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ssential Cases in Books

영혼까지 넣은 수프… 연간 1만 종 신상품 출시…생각도 못한 혁신, 내부의 힘으로 가능하다

서진영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캠벨수프는 살점이 붙은 뼈다귀를 푹 끓여 수프를 만드는 과정을영혼을 불어넣는 의식쯤으로 여기는 러시아 가정의 부엌에서 착안해영혼은 살리되 시간은 절약하는 특별 제품을 고안했다. 맞벌이로 바쁜 러시아 주부들의 일손을 도우면서영혼을 뺀 기성품 스프를 가족에게 제공한다는 죄의식을 덜어준 제품이다. 이처럼 회사의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찾은 사례도 있지만 내부적 수단을 동원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엿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혁신역량 극대화 전략>의 저자 조지 데이는 좋은 성장 기회를 찾아 일찍부터 노력을 기울이고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혁신 역량을 강조한다. 이러한 역량을 찾는 첫걸음은 잠재돼 있거나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찾아내는 일이다. 위기의 시대, 새로운 내부 역량을 끌어내 성공한 사례를 바탕으로 혁신역량 극대화 전략을 모색해보자.

 

성장하고 싶다. 그런데 고민해보자. 지금 우리 회사 또는 조직은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불경기와 시장포화를 이야기하지만 그 원인은 자체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 있다. 자체적인 성장, 즉 기업 인수합병(M&A)이 아닌 내부적인 수단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적인 수단으로 다시 성장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역량 극대화 전략>의 저자 조지 데이는 성장 느림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고 성장 리더만 갖고 있는 능력 즉, 곧 좋은 성장 기회를 찾아 일찍부터 노력을 기울이고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혁신역량을 강조하며 성장기회 탐색을 위한 14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 중요한 다섯 가지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첫 번째는 잠재돼 있거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내 충족시키는 경로다. 이 경로는 고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안겨주는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캠벨수프(Campbell’s Soup). 캠벨수프는 이런 통찰력을 이용해 2007년에 러시아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캠벨은 수프가 러시아인들의 마음과 위장에서 매우 심오하고 복잡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회사 연구원들은 일반적인 러시아 가정의 부엌 조리대 위에는 살점이 붙은 뼈다귀가 든 냄비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러시아 주부들은 며칠씩 공을 들여 맛이 진한 수프를 끓인 뒤 커다란 고깃덩어리와 맛좋은 지방질을 다시 건져낸다. 러시아인들은 이 과정에서 두샤(dousha), 즉 영혼이 수프에 배어든다고 믿는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러시아 시장에서 기성품 수프를 판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몇몇 경쟁사들이 서유럽식으로 미리 섞어서 포장한 수프를 앞세워 이 시장에 진출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여성들은 이를 비웃었고 러시아 남성들은 이런 제품을 먹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미리 만들어놓은 즉석 수프에는영혼이 담겨 있지 않기때문이다.

 

하지만 영혼이 가득 담긴 수프를 만들어내야 하는 러시아 여성들이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풀타임으로 일하다 보니 러시아 가정에서 그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프를 정성들여 끓일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캠벨 입장에서는 고객이 겪는 이런 문제가 곧 기회였다.

 

캠벨은 러시아 가정과 심도 깊은 상호작용을 비롯한 문화기술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러시아 여성들이 포장된 재료를 활용해 집에서 수프를 끓일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도마슈나야 클라시카(Domashnaya Klassika·홈 클래식)라는 수프 제품에는 커다란 고깃점과 지방 덩어리가 들어 있다.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요리처럼 보이지만 러시아인들의 눈에는 진짜 집에서 끓인 수프 같다.

 

소비자의 성향분석을 통해 일반 수프로는 충족되지 않는 잠재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둘째는 소비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는 방법이다. 보통 게임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그래서인지 닌텐도의 최고경영자(CEO)인 사토루 이와타는우리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의 무관심에 맞서 싸우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견한 게임이 스포츠 게임이었다. 이를 시장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 해 닌텐도는 업계의 일반적인 통념에 도전해 게임기의 성능과 복잡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더 단순화하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신체 활동을 할 수 있게 했으며(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설계하고 가격을 플레이스테이션3(599달러)보다 싼 250달러로 정해 가격 장벽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이런 무관심을 극복했다.

 

결과적으로 닌텐도 위(Nintendo Wii) 홈 비디오 게임 콘솔은 평소 비디오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덕분에 한 달 새에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 콘솔이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생각해보면 어떤 제품의 소비자가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그 제품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그 제품을 소비하고 싶지만 문제를 해결하거나 욕구를 만족시키는 능력을 제한하는 장벽에 부딪힌 사람들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4가지 유형의 소비 장벽이 존재하는데 각각의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잠재적인 성장 기회가 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지 고민하며 체크해 보자.

 

1. 자금 부족: 기존의 대안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2. 기술 부족: 기존의 대안은 복잡해서 전문가의 지도나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3. 접근 경로 부족: 특정한 상황이나 장소에서만 대안을 사용할 수 있다.

4. 시간 부족: 대안을 이용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닌텐도 위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바로 즐길 수 있는 직관적인 제품을 다른 게이밍 플랫폼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다.

 

셋째는 역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다. 이 책의 저자 조지 데이는 새로운 지역 중에서 개발도상국을 매력적인 성장 경로로 제시한다. 수적으로는 방대하지만 개별 구성원은 가난한 집단인 개발도상국의 피라미드 맨 아랫 부분에서 중요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프록터앤드갬블(P&G)이 이런 잠재 시장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들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인들은 P&G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1인당 연간 110달러 정도를 지출한다. 전 세계인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지출은 12달러다. 멕시코의 1인당 연간 구입액은 20달러이고 중국과 인도는 각각 1달러와 3달러 정도다.

 

P&G는 중국과 인도의 1인당 매출을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 시장을 BOP(Bottom of Pyramid) 시장이라고 하는데 기업에는 새로운 저가 시장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기존 제품의 원가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경로가 되기도 한다.

 

네 번째 소개할 성장경로는 조직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핵심 프로세스의 변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패스트 패션개념의 선구자인 자라(ZARA). 스페인의 패션 기업 자라는 1975년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77개국에 2000개 가까운 매장을 가진 세계 거대 의류 기업 중 하나다. 자라는 자체적으로 기획 브랜드 상품을 직접 만들어서 유통까지 하는 대표적 전문 소매점이다.

 

이 의류 체인은 디자인과 제작 프로세스를 완전히 다시 생각했다. 대부분의 의류 제조업체에서는 가치 생성 프로세스가 최대 1년 전부터 컬렉션을 계획하는 디자이너로부터 시작되고,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을 만든다.

 

반면 자라는 패션 트렌드와 판매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사내 디자이너가 최신 유행 제품을 만들 수 있게 이끌어준다. 그리고 이 디자인을 스페인에 있는 회사 직영 공장으로 보내는데 이 공장의 적시 생산 시스템은 디자인된 블라우스나 드레스, 코트 등을 한 달 이내에 제작해 매장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자라의 경우 의류산업의 핵심 프로세스 변경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패스트 패션의 전략이 통하려면 고객의 반응과 동향을 거의 즉각적으로 잡아내 바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을 생산할 때는 어떤 제품이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제품을 조금씩 만들면 인기 제품은 금방 다 팔려서 모자랄 것이고 모든 제품을 많이 만들면 인기 있는 극소수 상품을 제외하고는 팔리지 않아서 악성 재고가 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고는 줄이면서 잘 팔리는 제품은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통상적으로 의류 업계에서는 제품 기획에서 생산을 거쳐 매장에 전시되기까지 평균 6개월 안팎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라에서는 이 기간이 평균 2주가 걸린다. 자라는 회사의 설립 초기부터즉각적 패션(instant fashion)’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들고 나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동향에 즉시 반응해 최소의 생산 시간으로 새로운 패션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바로 이것이 성공해 빠른 시간 내에 세계적 회사가 된 것이다. 그들은 시장의 동향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다양한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생산하면서, 재고를 최소화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첨단 컴퓨팅 기술을 동원했다.

 

자라는 업계 평균보다 세 배가 많은 무려 11000종의 상품을 매년 출시한다. 제품별 전시 기간도 다른 업체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다. 전시된 제품은 앞서 본 알고리즘으로 분배된 것이라 대부분 빨리 팔려 나간다. 매장마다 주력 상품을 대규모로 진열하고 주력 상품도 매장마다 다른 경우가 많다. 계속 새로운 상품이 공급되므로 고객들은오늘은 또 무슨 신상(신제품)이 나왔는지보려고 매장을 방문한다.

 

통상적인 브랜드숍 고객이 해당 매장에 연평균 3회 정도 방문하는 데 비해 자라 고객의 자라 매장 방문 수는 그보다 다섯 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라는 연간 10조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 기업이 됐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첨단 데이터 분석 기술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경로를 알아보자.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나오는 질문은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이를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회사는 자신들이 창출하는 가치를 어떻게 보상받는가라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가치 확보 시스템을 혁신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제품 판매 모델에서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며 제품 판매 회사가 시스템 제공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개별 제품이 아닌 시스템을 공급하면 고객유지율이 높아진다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업체에서 여러 제품 또는 시스템 전체를 구입한 고객은 한 가지 제품만 사는 고객에 비해 공급업체를 바꿀 확률이 낮았다. 고객유지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사업이 안정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스템 공급의 부수적인 효과는 매우 환영할 만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세계적인 전문 청소기 제조업체 하코(Hako)는 기계를 팔아서 올리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20%밖에 안 된다. 그 대신 이 회사가 임대, 서비스, 청소 대상의 기획, 상담 등으로 이뤄진 종합적인 서비스 패키지를 팔아서 올리는 매출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 하코는 청소 대상과 관련된 계산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프로그램이 산출해준 원가를 보장한다. 즉 이 회사는 고객과 위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코의 베른트 하일만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 회사는 일반적인 제조업체가 아니다. 우리는 포괄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주는서비스업체를 위한 서비스업체.”

 

지금까지 기업의 내부적인 수단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5가지 방식을 찾아봤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 혁신역량 능력은 잘 통제된 성장 추진 및 성장 실현 프로세스와 결합해 혁신 역량을 낳는 3가지, ‘3C’가 있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 문화(Culture), 시장·기술·혁신프로세스의 역량(Capability), 성장을 추구하는 태도를 지원하는 조직 구성(Configuration)이다. 우리는 이 3가지를 갖추고 내부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는가?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내부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