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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불황에도 뛰어난 품질 등을 바탕으로 고가 전략을 구사하는 이른바 하이엔드 제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들은 어떻게 하이엔드 브랜드가 됐을까. 하이엔드 전략이란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브랜딩, 그리고 경영을 통틀어 자신의 가치를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의 경지에 올려놓는 전략이다. 가장 좋은 예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기존 전기자동차와 경쟁하는 대신 자사의 제품을 포르셰나 페라리로 잡고 명품 전략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창립한 지 7년 만에 순이익을 실현하는 기적을 이루었다. |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그의 욕망 이론에서 욕망의 힘을 이렇게 말한다.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얻고 싶은 욕망은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그만큼 또 물러난다. 처음에는 욕망의 대상이 실재(實在)처럼 보이지만 얻는 순간 허상으로 변하기에 욕망은 남고 인간은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명품 시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유하기를 원하지만 누구나 소유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명품이길 바라지만 누구나 진입할 수는 없는 하이엔드 시장이 있다. 저성장 경제에 접어든다지만 명품 시장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명품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의 경지에 오르는 길을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 팔리는 아이템, 파워 브랜드, 열광하는 고객을 만든 하이엔드 전략>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빅터처칠이 팔면 고기도 명품이 된다
먼저 제목에서 나타난 루이비통처럼 고기를 팔고 있는 정육점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도대체 어떻게 팔길래 ‘루이비통(Louis Vuitton) 정육점’이라고 불릴까?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정육점 ‘빅터처칠(Victor Churchill)’ 이야기다.
이 가게는 외관부터 남다르다. 마치 버버리(Burberry)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매장을 보는 듯하다. 문에 달린 소시지 모양의 손잡이만 없다면 깜빡 속기 십상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고급스러우면서도 푸근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바닥은 이탈리아산 대리석, 벽은 히말라야산 암염벽돌을 사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 반면 빨간색 육가공 기계와 갈고리, 여물통 등을 비치해 마치 호주의 한 농장에 온 것 같은 친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투명한 냉장고 안에는 건조숙성(dry aging) 고기들이 진열돼 있고 쇼윈도에는 가축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이 장식돼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빅터처칠에는 영혼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12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에서 기인한다. 빅터처칠은 1876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엔 창업주인 제임스 처칠(James Churchill)의 이름을 따서 ‘처칠스 부처 숍(Churchill’s Butcher Shop)’이라고 지었다가 2009년 호주의 육가공업체 ‘빅스미트(Vic's meat)’에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빅스미트는 인수 후 가게의 진정성 있고 오래된 역사에 주목했다. 그래서 빅스미트의 CEO 빅터 푸하리치(Victor Puharich)를 기리는 동시에 창업주 처칠 가문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자 빅터처칠이라 이름 지었고 매장 한쪽 벽면에 브랜드의 역사를 그래픽으로 표현해놓았다.
하지만 빅터처칠이 단순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만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힘은 다름 아닌 품질이다. 이 가게의 정직원들은 모두 세계 요리대회 수상자들이며 파트타임 직원들 역시 요리에 조예가 깊다. 빅터처칠에 입사하면 각종 첨단 장비로 고기의 육질과 고기 요리를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 공고가 나면 수많은 요리사들이 앞다퉈 지망한다. 그리고 빅터처칠은 이들을 활용해 트위터, 카페, 요리 관련 TV쇼 등을 만들어 홍보한다.
빅터처칠의 수석 요리사들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요리사들을 제자로 길러내고 있으며, 이렇게 빅터처칠을 거쳐 간 요리사들과 수강생들은 열혈 충성고객이 돼 가게를 홍보하니 일석이조의 영리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고급 인력을 쓰기에 파트타임 직원의 연봉만 1억4000만 원을 넘지만 이 또한 투자로 생각한다.
현재 빅스미트 빅터처칠의 세계적 명성을 바탕으로 중국과 싱가포르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프리미엄 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즉 빅터처칠은 빅스미트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데 든든한 초석이자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빅터처칠 시드니 매장의 방문객은 매년 수만 명에 달하며 오프라 윈프리, 휴 잭맨 등 시드니에만 오면 가게를 들른다는 유명 단골들도 적지 않다. 빅터처칠에서 판매하는 고기의 가격은 일반 정육점에 비해 30퍼센트 정도 비싸다고 알려져 있으나 도매도 겸하기 때문에 실제로 쇼핑해보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존 업계에서 사용하지 않던 고급화 전략으로 가게 자체를 당당히 명품 반열에 올린 빅터처칠,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판매하는 그들의 전략은 ‘하이엔드(high-end)’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 전략의 끝판왕 ‘테슬라’
그렇다면 하이엔드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하이엔드 경영에는 ‘하이엔드 제품’ ‘하이엔드 마케팅’ ‘하이엔드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고 한다.
먼저 하이엔드 제품이란 ‘비싼’ 제품이 아닌 ‘팔리는’ 제품을 뜻한다. 그것이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가치든 자기만의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는 제품이 바로 하이엔드 제품이다. 모두가 전통과 역사로 승부할 때 ‘미래에서 온 시계’라는 콘셉트로 판을 뒤흔든 ‘웰더(Welder)’, 우산을 비를 막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가 단체로 주문할 정도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는 ‘파소티(Pasotti)’ 등이 하이엔드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로 하이엔드 마케팅이란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사게 하는’ 마케팅이다. 고객의 관심을 넘어 환호와 열광을 끌어내며 그 자체로 이슈가 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소피아 로렌, 귀네스 펠트로, 샤론 스톤 등을 위한 헌정 컬렉션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 양은 타 브랜드의 절반이면서 가격은 두 배로 비싼 ‘배짱 전략’으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한 ‘레드불(RedBull)’은 하이엔드 마케팅의 전형이다.
셋째로 하이엔드 브랜딩이란 ‘인기 있는’ 브랜드를 넘어 ‘오래가는’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개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만드는 데 사업의 전부를 바친다”라는 선언으로 고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애견 사료업체 ‘페디그리(Pedigree)’,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품질에 대한 집착으로 견고한 신뢰를 쌓은 수제화 브랜드 ‘실바노 라탄지(Silvano Lattanzi)’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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