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estselling Author: <기업문화 오디세이> 신상원 컨설턴트
Article at a Glance – 인문, HR
- 경영전략이 기업의 의식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기업문화는 기업의 무의식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기업도 인간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이므로 필연적으로 집단 무의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기업문화는 응집성, 개방성, 체계성의 3가지 기준에 따라 8가지로 분류된다. 경영전략을 바꾸려면 이에 맞게 기업문화도 바꿔줘야 한다. - 문화를 바꿀 때는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조직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말고 영화 ‘인셉션’처럼 그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신화(神話)를 들키지 않고 살짝 조작하는 방법을 사용하라. |
경제경영 관련 베스트셀러들은 시류를 탄다. <블루오션> <넛지> <롱테일 전략> <사물인터넷>처럼 경영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면 수많은 관련 서적들이 단기간 내에 쏟아져 나온다. 문학이나 인문사회 장르의 책들보다 수명이 짧고 대부분은 단권으로 끝난다.
2015년 2월 3권으로 완간된 <기업문화 오디세이>는 경제경영 서적의 출판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업의 인류학, 기업의 신화학, 기업의 정신분석이라는 세 권짜리 시리즈로 기획됐다. 또 2009년 나온 1권이 문화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권과 3권은 각각 2년, 6년 후에야 출간됐다.
이 책은 일반 경영서처럼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다. 인문학 소양을 키워주는 경영서라기보다는 기업을 소재로 해서 만든 대학교 인문사회과학 개론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회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막스 베버와 미셸 푸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 정신분석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저명한 인문학자들의 이론들이 비비 꼬이며 책의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애플, 삼성, 아모레퍼시픽, 사우스웨스트 항공, 포드자동차, BMW 모터바이크 등 잘 알려진 기업의 사례들이 등장해 독자의 집중도를 유지시킨다.
저자 신상원은 어릴 때부터 종교와 명상, 그리고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간 문화 및 학술 관련 일을 하다가 2003년 아모레퍼시픽 기업문화팀에 입사했다. 2005년에는 회사 프로젝트 건으로 프랑스의 기업문화 전문 컨설팅 회사 ACG(Alternative Consulting Group) 대표 마크 르바이(Marc Lebailly)를 만나 교분을 쌓았다(르바이는 파리 제12대학에서 인류학과 정신분석학을 가르치는 학자였다). 르바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 기업문화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을 인류학적으로 분석하는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는 르바이가 만든 기업 문화의 8가지 유형 이론에 자신만의 관점과 연구, 경험을 더했다. 2010년부터는 독립 컨설턴트로서 제일기획, 제일모직, 에뛰드, 분트컴퍼니, 아이디병원 등의 기업문화 확립 혹은 변화 프로젝트을 맡았다.
연구 내용을 처음 소개한 곳은 DBR이었다. 2008년 DBR 12호에 ‘기업의 신화가 늘 숨쉬도록 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냈다.(‘프랑스 산림청의 무의식’ 참조.) 이듬해 2009년에 ‘기업의 인류학’이란 부제를 가진 <기업문화 오디세이> 제1권을 냈다. 8가지 기업문화 유형을 자세히 소개하고 포드, IBM, 애플 등의 문화 이동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뒤이어 나온 제2권은 기업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신화-소명-문화코드를 비틀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법을 다뤘다. 2015년 2월 완간된 제3권은 제1권과 제2권의 이론을 중심으로 자신이 진행한 국내외 여러 기업의 컨설팅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기업의 무의식을 가볍게 보지 마라’이다. 책에 따르면 기업이든, 가족이든, 종교집단이든 간에 사람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는 그 집단만의 무의식이 있다. 우리는 이를 ‘문화’라고 부른다. 똑같은 전자기업이라도 애플과 삼성의 문화는 다르다. 애플의 문화를 삼성에 이식할 수도 없고, 또 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독실한 종교인에게 개종을 강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문화를 무시한 경영전략은 성공하기 힘들고, 경영전략을 바꾸려면 기업문화부터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섬세해야 한다. 지나치게 공개적이어선 안 된다. 신화와 토템 등 인류학적인 장치를 교묘하게 사용해 조직원들의 무의식을 움직여야 한다. 영화 ‘인셉션’에서 사람의 꿈을 조작해 현실에서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기업 역시 조직원들이 부자연스럽게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공동의 무의식을 조작하는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홍익대 부근 카페에서 저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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