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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Bestselling Author - <이상한 나라의 뇌고학>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과 교수

“인간의 지식 노동 대체하는 인공지능, 시장 경제 뿌리부터 흔들 것”

조진서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몇 년간 인간의 뇌 프로세스를 닮은딥 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 연구에 획기적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보다 사람의 얼굴을 더 잘 알아보는 수준에 이미 이르렀으며 10∼20년 사이에는 인간의 지식노동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류에게 세 가지 문제를 가져다준다. 일자리가 부족해질 것이며 시장경제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다. 또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연구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이것이 지구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100만 달러, 모든 사람이 만수르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을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정(중앙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미국의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은 뛰어난 우주 과학자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문학 강연과 저술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에도 이런 커리어를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KAIST에서 사람의 뇌와 기계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김대식 교수다. 독일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고등교육을 받은 그는 2014년 말 펴낸 <김대식의 빅퀘스천>이란 책에서삶은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가’ ‘시간은 왜 흐르는가등의 큰 질문들을 던졌다. 한국적국영수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개념들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본인은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내용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최근 그의 기고 및 강연 활동은 인문학보다 본업인 뇌과학, 뇌공학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2015 6월 출간된 저서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에서 그는 전 세계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기 개발에 비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전이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많은 업무에서 사람의 지능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이는 공학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당장 그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연구의 발전 상황, 그리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대전 KAIST 캠퍼스에 있는 연구실을 찾았다. 김 교수는 보온병처럼 생긴 스피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있었다. 미국 아마존이 제작한 이 스피커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스템인 알렉사(Alexa)와 연결돼 있다. “알렉사, 플레이 비틀즈라는 식의 명령으로 원하는 음악을 연주시킬 수도 있고 전자책을 읽어달라고 할 수도 있다. 날씨를 알려주거나 간단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알렉사가 마치 사람인 것처럼라고 지칭하며 편안하게 대했다. KAIST가 만든 로봇휴보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는 사람 기자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자 기계처럼 진지한 표정이 됐다. 마치 TV 강연을 하듯 질문을 거의 받지 않고 한 시간가량을 줄달음치듯 이야기했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중간중간 소제목을 넣었다).

 

김 교수는 독일 다름슈타트공대에서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으로 학사를, 막스플랑크뇌연구소에서 뇌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네소타대와 보스턴대에서 조교수와 부교수로 근무하고 2009년부터 KAIST 교수로 일하고 있다.

 

알렉사와 같은 음성인식 기술은 얼마나 발전해 있나.

 

옛날 같으면 열 번 얘기하면 여덟 번 정도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열 번 말하면 여덟 번 알아듣는 수준에 도달했다. 알렉사는 기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도 없다. 아마존 클라우드에서 알아서 해 준다. 또 손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게 정말 편리하다. 멀리서 다른 일을 하면서음악 켜’ ‘음악 꺼’ ‘나 오늘 일정 뭐야?’ 이런 걸 시킬 수 있다. 아마존은 얘 덕분에 흑자를 냈다.1 1년에 99달러를 내야 하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있어야 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데 미국에선 아마존 회원의 3분의 1이 올해 들어서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한다. 내가 볼 때는 이런 식의 시스템이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 같다. 프로세스적으로나 라이선스 측면에서 볼 때 웨어러블(wearable) 플랫폼보다 이쪽이 훨씬 가능성 있어 보인다.

 

연구실 이름이 BREIL(Brain Reverse Engineering & Imaging Laboratory: 두뇌 역공학/이미징 연구실)이다. ‘두뇌 역공학은 원래 학계에서 쓰이는 말인가.

만들었다. 나는 원래부터 있는 것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다.

 

 

역공학이라 하면 자동차 업체가 경쟁사 제품을

분해해서 기술을 알아내는 장면이 연상된다.

뇌의 기능도 그렇게 분석하고자 하나.

 

지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능은 하나뿐이다. 인간 지능이다. 그런데 인간의 지능이 보편적인 지능인지, 아니면 하나의 예제에 불과한지가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주 옛날에, 한반도 밖에 세상이 있는지도 모르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한국어만이 언어라고 착각을 했을 것이다. 다른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태양만 알던 시대에는 태양 같은 별이 단 하나만 있는 줄 알았기 때문에 태양(太陽)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태양은 그런 별 수천억 개 중 하나일 뿐이다.

 

지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인간의 지능과는 다른 형태의 지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능이 뇌밖에 없으니 그 뇌를 역공학해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KAIST 김대식 교수

 

두뇌 역공학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나.

 

일기예보와 비슷하다. 일기예보는 날씨 데이터를 많이 얻은 다음 그것을 가지고 컴퓨터로 미분방정식 모델을 돌리는 것이다. 뇌 모델링도 마찬가지다. MRI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수학적 미분방정식 모델을 만들어 돌린다.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다.

 

뇌에는 10 11승만큼의 신경세포들이 있고, 이들 간에 10 15승에 달하는 연결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1초에 1000번 정도 정보처리를 한다. 그 정보량이 어마어마하다. 뇌에서 1초 동안 일어나는 일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가지고도 며칠이 걸린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이 뇌 전체를 시뮬레이션 할 수는 없고, 시각 시스템을 주로 시뮬레이션 한다. 물건을 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인간이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이 사물을 알아보는 능력을 기계에 심어주고 싶다.

 

 

 

 

 

예를 들어 카메라에 물컵의 이미지가 들어왔을 때

그것이 물컵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여러 종류의 물컵 이미지와 대조해보는 방식인가.

 

그런 식으로 하면 절대로 물체를 알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강아지 그림을 보여주면 사람은 그게 강아지인줄 쉽게 알아보지만 그것을 언어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강아지는 다리가 네 개고 복슬복슬하다는 정도로만 정의하면 고양이나 다른 포유류 동물들과 구별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세부적으로 설명을 해주면 한 마리의 특정 강아지는 인식할 수 있지만 다른 강아지들, 즉 강아지라는 보편적인 종은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강아지마다 생긴 것도 다 다르고, 또 누워 있는 강아지, 서 있는 강아지, 고개를 옆으로 숙인 강아지, 절반 정도 다른 사물에 가려진 강아지 등 무한한 수의 시각적 변형(variation)이 있다. 이것을 기계에게 일일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기계에게 너무 보편적인 설명을 하면 강아지가 아닌 다른 것들이 섞이기 시작하고,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강아지 집합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보편성과 구체성이 역접(inverse) 관계를 갖고 있으니 두 개를 동시에 다 만족시킬 수가 없다. 카메라 렌즈가 멀리 있는 물체와 가까이 있는 물체에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강아지를 알아볼 수 있는 건 누구에게 설명을 들어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현실이라는 빅데이터에서 경험을 통해 학습한 것이다. 강아지의 다양한 변형을 보고, 우리의 뇌가 무언가 통계학적인 관계를 혼자 뽑아내서 학습을 한 거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학자들이 약 10∼15년 전에 알아냈다. 이것이 그 유명한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사람의 눈에 들어간 시각적 정보는 뇌에서 약 10∼15단계에 걸쳐 계층적으로 분석된다. (그림 1) 이는 대기업 조직의 업무구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첫 번째 단계의 신경 세포들은 1픽셀 정도의 작은 단위 시각 정보들만 처리한다. 아주 작은 부분의 모양, 각도 같은 정보들이다. 말단 신입사원들이 자기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정보만 알아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무 간단한 정보라서 쉽게 파악이 된다.

 

여기서 얻은 정보들은 2단계 신경 세포들이 종합해서 분석한다. 과장급 사원이 신입사원들이 보낸 정보를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조금 더 큰 모습이 그려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보고서의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다시 또 그 보고서의 보고서의 보고서가 만들어지면서 맨 마지막 CEO 레벨이 이르게 된다.

 

CEO급의 최종 신경세포들은 1단계에서 인지했던 디테일은 모른다. 하지만 물체의 모습이 변해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종합적 분석력을 갖게 된다. 앉아 있는 강아지나 서 있는 강아지가 같은 개체라는 걸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소리를 인식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house’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우리는 그것이 항상 같은 단어라고 인지하지만 사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나는 소리가 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말한다 해도 ‘I’m going to the house’라고 말할 때와 ‘I’d like to buy this house’라고 할 때 ‘house’라는 소리가 다르다. 같은 단어도 발음이 수백, 수천 가지라서 기계가 알아들을 수 있게 수학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딥 러닝 방식에서는 컴퓨터에게 이것을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 대신 빅데이터를 놓고 계층구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게 만든다. 그러면 ‘house’를 누가 발음하든 알아들을 수 있고 강아지가 누워 있든, 서 있든 알아볼 수 있다. 애플의 시리(Siri)는 이런 딥 러닝 방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식률이 낮다.

 

 

출처: Google

 

딥 러닝 연구의 획기적 진보.딥 러닝을 이용해 강아지를 알아보는 게 작년부터 가능해졌다. 사실 인공지능은 1940년도에 나왔으니 70년 이상 된 분야다. 그런데 그동안 사람들이 엄청난 생각의 실수를 해왔다. 1940년대 처음 컴퓨터를 만든 사람들은 수학자들이었다. 이들은 자기들 생각에 가장 어려운 과제를 컴퓨터가 풀 수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쉽게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수학자들 생각에 인공지능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수학 문제와 체스 게임이었다. 컴퓨터가 수학 문제를 풀고 체스 게임을 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 같은 것은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학부 학생이 3개월 정도만 연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건 사람에게나 쉬운 거고,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는 건 사람에게나 어려운 거다. 어린아이는 깡충깡충 뛰어다니지만 KAIST가 만든 휴보라는 보행로봇은 깡충깡충 뛰지 못한다.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게 아주 불쌍해 보인다. 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로봇을 만들지 못할까. 또 어린아이는 잘 알아듣는 내 목소리를 왜 슈퍼컴퓨터와 시리는 잘 알아듣지 못할까. 거꾸로 기계에게 쉬운 것은 인간에게 어렵다. 8825 곱하기 7840의 답이 뭔지, 컴퓨터에겐 너무 쉽다. 결국 우리가 생각한쉽다어렵다의 기준이 잘못된 것이었다. 강아지를 알아보고 음성 인식을 하는 것은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 인간은 수백만 년, 수천만 년 진화 과정에서 그 문제를 꼭 풀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호랑이인지, 강아지인지를 알아보는 것은 인간에게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화를 통해 우리 머릿속에 하드웨어 형태, 임베디드 솔루션(embedded solution)으로 들어 있게 됐다. 반면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두뇌는 미적분 방정식을 풀 필요가 한번도 없었고 체스 게임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는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얼굴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려운 과제지만 어린아이도 이걸 할 수 있는 건 우리 두뇌에 답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를 역공학하는 것이다.

 

이 알고리즘 자체는 사실 10여 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지만 실용화할 수 없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학습에 쓸 데이터가 없었다. 강아지 사진 수천만 장을 구할 수가 없었다. 또 계산량이 상당히 많다. 수백만 개의 요소들이 연결되는 것을 다 시뮬레이션하려면 풀어야 하는 미분방정식이 수천만 개다. 웬만한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 한 번 돌리는데 한 달씩 걸렸다.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실험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덕분에 데이터를 충분히 구할 수 있게 됐다. 또 병렬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주에서 2주 정도로 줄었다. 알고리즘이 있고, 데이터가 있고, 기계가 있는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딥 러닝 연구에서 좋은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물체를 인식하는 문제는 거의 풀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은 상당히 정확해졌다. 우리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정확도가 97% 정도 된다고 보는데 기계는 이제 99%까지 맞춘다.

 

딥 러닝 기술을 이끄는 대표적인 학자 세 명을 들 수 있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는 몇 년 전에 구글로 가셨다. 그 다음 NYU의 얀 레쿤(Yann LeCun) 교수는 페이스북으로,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Andrew Ng) 교수는 올해 중국의 바이두로 갔다. 그러니 이제 사물 인식은 더 이상 학교 안에서 연구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쓰이는 기술이 됐다고 보면 된다. 구글 포토(Google Photo) 기능이 바로 딥 러닝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구글 포토는 사진 안에 있는 사물이나 상황을 스스로 인식해서 정리해준다. 예를 들어파리에서 찍은 사진’ ‘생일 파티 하는 사진등을 알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내놓은 OS 윈도 10에도코타나(Cortana)’라는, 알렉사와 비슷한 녀석이 들어 있다. 이 녀석에게 내가 좋아하는 웹사이트를 알려주고 내 프라이버시를 열어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나 책이 나오면 추천을 해준다.

 

또 몇 년 안에는 길거리에 있는 모든 CCTV가 스마트 CCTV가 돼 우리 얼굴이 다 노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얼굴의 프라이버시(privacy)는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사람에게 있어, 나는 저 사람을 모르는데 저 사람은 나를 알아보는 상황은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준다. 원시시대로 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도 요새 방송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는 어깨 툭 치고방송 잘 봤어요라고 하는데 너무 불쾌하더라. 연예인들이 왜 가끔씩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과 시비가 붙어 싸우는지 이해가 됐다. 앞으로는 이렇게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시대, 모든 사람이 연예인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휴대폰 카메라로 앞에 있는 사람에 갖다 대면 그게 누군지 얘기해줄 수 있게 된다.

 

 

만일 누가 나에게 3∼4년 전에교수님, 인공지능이 언제나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봤다면 나는 그냥 웃어줬을 거다. 영화에나 나오는 거고, 몇 백 년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딥 러닝이라는 알고리즘적 혁신이 2∼3년 전부터 나오면서 작년에 나 자신의 의견을 바꿨다. 특정 인공지능, 즉 세상을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아보고, 듣고, 글을 쓰고, 읽고, 이해하는 수준의약한 인공지능 10년에서 20년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 알렉사의 발달된 버전이라 보면 된다.

 

이런 얘기하면 기자들은 우울하겠지만 저널리즘 역시로봇 저널리즘이 아니라인공지능 저널리즘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의 로봇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가지고 문장을 만드는 수준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현장 취재도 가능해질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360도 카메라로, 혹은 드론으로 촬영을 한 다음 기계가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해서 기사를 쓰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인공지능으로 기사를 쓰고, 인공지능으로 경기 해설을 하도록 만들거라 한다. 경기장에 카메라를 한 100대 가져다 놓고, 드론을 한 20대 띄워놓은 다음 그 장면들을 딥 러닝 기계가 분석하고 과거의 빅데이터와 합쳐서 해설을 하는 것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2020년까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지금부터 10년 안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무인자동차가 5년 안에 나온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온보드(on-board)로 탑재한 칩을 만들었고 이것이 내년 아우디 자동차에 장착돼서 나온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문제.그런데 이런 약한 인공지능에 독립성과 자유 의지, 자아까지 더해지는 걸강한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터미네이터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런 강한 인공지능이다. 약한 인공지능과는 달리 강한 인공지능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아무도 모른다. 가능하다는 근거도, 불가능하다는 근거도 없다. 과학자로서 나는 이 문제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강한 인공지능 역시 약한 인공지능이 생기고 몇 십 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걱정도 된다. 강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정체성에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존재가 생기고 인간의 컨트롤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의 문제가 된다. 기계가 봤을 때 인간이 있는 지구보다는 인간이 없는 지구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강한 인공지능 기계를 컨트롤할 수는 없을까? 본질적으론 어렵다고 본다. 우리는 1초에 1000번 생각하지만 기계는 수억 번 생각할 수 있다. 기계는 세상을 슬로모션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에게 1초가 기계에겐 100년이다. 기계는 사람의 행동을 미리 다 계산해서 반응할 수 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대결 같은 것이다.

 

물론 강한 인공지능을 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한 인공지능의 원리가학습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10살 무렵의 어린이는 약한 인공지능처럼 부모님의 말을 대체로 잘 듣지만 15살이 돼 혼자 살 수 있겠다 싶으면 강한 인공지능처럼 반항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계 역시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될 때까지는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가 그런 조건이 충족되기 시작하면, 즉 에너지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되면 그때부터 자신을 표현할 것이다.

 

나는 약한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약한 인공지능은 필요하다고 본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얼마 전부터 암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고의 암 전문가도 이미 나와 있는 정보들을 다 읽을 수 없지만 왓슨은 가능하다. 사람이 찾지 못했던 치료법을 제안해주기 시작했다. 금융업도 마찬가지다. 금융상품 설계를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해줄 수 있다. , 지금까지는 기계가 사람과 인터랙션을 잘하지 못했다. 필요한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키보드로 쳐서 넣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사람 보험설계사를 선호한다. 하지만 딥 러닝 덕분에 사람과 기계의 대화가 가능해지면 프론트엔드(front-end)부터 다 바뀌게 된다.

 

 

영국에 딥마인드(DeepMind)라는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 2014 1월에 구글이 약 6000억 원을 주고 인수했다. 이들이 개발한 딥 러닝 알고리즘은 DQN이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해딥 러닝 2.0’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 딥 러닝은 기계가 빅데이터를 가지고 개, 고양이, 사과, 집 같은 것을 알아보는 것이다. 딥마인드의 2.0 버전은 인간의 행동을 관찰한다. 그리고 사람 자신도 표현하지 못했던 깊은 지식을 뽑아낸다.

 

워런 버핏에게 투자를 어떻게 해야 잘하냐고 물어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도 버핏처럼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버핏 본인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걸 다 표현하지 못한다. 아마 10% 정도만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가가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드는지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직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우리 머릿속에 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나머지 90%를 일컫는 말들이다. 딥마인드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해 이런 것들을 끄집어내겠다는 것이다. 뛰어난 금융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걸 보면 컴퓨터 모니터 여러 개를 한꺼번에 들여다보면서 순간순간 의사결정을 내린다. 딥마인드는 이런 행동들을 관찰하면서 이들이 일하는 방법을 알고리즘으로 뽑아내려 한다. 이게 성공한다면 그 어떤 인간보다 월등한 인공지능 트레이더가 나올 것이다.

 

딥마인드의 두 번째 미션은 코딩하는 코드를 만드는 것이다. 기계 스스로 코딩하는 법을 학습하게 하면 사람은 원하는 바만 말해주고 나머지는 기계가 빅데이터를 찾아서 코딩을 하게 될 것이다. 1초 만에 윈도 같은 OS 시스템 하나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산업혁명은 육체적 노동을 자동화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자동화의 위대함을 배우게 됐다. 아직 코딩이나 반도체 설계처럼 머리로 하는 일은 자동화가 안 됐지만 이런 인지적인 일이 자동화가 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반도체 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의 최고 엔지니어가 1년 동안 앉아서 설계해야 한다고 하자. 그 사람의 뇌를 매핑(mapping)한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1년이 아니라 1초에 하나씩 혹은 그보다 더 빨리,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로 반도체 모델을 개발해낼 수 있다.

 

DBR 독자들이 이 인터뷰를 읽고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내일 회사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내일 회사에서 변하지 않을 게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약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세 가지 사회 변화 - 일자리, 시장경제, 변화의 가속도.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게 있다. 인공지능이 너무 빨리 보편화되고 가능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 현재 OECD 국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비스업으로 먹고산다. 서비스라는 건 결국 정보를 알아보고, 듣고, 읽고, 보고서 쓰고 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이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다. 불도저가 개발된 순간 사람이 아무리 삽질을 빨리 해도 불도저를 이길 수 없게 됐듯이 서비스업에서도 기계가 일을 더 잘하고, 더 빨리 하고, 더 정확하게 할 것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당연히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게 된다. 2013년 옥스퍼드대 경제학과에서 나온 유명한 논문이 있다. 기계가 사람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하면 회계사, 변리사 등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작년에 IBM의 왓슨연구소에 방문해서 인공지능 특허 시스템을 한번 봤다. 아주 간단한 시스템이다. 우선 내가 특허를 하나 작성해 그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띄우면 기존에 존재하는 특허 중 비슷한 것 몇 개를 뽑아준다. 여기까지는 변리사 사무실에서 다 쓰고 있는 정도의 시스템이다. 그런데 왓슨은 특허를 써주는 것까지 한다. 기존의 특허들을 잘 피해가면서 수학적으로 아주 정확하게 특허를 쓰는데 그 과정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미래에는 변리사가 필요 없다. 미래에는 엔지니어가 기술을 개발하면 특허 작성은 1초 만에 완성되고 2초 후에 등록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술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1차 산업혁명 때를 보면 마차 운전사(마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알려주던 사람들이 모두 직업을 잃었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직업들이 생겨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인공지능 혁명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차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기계는 수동적이었다. 증기기관차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니 사람의 역할이 없다. 인공지능이우리의 마지막 발명품(our last invention)’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다. 그 다음 발명은 인공지능 기계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시장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몸을 쓰든가, 머리를 쓰든가, 가슴을 써서 일한다. 몸을 쓰는 일은 이미 기계가 다 하고 있고 머리를 쓰는 일도 곧 인공지능 기계가 하게 될 것이다. 남는 것은 가슴을 쓰는 일, 즉 감정적이고 예술적인 일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소설가가 되거나 예술가가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될 수야 있겠지만 그걸 해서 먹고살 수는 없다.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가 불과 300년 전에 그림을 그린 시스템이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시장경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속도다.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문제들은 19세기에 나름대로 해피엔딩으로 풀렸다. 우선 프랑스에서 공교육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문맹이었던 농부들의 자식을 공장에서 일을 시키기 위해 국영수를 가르친 것이다. 글을 읽고 계산을 할 수 있어야 무슨 일을 시켜도 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라는 걸 만들어 국민 공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또 독일에서는 비스마르크가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국에서는 세금 제도를 바꿨다. 그전까지는 주로 농산물에 매기던 세금에 의지하며 국가가 운영됐는데, 산업혁명 후 농가들이 사라지고 나자 부가세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세 가지 혁신이 100여 년에 걸쳐 일어나면서 인류가 산업혁명에 적응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산업혁명은 100년이 아니라 10∼20년밖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적 합의를 보는 데는 여전히 100년이 걸린다. 기술의 진보를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에 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이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만든

사회보장제는 일하는 사람 10명이

일 안 하는 사람 1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일하는 사람

1명이 일 안 하는 사람 10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지금의 10대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때면 약한 인공지능의 문제를 경험하게 될 테니 교육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10대들은 여전히 국영수를 배운다. 국영수 중심의 교과는 200여 년 전에 프랑스에서 만든 제도이고 그 당시에는킬러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국영수를 하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지금 10대 어린아이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와 경쟁해서 직업을 얻어야 할 사람들인데, 현재 우리는 이들에게 기계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도구를 하나도 가르쳐주고 있지 않다. 어마어마한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 10살 아이에게 국영수와 코딩을 가르치지 않을 순 없다. 변화라는 게 일정한 속도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특이점(singularity point) 1년 후에 올지, 20년 후에 올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영수와 코딩은 배워놔야 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변화가 언제 올 것인지를 인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우선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나는 변호사니까 변호사 일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터널 비전이 생긴다. 사회에 대해 보편적인 관심을 가지기 위해 신문도 읽고 해외 뉴스도 봐야 한다.

 

또 나중에 뭘 하든 간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하고 언제든지 새로운 걸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즉 머리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넓은 시야와 머리의 유연성은 엄마가 대신 키워줄 수 없다. 아이 스스로가 내부 동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한국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내부 동기라서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세금제도도 문제다. 지금 대부분의 세금은 우리 월급에서 나간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어지면 월급 받는 사람이 없어진다. 그럼 나라는 어디에서 수입을 얻어야 하는가. 그래서 어떤 전문가들은인공지능세를 만들자는 얘기도 한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동화를 하는 기업은 그만큼 세금을 더 내라는 뜻이다.

 

 

사회보장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스마르크가 만든 사회보장제는 일하는 사람 10명이 일 안 하는 사람 1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는 일하는 사람 1명이 일 안 하는 사람 10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택하는 노후대책은 세 가지다. 그리스인들처럼 정부 재정에 기대거나, 미국인들처럼 금융투자를 하거나, 혹은 한국인들처럼 부동산 투자를 한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재정 문제가 생기고, 미국에서 금융 버블이 터지고,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꺼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또 한번 비스마르크 같은 혁신이 있어야 한다. 머리를 쥐어짜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한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긴 하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에게 기초 연금을 진짜 돈이 아닌 비트코인 같은 사이버 머니로 주자고도 한다. 사이버머니는 유효기간을 둬서 자동으로 사라지게 해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상의 일자리를 만들자고 한다. 실제로는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을 일하게 만드는 일자리들이다. 프랑스에서는 가짜 회사를 만들어 실업자들을 고용하는 사례가 있다. 사람들이 출근해서 제품 주문도 받고, 회의도 하고, 보고서도 작성하지만 이 모든 것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사람들에게 일을 한다는 착시를 주는 것이다. 이런 가짜 회사들을 전 사회로 확장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 경제학자들과 정치가, 또 사회보장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들에겐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200∼300년 만에 사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인들은 기술적인 요소를 이해하지 못해 말이 안 되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거꾸로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사회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일자리가 없어지면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대기업들은 직원이 10만 명, 20만 명이었지만 요즘 실리콘밸리에 가면 오큘러스(가상현실 기기를 만드는 회사)처럼 조 단위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데 직원은 30, 40명에 불과한 기업도 있다. 앞으로는 피케티가 얘기한 것과 같은 ‘1% 99%’의 불평등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19세기 얘기다. 인공지능이 만들 불평등은 ‘0.00001% 99.99999%’의 불평등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전 세계에 딱 1만 명만 일을 하면 된다고 나온다.

 

인공지능 때문에 직원이 0명인 회사도 나올 수 있겠다.

 

자율회사, ‘0명 회사라는 개념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주주는 있지만 직원은 한 명도 없이 일을 한다. 금융업 같은 경우 인공지능만으로 너무나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가능하다. 회사 자체가 몸을 가지고(incorporated, corporation)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2 사람이 일하는 회사보다 0명 회사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인공지능이 혼란을 가져온다면 속도조절을 해야 하나.

 

연구 자체의 속도 조절은 어렵다. 결과가 이미 다 나왔고,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나왔다. 몇 십 년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1년 만에 다 나왔다. 약한 인공지능이 사회, 경제, 정치에 엄청난 문제를 가져오겠지만 이것은 과학자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우리가 지금 300년 전에 만들어진 시장경제를 얘기하고, 100년 전에 만들어진 분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이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이다. 완전히 백지에서 다시 설계를 해야 할 날이 올 거다. 또 한 명의 애덤 스미스, 또 한 명의 비스마르크, 또 한 명의 칼 마르크스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거나 천천히 적응하는데

기술은 빨리 변한다면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까.

 

약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문제는 약한 인공지능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2050년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어야 한다는 식이다. 약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문제를 잘 풀 수만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혜택을 받을 것이다. 생산성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개인소득 3만 달러 정도인데 이것이 끝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약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생산성을 적절히 분배만 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0만 달러, 1억 달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대의 중산층의 절대적 생활수준이 과거의 황제들의 생활수준보다 높듯이 미래에는 일반인들도 만수르처럼 살지 말란 법이 없다. 누구나 개인 잠수함 타고 태평양을 여행하고 화성으로 여름휴가 갈 수 있다. 판타지처럼 들리겠지만 2000년 전의 사람이 지금처럼 냉장고만 열면 그 안에 음식이 가득한 것을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아픔 없이 수술해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에 비하면 화성 여행 같은 것은 판타지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인간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생산성은 한계가 있고 계속 증가하기 어려우니 그 바통을 기계, 즉 약한 인공지능이 받아서 해줘야 할 것 같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시대가 온다면,

즉 인공지능이 모든 지적인 연구를 인간 대신 하게

된다면 현재 국가의 모든 R&D 예산을 인공지능 연구에

몰아주고 나머지 연구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하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100% 확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아직은 가능성이기 때문에 자원 분배에도헤징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일기예보처럼 하나의 가설이다. 나는 인공지능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조진서 기자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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