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or’s insight: ‘쏘카’ ‘풀러스’ 창업한 김지만 풀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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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공유경제 바람이 뜨겁다. 빈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고, 택시기사가 아닌 사람도 놀고 있는 자가용으로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올린다. 카풀의 개념을 이용한 라이드 셰어링 업체 풀러스를 창업한 김지만 대표는 이 같은 공유경제의 바람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차량을 소유했을 때의 비효율과 과도한 비용을 생각하면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형태로 차량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방향이 옳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과연 차량도 ‘무소유(無所有)’ 대상이 될 것인가.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시영(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와 신은경(매캘러스터칼리지 경제학·아시아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영국의 첩보물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미국의 ‘배트맨’에게는 감탄을 자아내는 위기해결 능력과 근사한 외모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옆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슈퍼 카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은 제임스 본드 카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하다. 배트모빌(배트맨의 차) 역시 배트맨 원작 만화에서부터 시작해 영화 시리즈가 거듭될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며 배트맨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히어로 옆에 자동차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인간의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뿌리 깊은 ‘로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차 옆 자리에 태운 채 도시를 유유히 질주하는 것이 새내기 직장인들의 꿈이요, 중산층 하면 내 집과 차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등식이 떠오르지 않는가. 자동차는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도 대표적인 소유욕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자동차=소유물’의 등식이 깨져가고 있다. 차량 소유자와 승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매칭해주는 ‘우버(Uber)’의 바람이 거세고 ‘리프트(Lyft)’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도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게 해주는 카셰어링 업체들이 줄줄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쏘카’다. 자동차를 소유할 의사는 없지만 가끔은 자동차가 필요한 2030세대의 호응이 이어지면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풀러스’는 5월부터 출·퇴근 시간대 카풀을 이용하려는 드라이버와 라이더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빠르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 이용을 원하는 이가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 정보가 풀러스 드라이버로 입력된 사람들에게 전송되고 이 중 가장 루트가 유사한 드라이버와 매칭된다. 출퇴근을 하며 용돈을 벌고 싶어 하는 자가용 운전자들과 택시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가용 출퇴근을 원하는 뚜벅이족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일까. ‘과연 사람들이 낯선 사람과 카풀을 하려고 할까’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초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2개월여 동안 풀러스 서비스를 다운로드한 사람이 2만 명을 넘어섰고 카풀 매칭이 7000여 건가량 이뤄졌다.
사실 ‘풀러스’와 ‘쏘카’의 창업주는 같은 사람이다. 한 번도 어려운 창업을 연달아 두 번이나 해내며 한국 사회에 자동차 공유바람을 불러일으킨 남자, ‘쏘카’와 ‘풀러스’를 창업한 김지만 풀러스 대표를 DBR이 만났다.
우리투자증권,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을 거친 김지만 대표는 2011년 11월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쏘카를 창업했다. 쏘카가 지난해 448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SK㈜로부터 59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자리를 잡자 대표직을 떠나 올해 5월에는 카풀을 이용한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업체 풀러스를 선보였다.
잘나가는 쏘카를 떠나 또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DNA라도 있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정말 많아 과거 어느 회사에 있었든지 간에 신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의 상태(status quo)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란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또 수익관리(Yield Management) 모델을 만들어보는, 즉 효율성을 계산해보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차를 한 번 탈 때 얼마가 드는 것일까?’ ‘몇 명을 모아서 간다면 얼마만큼 이득을 보는 것일까?’처럼 말이다. 결국엔 근거 없는 호기심이 창업으로 이끈 것 같다.
물론 창업, 괴롭다. 쏘카를 창업한 뒤 2012년 서울시 카셰어링 사업에 지원할 때 자금도 없이 자동차 200대로 사업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덜컥 선정된 뒤 주어진 시간은 2개월 반이어서 돈을 구하고 자동차를 조달하느라 엄청 고생을 했다. 서울시라는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게 이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창업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마주했었다. 그러데 또 이런 고통까지 견디게 해주는, 창업만이 가져다주는 강한 ‘희열’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이곳 홍대 풀러스 사무실에서 판교를 가다보면 도로 위에서 쏘카를 5∼6대가량 본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변한 것이다. 아마 몇 년 뒤에는 50대 이상을 볼 것이다. 내 스스로 나의 도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게 짜릿하다.
개인적으로 주차장에서 잠만 자고 있는 차와 혼자 타고 다니는 차, 이 두 가지가 오랫동안 풀고 싶은 숙제였다. 30분, 1시간 단위로 필요할 때 차를 빌려 쓰게 해주는 쏘카로 첫 번째 문제를 풀었고 풀러스를 창업해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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