, 대만을 엄습한 7.2 규모의 강진 사태를 둘러싸고 흥미로운 현상이 목격됐습니다. 사고 관련 외신 보도 분석 결과, 가장 큰 연관 검색어가 ‘TSMC’였던 겁니다. TSMC는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인공지능(AI) 열풍에 수요가 급증한 엔디비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글로벌 최첨단 칩의 80∼90%가량을 생산합니다. 내진 설계 덕에 웨이퍼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이 사흘 만에 복구돼 큰 혼란이 빚어지진 않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이 업체의 생산 기지가 파괴되고 연계된 공급망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면 그 여파는 어땠을까요. 블룸버그통신 등이 ‘TSMC 붕괴가 끼칠 영향은 세계 대공황 상황과 유사할 것’이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낸 것만 봐도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만 지진 사태는 공급망과 관련된 세계 경제계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글로벌 공급망 리질리언스’ 보고서에서 공급망 문제의 발생 원인 중 첫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을 꼽은 바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봉쇄와 이를 통한 원재료 수급 불안, 물류 중단, 노동력 부족 현상이 연쇄적으로 다양한 충격파를 일으켰던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공급망 이슈 발생 원인 두 번째로는 지정학적 문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세 번째로는 ESG 이슈(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대응 노력, 공정성 확보 등을 포함한 새로운 비용 인상 요인)가 지목됐습니다. 세 가지 요소 모두 이제 상시적 불안 요인으로 노출된 가운데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한 기업, 각국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대응책 마련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AI(인공지능)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먼저 공급망 관리에 회복탄력성을 부여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습니다. AI 기반 공급망 관리는 경험이나 ‘감’이 아닌 대량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돕습니다. AI 기술을 사용해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최적 머신러닝 기술로 공급망 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지원 솔루션을 개발한 미국 샌타클래라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 공동 연구진은 과거 많은 기업이 공급망 붕괴에 대비한 전략 개발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예측 중심의 계획’이란 접근 방식을 지목합니다. 과거 데이터, 거시경제 전망, 주관적 판단 등의 정보로 수요를 예측하는 이 방식은 계획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표가 달라질 경우 편향된 결정이 내려지는 등 비과학적 모순을 내포합니다. 예컨대 한 기업 내에서도 영업팀은 공급량이 모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요 예측치를 과다 추정하려 하고, 재고관리팀은 감가상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측치를 과소평가한다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지표 대신 ‘절충안’이라는 왜곡된 수치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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