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광고 만든 제일기획 정유석 팀장, 이주훈 CD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50년 장수 제품 박카스는 15년 전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광고가 크게 성공하면서 ‘착한 광고의 효시’가 됐다. 그 이후 박카스는 ‘5000만 국민이 전부 광고주’라는 말을 듣는 제품이 됐다. 그리고 올 한 해 ‘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 캠페인으로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물론 매출도 상승했다. 박카스를 비롯한 장수 제품·장수 브랜드는 오랜 시간 구축된 이미지로 인해 참신한 광고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장수 브랜드 파워에서 오는 장점이 있다. 굳이 제품속성이나 제공하는 핵심가치를 ‘뾰족’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새 브랜드가 ‘놀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서 섬세한 광고를 만들어가야 한다면 장수 브랜드는 ‘브랜드 이미지’라는 넓은 운동장에서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29초 영화제’라는 소비자 참여형 광고 이벤트 역시 ‘박카스다움’에 대해 대다수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완(경희대 경제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약 15년 전 첫 전파를 탔던 이 광고 한 편은 ‘관광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건네던 평범한 ‘피로회복제’를 ‘젊음의 상징’으로 바꿔놓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지킬 것은 지킨다’ 시리즈는 매년 화제가 됐고 CF 스타의 등용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시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신문을 들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에 저녁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SNS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이나 IPTV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10여 년 만의 변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속도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고 피곤한 우리네 삶이다. 그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외치던 청춘들보다 더 피곤하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지금의 청춘들이다. 세대와 직군을 막론하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대에, 박카스는 다시 한번 우리의 모습 자체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광고를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 캠페인이다.
올해 총 5개의 TV CF가 전파를 탔다. 첫 편은 주유소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온 노신사가 박카스를 건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알바생으로 산다는 것’이 제목이었다. 이어서 전파를 탄 ‘대한민국에서 남자친구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학부형으로 산다는 것’ 두 편은 재치 있는 현실묘사를 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여름에 선보인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 편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면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택배를 나르는 아버지와 우연히 마주친 딸이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외면했다가 자신의 책상 위에 아버지가 올려놓고 간 박카스를 보고 반성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이었다. (QR코드 1) 가장 최근에 내놓은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산다는 것’은 독특한 발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의 입장에서 자신이 아침에는 주인의 잠을 깨워주는 알람시계가 되고, 출근길에는 게임기가 됐다가, 오후에는 쇼핑도구가 되기도 하고, 업무용 전화통화에 사용되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은 “제가 쉴 틈이 없다는 건 당신도 쉴 틈이 없다는 것. 배터리는 충전하면 되지만 당신은 어쩌면 좋죠?”라고 묻는다. (QR 코드 2)
놀라운 건 총 5편의 광고 중 ‘알바생’ 편과 ‘스마트폰’ 편을 제외한 세 개는 소비자가 직접 기획하고 촬영해 보내온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2012년부터 3년째 박카스가 진행하고 있는 ‘29초 영화제’의 수상작 중 고른 광고들이다. 최신 스마트폰과 촬영기기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직접 참여를 이끌어내면서도 여전히 가장 인간적인 ‘공감’과 ‘위로’, 그리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박카스 광고. 올해 ‘대한민국에서 ○○○으로 산다는 것’ 캠페인의 성공으로 인해 박카스는 지난 11월 현재 편의점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1∼11월)에 비해 45% 이상 증가했다. 또 박카스 단일제품의 연 매출 1800억 원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지난 10여 년간 매년 10% 이상 꾸준히 매출이 증가해온 덕분이다.
장수 제품의 브랜드 리뉴얼의 교과서, ‘착한 광고’의 효시로 불리며 지난 10년간 매년 약 10% 이상의 성장을 견인해 온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 그 전통을 이어받아 수년 전부터 박카스 광고를 기획, 제작하고 있는 정유석 제일기획 캠페인 디렉터와 이주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올 한 해 내내 광고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성공을 체감하는지.
정유석 캠페인 디렉터: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 편의점 기준 매출이 크게 올랐다든가 하는 얘기를 광고주 등을 통해 듣고 있다. 편의점에서 잘 팔린다는 건 ‘젊은 층에게도 어필했다’는 뜻이 된다. 편의점용 박카스는 ‘박카스 F’다. 약국에서 파는 ‘박카스 D’와는 성분 구성비가 약간 다르다. 어쨌든 기본적인 맛과 효능은 같다. 다만 에너지음료 시장이 커지고 젊은이들이 이를 많이 찾는 것에 착안해 좀 더 젊은 문구가 써 있다. ‘Drive your energy’ 같은.
박카스는 아시다시피 50년이 넘은 장수 브랜드다. 이런 장수 브랜드의 고민이 무엇이겠나. 항상 젊어지길 바란다는 거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진 ‘에너지 음료’시장에서도 박카스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스마트폰 편’ 같은 경우에 20대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하더라. 모델은 30대 직장인 여성이었지만 사실 스마트폰의 사용행태는 20대의 패턴에서 많이 가져왔다. 그래서 그런지 30∼40대는 물론 20대도 ‘스마트폰 편’ 광고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남자친구 편’도 20대는 특히 반응이 좋았다. 다른 것들은 전 세대적인 공감이 강했다. 다섯 편이 각각 의도한 대로 타깃층에게 어필했으니 확실히 성공한 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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